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새로운 교육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적기

[주장] 교육의 근본적 변화, 질적 변화 이끄는 새로운 교육체제 구축 필요

등록 2020.07.16 12:04수정 2020.07.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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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 학기 내내 학교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현장 교사들과 교육당국의 노력으로 초기 우려와는 달리 등교수업과 원격수업 병행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동시에 무엇인지 말할 수 없는 불안감도 공존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교육체제를 구축할 좋은 기회라고도 말한다. 현재 학교교육 체제로는 앞으로 닥칠 수도 있는 재난재해와 감염병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교육체제를 어떻게 구상하고 실천할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 교육은 유·초·중·고등학교에서 아무리 새롭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친다 해도, 결국 명문 대학 입학이라는 미친 경쟁체제에 매몰되고, 입학시험용 지식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체제로 굳어져 있다. 

학교교육이 일상에서 벗어난 지금이야말로 치열한 입시경쟁을 넘어 '교육본질을 추구하고, 개개인을 존중하고, 공동체로서 함께 살아가는 교육'을 중시하는 교육체제로 전환할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블랜디드 러닝, AI 활용 교육, 쌍방향 원격수업, IoT 활용 교육 등 다양한 수업혁신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라고 보기엔 지엽적인 개선'처럼 느껴진다. 일종의 유행을 좇는 듯한 인상도 준다. 따지고 보면 그리 새로운 경향도 아닌데 말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활용 가치가 높아진 방안으로서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보다는 '예상할 수 없는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끌어내야 한다. 단순히 수업방식을 바꾸고 첨단 기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선, 시대에 맞는 '학제 개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학제는 초등 6년, 중학 3년, 고등 3년, 대학 4년의 6-3-3-4제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미군정기부터 시작하여 1948년 이후 확정된 낡은 학제이다. 게다가 유아교육 3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 학생들은 장장 16년의 교육을 받고, 필수처럼 여겨지는 대학원 거쳐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요즘처럼 사회 변화가 빠르고 새로운 지식이 폭증하는 시대에 16년의 학제는 너무 길다. 16년이면 강산이 여러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다. 적어도 '1~2년이라도 학제를 단축하고, 유아교육을 포함하여 교육기관의 재학 기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학교 '교육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교육부 고시문서로 시시콜콜하게 교육과정을 규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만큼이나 어려웠던 것이 교육과정 운영'이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법에 규정된 수입 일수 내에서 교과목별 수업 시간을 엄격히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이수하지 않으면 진급이나 진학할 수 없는 체제이다. 게다가 교육과정 개정이 잦은 편이어서 하나의 교육과정에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되어 부담이 중첩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지식이 폭증하는 세상에서 이것저것 규제가 많은 교육과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대강화(大綱化)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초·중등교육 법령처럼 기본적인 부분만 폭넓게 규정하여, 이를 바탕으로 학교가 스스로 적합한 교육 활동을 구성하고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권한을 학교로 넘겨야만, 학교가 자율적으로 시대에 맞는 생태 전환 교육, AI 교육, 블랜디드 러닝 등도 안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처럼 예상 못 한 위기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진정한 '교육의 전문성과 중립성 회복'이 필요하다. 우리 헌법에 교육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교사의 전문성이나 중립성은 교육활동이나 수업 중에 발현된다. 다시 말해, 교사의 본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교사의 본질적 업무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 생활지도 등이다. 이에 대한 반문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사는 본업보다는 교육활동과 '관련한' 행정업무나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업무에 치어 정작 수업을 준비하거나 충실한 수업 진행을 못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교육전문가인 교사가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 못 하고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현재 만 18세에 이른 고3 학생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으로 인해 교사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을뿐더러,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사표를 내야 한다.

물론 교사가 학생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 등을 지지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의 정치활동이나, 수업에서 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토론까지 제한하는 정치적 중립성 또한 문제가 있다. 이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를 정치적 금치산자, 반쪽 시민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따라서 교사가 교육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본업인 수업과 생활지도 등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학교나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을 갖추고 민주적 공동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의 시민성을 온전히 회복'해야만 진정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이라 할 수 있다.

넷째,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지자체(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서울시교육청이 시행하는 '교육혁신지구'와 '마을결합형 학교' 등과 같은 협력사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방과후학교, 돌봄, 보육, 청소년단체 등의 분야에서 지자체(지역사회)와의 협력사업이 더욱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좀 더 질 높고 안전한 교육과 보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서울시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중구형 돌봄교실'이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실 돌봄교실은 학교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업무 중 하나이다. 서울시 중구청은 교육청과 협약을 통해 돌봄교실 설치와 운영 전반을 담당하기로 하고, 학교는 장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내 어린이들에게 질 높고 안전한 돌봄을 제공하고, 학교는 업무 부담을 줄여 교육에 더욱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생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끝으로, 새로운 교육체제 마련을 위한 '교육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나 인력이 모여도 이를 담을 인프라가 부족하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제4차 산업에 대비한 교육을 펼치고자 하여도, 낡은 학교 건물,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 교실, 휴게 공간이 부족한 학교, 사각형 모양의 비좁은 교실, 비위생적인 화장실, 급식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미래 사회에 대비하고 예기치 못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학교 현대화 뉴딜 프로젝트인 '미래를 담는 학교'(미담교실)와 정부당국이 추진하는 '그린 스마트스쿨'은 의미가 크다. 또한, 이 같은 물적 인프라 이외에도 새로운 교육체제가 지속해서 추진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잠시 학교가 휴지기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나, 오히려 학교 안팎으로는 교육개혁과 교육체제 개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뜻밖의 발전적 논의와 제안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단순히 추세를 따르는 데에만 머물지 않았으면 한다. '교육의 근본적 변화, 질적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교육체제 구축'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교육개혁 #교육체제 개혁 #교육본질 #교육과정 #중립성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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