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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 욕하기는 쉽지만... 우리 솔직해집시다

[전대원의 교육이야기] 공교육 질 높이면 사교육 줄어든다? 아직은 환상이다

등록 2020.07.16 08:09수정 2020.07.1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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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로부터 처음 교육 이야기를 연재해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 주저했다. 한국 교육이라는 엄청난 뇌관을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나를 좋게 봐주신 선생님들이나 다른 시민운동가들로부터 날아올 화살들이 예상됐다.

개인적으로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도 있다. 학종 논란이 심했을 때 TV토론에 나가서 학종 옹호 논리를 펴다가 나에게 날아온 수많은 화살들 역시 인생에서 잊기 어려운 기억이다. 심지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교사인지 통화하고 싶다'며 내가 근무하는 학교로 온 전화를 행정실무사님들이 받아야 했다. 본의 아니게 학교 행정에까지 불편함을 준 것 같아서 미안했다. 직장에까지 항의 전화를 걸 정도면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는 방증일 것이다.

안전하게 가는 방법을 모르지 않는다. 우리 교육이 이래서야 되겠냐며 입시 교육 현실을 통탄하고, 교육 개혁의 시급함을 설파한다면 누구나 찬성하는 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행정을 비난하고, 학교 교육을 비난하면 반쯤은 먹고 들어간다. 그런다고 한국 교육이 나아질 것 같으면 나도 고민 없이 그 길을 갔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 40년의 세월 동안 학생으로 다니고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런 논조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 고장 난 레코드판을 돌려도 그렇게 돌려댔으면 노래의 가사를 다 외워서 숙제를 완성해도 진작 끝날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교육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고, 입시 지옥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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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풍경 ⓒ 연합뉴스

 
실사구시

현실에서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교육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질문을 던져보는 작업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 첫 작업이 "한국 교육은 늘 틀리고 유럽 교육은 늘 옳은가(http://omn.kr/1o57r)"라는 기사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지난번에 던진 질문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프랑스 대입평준화가 좋다는데, 그랑제꼴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독일의 대입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서 좋다는데, 그것의 바탕이 되는 병립형 학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 나는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오늘은 공교육의 질을 높여서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아마 지난번과는 다른 결에서 비난의 화살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일반고에서 근무했다. 일반고의 수준이 떨어져서 특목고로 가고, 한국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서 사교육이 창궐한다는 비난을 검증하기 위해서 여러 특목고에 견학을 다녔다.

학교에서 견학을 간다고 하면 만사 제쳐놓고 따라갔고, 개인적으로 다리 건너 인연으로 특목고나 자사고의 현황을 청취하였다. 사교육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강남과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학원에 얼마나 다니고 있는지 알아봤다.

<오마이뉴스>에도 보도된 바 있다. 지방의 특목고에서 버스 전세를 내어 대치동 학원가로 학생을 나른다는 것. 복수의 학원 강사들로부터 검증을 해봤다.

이상하지 않은가? 공교육의 질을 높이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환상은 도대체 어떻게 현실화시킬 수 있는가?

특목고나 자사고도 한국산이라 문제라고 할까봐서 다른 검증을 해봤다.

한국인들이 많이 다닌다는 외국인 대상 국제학교를 알아보고 싶었다.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몇 다리 건너서 한국인이면서 국제 교사 자격증을 갖고 국제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선생님과 인터뷰를 할 기회를 얻었다.

인터뷰라고 했지만 어디 매체에 실을 것도 아니고 나 혼자만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연히 어디서 돈이 나온 것도 아니고, 그냥 인터뷰하기 위해서 중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시켜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국제학교의 시스템과 입시 방향 등에 대하여 물어봤다. 만난 김에 여러 가지를 알아봤지만, 정말 궁금했던 것은 검은 머리 외국인들, 즉 한국인이면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사교육 실태가 궁금했다.

"한국인들 꽤 다니죠? 그 학생들은 좋은 환경에서 미국 시스템으로 교육을 받으니 사교육을 받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가 보기엔 일반고 학생들보다 사교육을 훨씬 많이 받습니다. 우리 학교의 한국 학생들이 저녁과 주말에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학생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아서요. 과외 받는 비율도 꽤 높고요."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증언을 통해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학교를 비난하고,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생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난제가 우리 앞에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교육 개혁은 출발해야 한다.

실사구시에 이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총체적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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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학원가. ⓒ 연합뉴스

 
총체적인 관점

과학의 반대말은 경험이란 말이 있다. 경험은 물론 중요하지만, 피상적인 경험이 우리의 시선을 오히려 고정시킬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누가 프랑스 교육을 받고오고 미국에서 아이들 조기 유학을 시켜보고 독일에서 공부를 하다와도, 극히 개인적인 경험의 일부일 뿐이다. 오랜 경력의 고등학교 교사가 왜 특목고에 견학을 가보고, 다른 학교 교사들에게 실상을 물어보고, 일면식도 없는 국제학교 선생님까지 수소문해서 밥 사줘가며 경험을 들으려 하겠는가. 극히 개인적 경험만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수많은 교육 현실이 있을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도 다 안다고 할 수가 없다. 나 역시 농촌 학교에도 있어보고, 중소도시 학교에도 있어보고, 대도시 학교까지 두루 경험하고 있지만, 그래도 포괄하지 못하는 경험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더 알아보고 더 뒤져보고 여러 책을 보면서 실상을 알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전편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해 답을 듣지 못한 게 하나 더 있다.

수학 교육에 정평이 나 있다는 핀란드 학생들의 수학 흥미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굳이 핀란드 교육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그냥 이런 질문을 통해 교육의 전체 그림을 그리고 총체적 시각을 키우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느 학부모가 아이 대학 잘 보내는 비결이라고 나에게 대치동 학원에서 실시한다는 봉투 모의고사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도 그 학부모는 자신이 성공한 그 비법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일단 전제부터 차이가 있었다. 나는 일류대를 보내는 것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는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 경력을 갖고 있다. 그 봉투 모의고사가 추구하는 원본을 제작해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나는 그것의 실체를 당당하게 유추할 수 있고 그것이 별거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아마도 많은 학부모들은 별 거라도 있는 것처럼 혹했을 것이다.

실사구시와 총체적 관점. 이것으로 교육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갔으면 한다. 가능한 방안이 있으면 찾고 접목하고 받을 것은 받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된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바라며 교육을 개혁하고자 하는가? 아마 그것부터 해부하는 작업을 시작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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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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