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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는 부자만? 이대로면 누구나 평생 모은 돈 날릴 수도"

[사기펀드가 된 사모펀드 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해야"

등록 2020.07.27 07:47수정 2020.07.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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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2회에 걸쳐 조명해볼 예정입니다. 첫 번째는 사모펀드 피해자 지원에 나서고 있는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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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 유성호

 
"금융회사에 의한 경제적 손실은 사실상 경제적 타살과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금전적 압박이에요. 경제적 궁핍은 한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는 겁니다."

사모펀드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던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의 목소리가 한층 차분졌다. 그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는 전 재산을 잃고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나마 이번 사모펀드 문제로 돌아가신 피해자는 없었다, 정말 다행인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사모펀드 관련 금융사고를 낸 금융회사들에 대해 100% 배상 결정을 내리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금감원의 전향적인 태도에는 2019년 8월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사모펀드 피해자들을 만나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 대표의 역할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금감원의 태도를 바꾼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독당국이 판매사인 은행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이라며 "사실 문제가 된 사모펀드는 투자자에게는 도박과 같은, 매우 불공정한 금융상품인데 이런 위험한 상품은 은행에서 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사모펀드는 도박과 같은 상품"

<오마이뉴스>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정의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내내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투자자 몇 명만 모아 자금을 굴리는 전통적 의미의 사모펀드였는데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은 전혀 달랐다"며 "공모펀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모펀드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지 실질적인 사모펀드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를 일반상품처럼 만든 자산운용사와, 일반상품처럼 판매한 은행이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 중엔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평생 모은 돈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모펀드는 부자들만 가입하는 상품'이라는 일반적인 시선과 다르게 은행 거래를 하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과거 SC제일은행에 대출이자 문제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대출이자가 15만원 더 나와 결국 소송까지 갔고 승소했다. 덕분에 같은 피해를 당한 다른 고객들도 15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소송이나 분쟁조정의 결과가 동일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집단소송제와 같은 효력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대표는 "당시 판사에게 소송의 목적이 부당하게 이자를 더 낸 피해자들의 돈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했다"며 "제 피해액은 15만원에 불과했지만, SC제일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결국 180억원을 고객들에게 돌려주게 됐다"고 했다. 흥국생명에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뒤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던 김 대표가 금융피해자들을 위해 금융정의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사모펀드 사태를 끈질기게 추적하던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해결책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실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집단분쟁제도"라며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립해 집단분쟁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에서 검사도 하고 판결도 내리다 보니 금융사 편을 든다는 오해를 받는 일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사모펀드 피해자 돕는 이유 ⓒ 유성호

 
"DLF 80% 배상 결정... 금감원 바꾸게 된 것"

-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사모펀드 문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부터 파생결합펀드(DLF) 건에 대한 논평을 시작으로 관련 활동을 시작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뛰어든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당시 금감원이 해외금리 연동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문의하는 피해자들이 많았다.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금융정의연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경험이 있었다. LIG CP(기업어음) 사건, 동양사태 당시 형사소송을 통해 사기 판매가 인정됐고, 모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았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DLF 피해자들에게 금감원 분쟁조정으로도 배상을 받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늘었다."

- 금융정의연대가 지난해 8월, 5개월 전에 발표된 우리금융연구소의 '금리하락 예상' 보고서를 공개하고 우리은행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DLF 사태 해결의 물꼬를 텄다. 
"우리은행 계열사는 이미 미국 CMS(이자율스와프)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독일 국채 금리의 하락도 전망했다. (국채 금리 하락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지만 우리은행은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 기자주) 이런 내용을 제보받으면서 우리은행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었다. 이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우리은행에 대해 DLF 피해자 투자금의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소비자 피해 배상에 소극적이었던 금감원이 태도를 바꾸게 됐다."

- 이처럼 높은 배상안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더 중요한 건 금감원이 판매사인 은행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사실 DLF는 투자자에게는 도박과 같은, 매우 불공정한 금융상품이다. 이런 위험한 상품은 은행에서 팔면 안 된다. 감독당국에서도 은행들이 사모펀드를 '예금만큼 안전하다'고 잘못 판매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에 대해서는 20%, 초고위험상품 특성에 대해선 5%를 인정하는 등 은행이 책임져야 할 기본 배상비율을 55%로 결정했다. 각각 피해자들의 상황에 따라 최종 배상비율은 40~80%로 정해졌다."

- 투자원금의 80%를 돌려 받은 피해자가 치매 환자인 할머니였다는 점이 이슈가 됐었다. 
"DLF 사태가 터진 뒤 우리·하나은행 피해자 100여명과 함께 서울역 회의실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했고 금융정의연대는 첫 단계로 치매 할머니를 돕기로 했다. 법률지원단장인 신장식 변호사가 무료로 대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금감원에 첫 진정서를 냈고, 이후 우리은행 피해자 100여 명의 고발·고소를 도왔다."

- 다른 피해자 중 치매 환자만큼 높은 배상비율을 적용 받은 사례가 있나. 
"치매 환자가 아니었지만 80%를 돌려받은 피해자들도 있다. 우리은행 위례지점장이 '안전한 자산'이라는 내용의 불법 문자메시지를 많이 보낸 경우도 있었고, 가정주부가 당한 경우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전 재산을 잃고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세간의 인식이 '사모펀드는 부자만 가입하는 것 아니냐' 등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금감원 중간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60대 이상 안전한 상품을 선호하는 일반인들이 피해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여론도 바뀌었다."

"조국 펀드와 달라... 피해자 중 가사도우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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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 유성호


- '조국 펀드' 등이 뉴스로 부각되면서 사모펀드는 정치적으로 연루돼 있는, 좋지 않은 상품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투자자 몇 명만 모아 자금을 굴리는 전통적 의미의 사모펀드였다. 하지만 DLF는 전혀 달랐다. 자산운용사는 사모펀드를 일반 금융상품처럼 꾸몄고, 은행은 (위험하지 않은) 일반 상품처럼 판매했다.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모펀드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지 실질적인 사모펀드가 아니었다. 

이번 피해자 가운데 심지어 가사도우미 노동자도 있었다. 재산이 9000만원 정도였는데, (은행 말에 속아)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 1억원을 맞추기 위해 딸의 적금까지 깼다. '부자만 가입하는 펀드'가 아니었던 거다."

- 특히 하나은행 DLF 피해자들은 현재까지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왜 그런가. 
"하나은행 상품의 경우 미국과 영국의 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었다. 쉽게 말해, 금리가 내려가면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품에 베팅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금리가 고시되지 않는 경우에는 판매사인 은행이 8영업일 이내에 계약을 강제청산(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미국의 경우 금리가 고시되지 않았고 하나은행은 이를 그대로 강행했다. 원금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계약이 강제로 해지된 것이다. 이에 피해자들이 '왜 내 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느냐'고 따지니 은행들도 그제야 이런 규정이 있다고 설명하기 급급했다. 중요한 부분을 판매 당시에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보험회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 최근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문제가 계속 터지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해당 상품의 만기는 올해 2~4월쯤이다. 대략적인 평균 손실률은 80%에 달한다. 우리은행의 최종 손실률은 55%로 알려져 있는데, 이보다 훨씬 높다. 지난주 토요일에 만난 하나은행 피해자는 90%의 손실을 봤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10월 DLF 사태가 불거진 무렵 계약이 청산됐다면 지금보다 피해액이 더 적었을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그때 하나은행 PB(자산관리전문가)들은 '내년 2~4월이면 금리가 오를 것이다, 손실이 안 날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그때 해지했다면 손실률은 50~60%에 그쳤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죽어가는 사람을 또 한 번 더 죽인 셈이다."

"우리·하나은행, 금융회사 맞는지 묻고 싶어"

- 이와 달리 국민은행에선 DLF 관련 피해가 없었다. 
"국민은행은 반대의 상황에 베팅했다. 미국 CMS 등 금리가 앞으로 오르면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한 것이다. 그러니까, 금리가 하락할 경우 이익을 보는 구조였다. 실제 금리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국민은행이 그만큼 위험 관리를 잘한 것이다. 우리·하나은행도 금리가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구조로 설정했다면 고객들에게 손실이 아니라 이익을 줬을 것이다. 하나은행의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도 지난해 12월 자체 보고서를 통해 미국 등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 세계 금융정세를 정확히 예측했는데도 이를 위험 관리에 활용하지 않았다. 
"우리·하나은행이 과연 금융회사가 맞는지 묻고 싶다. 은행은 기계적으로 자료만 뿌리고, 정작 고객 자산에 대한 위험 관리를 등한시한 것이다. 만약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여기에 투자했다면 그렇게 했겠는가. 상품 구조도 이상했다. 수익률은 최대 3~4%인데 손실률은 최대 100%다. 적어도 수익률과 손실률이 서로 같아야 했다. 왜 이런 상품을 만들고 팔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 은행들은 왜 그랬을까.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데만 매몰된 건가.
"수수료 이익을 위해서였다기보다는 그냥 멍청했다고 본다. 금리가 어떻게 되든 은행은 투자금의 1%를 수수료로 미리 받으면 끝이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019년 4~5월 하나은행 PB들이 DLF 상품을 강제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이 금감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은행이 정말 고객자산에 대한 위험 관리에 신경 썼다면 이때 대책을 마련해야 했는데, 무시해 버린 것이다. 

비슷한 DLF 상품을 팔면서 국민은행은 반대의 상황에 베팅했고, 신한은행은 위험이 크다며 이를 판매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중간에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이 과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판매사로서 책임을 진 것이다."

- 지난해 12월 금감원의 DLF 관련 분쟁조정 결과가 묘했다. 상품의 사기성이나 소비자 기망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은행의 사기죄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이는 검찰 쪽에서 판단할 부분이긴 하지만, 감독당국이 더욱 적극 나서야 하지 않나. 
"금감원이 분쟁조정 과정에서 은행의 책임을 더 엄중히 물었어야 했다. 치매 환자의 경우 배상률을 90%까지 올릴 필요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서 적격투자자의 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대신 관련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했다. 

다시 말해, 위험을 선호하는 적격투자자가 아닌 일반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의미였다. 올해 4월 당국 쪽 자료에도 이런 얘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적격투자자가 아닌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일반투자자의 경우 DLF 계약을 무효로 했어야 한다." 

- 그런데 금감원이 이렇게 조정에 나서더라도 금융위원회가 반대 목소리를 내면 난감할 수 있다.
"금융위는 여전히 적격투자자에 대해선 적합성 원칙을 면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원칙대로라면 적격투자자만 투자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에는 판매사가 어떤 사람이 사모펀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지를 따지는 적합성 원칙을 준수했는지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당연히 적격투자자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금감원은 그동안 나온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이를 뒤집었다. 그래서 저는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는 주고 싶다. 금감원이 그동안의 잘못된 전례를 많이 바꿨다."

모두 금감원 탓? "금융위서 도둑놈 잡을 권한 주지 않아"

- 이어 라임펀드 문제도 터졌다. 금융정의연대는 올해 2월부터 금감원에 진정서도 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2018년 11월 이후 무역금융펀드 판매 건에 대해선 계약취소, 100% 배상안이 나왔는데, 은행들은 이를 수용할까. 
"적어도 신한금융투자는 배상할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일부 증권사들도 배상에 나설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관련으로 투자원금의 70%를 피해자들에게 먼저 지급했다. 신영증권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우리·하나은행인데, 여론의 압박이 심하면 배상안을 수용할 것이다. 

- 최근 검찰에서 신한은행에 대해 라임CI(크레딧인슈어드)펀드 관련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달 남부지검 앞에서 라임CI펀드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2차 고소장 제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난 뒤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그 사이 우리가 도왔던 피해자들에 대한 고소인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분위기는 좋았다고 들었다. 신한은행 내부에서 투서된 자료도 많다고 한다.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 일부에선 DLF, 라임펀드 등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현 정권의 금융감독당국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지금의 당국도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폭 규제가 완화된 탓 아닐까. 
"금감원에는 사실상 도둑놈을 잡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앞서 말했듯 금융위가 자본시장법에 적합성 원칙 등에 관해 면책조항을 만들어뒀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수상한 금융사를 잡아내고 처벌할 권한이 없다. 지난 2016년 금감원이 한 자산운용사에 대한 잘못을 확인했는데, 자본시장법상 면책조항 때문에 처벌하지 못했다고 한다."

- 왜 처벌하지 못했나. 
"라임펀드의 경우 환매(계약해지) 중단 등 부실이 실제 발생하면서 금감원이 감독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2016년에는 환매중단까지 가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발견했지만 처벌하기 어려웠던 사례가 있다. 현행법상 금융회사의 공시 의무, 보고 의무 등 많은 부분이 면책조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을 이런 식으로 열어줬던 지난 정권의 금융위가 무책임했다고 본다."

- 당시 정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당시 금융당국은 중산층이 돈 벌 기회가 많아졌다고 홍보했다. 사모펀드를 두고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표현했는데 실제 거위의 배를 갈라보니 DLF, 디스커버리펀드 등 엉망인 상품이 들어 있었다. 대한민국 중산층을 부자로 만들어주기는커녕 몰락하게 만든 상품이다. 라임 투자금은 모두 1조6000억원이고, DLF는 7000억원, 옵티머스펀드의 경우 5000억원이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 금감원의 잘못은 전혀 없다고 보나. 
"그렇진 않다. 지난해 감독당국은 '미스터링 쇼핑' 즉, 암행어사처럼 DLF 건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이때 위험에 대해 시뮬레이션해보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은행은 앞서 채용비리 사태 때도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금융회사의 속성이다. 당국이 미스터리 쇼핑을 했다면, 사모펀드 판매사 중 적합성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례 등을 살펴봤어야 했다. 금감원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금융사고 예방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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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 유성호


- 뒤늦게 금감원은 사모펀드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고 광우병에 걸린 소가 몇 마리인지 몇 년에 걸쳐 세어보겠다는 것과 같다. 그러다 광우병 걸린 소를 먹은 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런데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운용사 설립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200여 개의 회사들이 난립하게 됐다. 직원이 3~4명뿐인 영세 운용사가 많다. 이런 곳에서 1000억~5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한다. 은행의 주문에 따라 상품을 기획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의심해볼 만 하다. 부실 자산운용사는 정리돼야 한다."

-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사가 징벌적 배상 등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을 도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유럽에선 부에 따라 범칙금이 다르다. 과속 운전을 할 경우 재산이 없는 사람은 9만원, 이재용 삼성 부회장처럼 부자인 사람은 2000만원을 내야 하는 식이다. 이는 과속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현재 금융당국도 과징금 등을 징벌적으로 올려야 한다면서도, 판매금액의 50% 정도를 언급한다. 그게 어떻게 징벌적인가? 금융정의연대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한해서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사고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다."

- 여대야소 상황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 쪽에서 입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 민 의원의 경우 판매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과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3가지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금융정의연대와 함께 하고 있다. 이번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정확한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번 국회에선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 사모펀드 문제와 관련해 또 다른 해결책은 없을까.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집단분쟁제도라고 본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처로 분리돼야 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각각 맡고 있는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처에 집단분쟁기구도 마련하는 것이 좋다. 현행 제도는 좀 이상하다. 금감원에서 검사도 하고 판결도 모두 내린다. 그러다 보니 금감원이 금융사 편을 든다는 오해를 받는 일도 잦다. 개선해야 한다."

- 금융정의연대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지난 2008년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출만기일이 토요일이었는데, 저는 월요일에 찾아가 이자를 냈다. 그런데 이자가 15만원이 더 나온 것이다. 앞서 흥국생명에서 근무했던 저는 대출업무도 담당했었기에 이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은행에선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2심에서 제가 승소했다. 당시 판사에게 소송의 목적을 명확히 설명했다. 부당하게 이자를 더 낸 피해자들의 돈을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SC제일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180억원을 고객들에게 돌려주게 됐다. 그때 보람을 느꼈다. 당시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던 때였는데, 이런 계기를 통해 이후 2013년부터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를 맡게 됐고 현재는 상임대표가 됐다. 저는 흥국생명 노조 출신이기도 해서, 금융사건에만 한정해 활동하고 싶었다."

- 사모펀드 문제와 관련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피해자들이 피눈물 흘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서울역에서 모였던 100명의 피해자들은 정말 은행이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피해자들은 은행만 믿고 가입했다고 한다. 사모펀드 관련 여러 대책들이 언급되지만 저는 가장 먼저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완전판매'라는 단어에는 다소 긍정적 의미가 들어 있다. 은행들이 사모펀드 판매는 잘했는데 조금 부족했다는 거다. 그런데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어떻게 법 위반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나. 저는 '불량판매'라 부르고 싶다. 

그나마 이번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돌아가신 분은 없었다. 저축은행 사태 때는 전 재산을 잃고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다. 금융회사에 의한 경제적 손실은 사실상 경제적 타살과 같다.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경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금전적 압박이다. 경제적 궁핍은 한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사모펀드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라임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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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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