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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했던 이임생 감독... 바람 잘 날 없는 수원 삼성

[주장] 돌연 사퇴... 현재 부진, 감독 책임으로만 돌리긴 어려워

20.07.17 09:48최종업데이트20.07.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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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서울의 경기. 수원 이임생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의 이임생 감독이 돌연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FA컵 16강전에서 1-0으로 승리하고 불과 하루 만이다. K리그1에서 올해 시즌중 사임은 역시 성적부진으로 사퇴한 임완섭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수원은 이 감독이 스스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입장이지만, 갑작스러운 퇴진에 여론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수원은 2승 4무 5패(승점 10)로 8위에 그치고 있다. 최하위 인천(3점)을 제외하면 9-11위(광주, 서울, 성남)와는 골득실에서만 앞설뿐 승점이 같다. 한때 K리그 최고 명가로 불리우던 수원의 이름값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하지만 아직 남은 경기가 많고, 중위권과도 격차가 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성적부진으로 인한 사임은 조금 뜬금없는 느낌이 있다. 더구나 이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된 FA컵에서도 승리했다. 수원은 지난해도 이 감독 체제에서도 리그에서는 8위로 하위스플릿에 머물렀지만 FA컵에서 우승한 바 있다. 구단과의 불화설이나 혹은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인 이임생 감독은 지난 2018년 12월 수원의 5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싱가포르 홈 유나이티드, 중국 선전-텐진 등의 감독을 맡기는 했으나 K리그1 사령탑은 수원이 처음이었다. 수원과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트레이너와 코치로 활약했던 경력이 있다.

알고보면 이임생호는 시작부터 그리 평탄하지 못했다. 코치 시절 때와 달리 이 감독이 부임한 무렵의 수원은 이미 과거의 영광을 잃고 모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며 하락세를 걷고 있던 상황이었다. 수원 팬들 사이에서도 이 감독의 부임에 대하여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의문부호가 더 많았다.

이 감독이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주축 미드필더였던 김은선이 음주운전을 저질러 방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팀 재정비 차원에서 박종우, 조원희, 신화용, 곽광선 등이 잇달아 구단을 떠났지만 그에 걸맞은 선수보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즌 중반에는 출전기회가 줄어든 베테랑 외국인 공격수 데얀과 이임생 감독의 불화설이 터지기도 했다. 타가트와 염기훈이 분전했지만 2019시즌 최종성적 12승 12무 14패, 리그 8위로 하위스플릿 추락이라는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FA컵 우승으로 체면을 세웠지만 그 과정도 평가가 엇갈린다. 당시 수원은 토너먼트에서 프로 강팀들을 모두 피하여 경주 한수원-화성FC-대전 코레일 등 3부리그 수준의 팀을 잇달아 만나는 '역대급 대진운'에도 불구하고 졸전을 거듭하며 타이틀을 차지하고도 오히려 '우승을 당했다'는 조롱이 더 많았다.

2020시즌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공격수 데얀이 대구로, 수비수 구자룡이 전북으로 떠났고,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팀 내 유일한 국가대표인 왼쪽 풀백 홍철마저 울산으로 팀을 옮겼다. 지난해 맹활약했던 타가트의 초반 부진은 수원의 약점인 빈공 문제를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원의 전력보강은 전북이나 울산같은 라이벌 클럽들은 고사하고 어지간한 K리그2 구단에도 미치지 못할만큼 무성의했다. 이임생 감독은 스리백 전술과 실리축구로 위기를 돌파하려고 했지만 투자와 지원 없이는 한계가 뚜렷했다.

설상가상 수원은 올시즌 심판 판정에서도 크고 작은 손해를 많이 봤다. 대표적으로 서울전에서 3-2로 앞서가다가 동점골의 빌미가 된 세트피스를 허용한 양상민의 파울은 사실 명백한 오심이었다. 또한 포항전에서는 2-2로 맞선 경기종반 김민우의 결승골이 타가트의 오프사이드 시야방해로 인정되어 VAR 판독 끝에 무효처리 되며 또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축구협회가 특별히 심판 설명회까지 열며 오프사이드 규정에 해명했지만 오히려 논란에 기름만 부었을 뿐이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2승을 더할 수 있었던 경기가 2무가 되면서 승점을 4점이나 날린 것도 수원에겐 크나큰 불운이었다.

물론 이임생 감독 역시 세련되지 못한 언론 인터뷰와 경직된 전술 구사, 부족한 선수장악력 등으로 수원 팬들에게 많은 불만을 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수원의 상황을 돌아보면 이임생 감독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임생 감독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그는 1996년 창단 이래 수원의 최단명 감독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안게된다. 아마도 수원의 역대 감독 사상 가장 불운하고 지원을 못 받았던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수원은 더 이상 지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만큼 야망있는 빅클럽이 아니다. 나날이 약해지는 팀전력, 비전도 성의도 없는 프런트의 구단 운영,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팬들의 눈높이에 이르기까지, 성과를 내기는 어렵고 고생길만 훤한 자리가 됐다. 성적 부진에 악재가 겹치고 있는 수원이 과연 이임생 감독의 빈 자리를 채울만한 지도자를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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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감독 수원삼성 감독의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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