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해방은 청소년들이 하자'는 대한민국 툰베리들

자발적 청소년단체 '교육혁명플랜' 청소년회원 모집 시작

등록 2020.07.14 08:34수정 2020.07.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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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방송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새로운 나라를 만든 독일의 교육’ 편에서 김누리 교수는, 독일교육엔 없고 우리교육엔 있는 경쟁교육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경쟁 문화에 대해서도 "경쟁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이지 그것이 정의라거나 반드시 필요한 무엇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 JTBC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돼요. 저는 대서양 건너편 나라에 있는 학교에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 바로 여기, 바로 지금까지입니다.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한 내용 일부다. 툰베리는 어른들, 그것도 각국 정상들 앞에서 '어떻게 감히' '어린 시절을 빼앗'았느냐 호통쳤다.

툰베리의 시작은 '결석'이었다. 16세의 툰베리는 2018년 8월부터 금요일마다 학교를 빠지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그 행동은 스웨덴 청소년들과 전 세계 청소년들을 움직였다. 세계 곳곳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른들은 더이상 비겁한 변명 뒤에 숨어 있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 대한민국 어른들은 환경문제에 관하여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특히 '교육'에 있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최근의 '김누리 신드롬'은 그 부끄러움과 맥이 닿아 있다.

지난 2월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 : 새로운 나라를 만든 독일의 교육>에서 경쟁을 금하는 독일 교육과 경쟁 일변도의 우리 교육을 비교하며 우리의 현 교육을 '반(反)교육'이라고 단언했다.

김누리 교수는 독일문학 전공자가 교육에 대해 발언을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해방의 역사는 자기해방의 역사로 흑인해방은 흑인이 했고 여성해방은 여성이 했듯 청소년해방도 청소년들 스스로 해야 한다고, 그리고 청소년들이 해방에 나선다면 어른들이 연대할 것이고 연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해방'을 위한 자발적인 청소년단체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동갑내기인 정예현, 길경준 두 공동대표는 최근 '교육혁명플랜'이란 이름의 단체를 만들고 청소년회원 모집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부에 바쁜 이들이 시간을 쪼개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두 공동대표와 온라인 등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정예현, 길경준 두 공동대표와의 1문1답.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단체 '교육혁명플랜'이 청소년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 교육혁명플랜

 
- '교육혁명플랜'이란 단체를 만든 이유는?
정예현 : "공부만 하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날들이지만 문득문득 고등학교 시험 성적으로 남은 인생이 결정되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내가 하는 공부가 과연 제대로 된 공부인가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차이나는 클라스>를 봤는데 김누리 교수님께서 지구 저편엔 경쟁이 당연하지 않은 나라들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충격이었습니다.

또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청소년이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이 됐습니다. 청소년들이 주체가 된 교육혁명. 그것만이 답이고 누군가는 나서야 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온라인으로 청소년단체 조직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경준 : "저 역시 김누리 교수님의 영향이 큽니다. 김누리 교수님의 강연을 보고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듯했습니다. 지금껏 저의 가장 가까운 문제를 깊게 고민하지 못했음을 반성했고 동시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교육혁명을 위한 청소년단체 조직을 추진하는 정예현 공동대표를 알게 되어 그 시작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 우리 교육의 문제를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우리교육의 무엇이 문제인가?
정 : "대한민국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오직 대입만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대입이 반드시 필요한 청소년도 있을테고, 그렇지 않은 청소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대학만을 위해 달릴 것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은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이 그저 달립니다. 진정 삶을 의미있게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다 제쳐두고 말이죠. 좋은 대학에 가기만 하면 인생이 꽃피는 것도 아닌데 너무도 모순적이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길 : "우리 교육의 문제를 세세하게 나열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다 문제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통 세상이 난리가 나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관심 갖는 것은 오직 '공부'이고 '성적'입니다. 이게 정상인가요?

저는 어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같은 청소년인데 독일 청소년들은 행복하고 우리는 불행해야 하나요? 왜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시험준비만 하며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나요?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자살을 하고 자해를 하고 있는데도 대체 왜 어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가요?"
     
- '교육혁명'을 하자고 하는데 단체가 목표로 한 교육혁명이란 무엇인가?
정 : "우리 청소년들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다양한 청소년들의 서로 다른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생각들을 모두 억제한 채 오직 하나의 답만을 요구하는 시험으로 청소년들을 상품처럼 등급화합니다. 저는 이것에 반대합니다. 또 대학입시가 교육을 좌우하고 명문대학에 가고 못 가고가 남은 인생 전부를 결정해버리는 지금 우리나라의 방식은 교육 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그런 '가짜 교육'이 아닌 '진정한 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혁명'입니다. 모든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배우고 싶은 것을 맘껏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가 진정으로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 입시중심이 아닌 인간중심으로 교육의 방향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우리의 '교육혁명'입니다."

길 : "20년 시험공부가 나머지 80년을 재단하는 나라. 국영수 오지선다로 인생이 결정되는 나라. 청소년 행복지수가 바닥을 기는 나라.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 모습입니다. 한국전쟁 후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만한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교육만큼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 우리사회는 상처투성입니다. 더이상 20세기 근대교육의 방식으로는 미래 사회를 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경쟁교육을 지양하고 연대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우리 단체가 지향하는 '교육혁명'입니다."

- 줄세우기와 경쟁이 그릇된 것이라 하더라도 당장 대학서열이 없어지거나 대학입시가 없어진다면,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들을 참고 시험공부에 열중해온 청소년들이 배반감을 느끼지 않을까?
정 : "지금까지 '줄세우기 교육'에 발맞춰 보다 앞쪽에 줄서고자 노력해온 청소년들 모두가 과도한 경쟁 교육의 희생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청소년들은 희생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희생도 존중해야 하니 '가만히 있으라'고 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교육이 잘못된 것임에도 잘못된 교육에 적응해온 수많은 이들이 있으니 이 교육을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자고 한다면 그것이 더 무책임한 일 아닐까요?"

길 : "'교육혁명'이 실현된대도 지금 당장 모든 청소년들에게 영향미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줄세우기 교육에 순응해온 청소년들의 신뢰 문제도 있고 지금까지 100년간 계속되어온 경쟁교육을 한순간 멈출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고3에게, 고등학생에게 적용되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 청소년들이 현재의 우리 교육의 문제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잘못된 교육이 잘못된 교육이라고 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정·길 : "일단 교육혁명을 갈망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나아가 청소년들과 정치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려 합니다. 결국 정책결정자와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교육혁명이라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청소년들도 고3 시기인 만18세부터 투표권이 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청소년들을 보다 행복하게 하기 위해 교육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청소년들은, 청소년 한 명 한 명의 교육다운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나서는, 그렇게 청소년들을 진정으로 해방시키는 정치인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입니다.

우리 단체는 정치인들이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해 나서라고 구체적인 요구들을 하는 한편, 우리를 위해 행동하는 이들은 응원하고 그 반대의 이들은 비판하는 활동들도 할 계획입니다."   

- 대학입시 부담이 큰 고2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해도 괜찮은지 걱정스러운데?
정 : "대학입시는 저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대학에 진학해 하려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활동도 저에겐 너무나 중요합니다. 교육혁명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때에만 현실이 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청소년 누구라도 먼저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현실을 고려해,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와 이 활동을 병행하려 합니다."

길 : "오히려 학업을 포기하고 입시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면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은 청소년을 더 어린 존재로만,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순진한 존재로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단체가 전개하려는 활동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피하기 위해, 또 앞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학업과 활동을 병행해나갈 것입니다."

- 기사를 읽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 : "우리는 공부하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게 아닙니다. 그 사실을 청소년들과 비청소년들(어른들)이 반드시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어른들은, 우리가 철없다고 말하기 앞서 객관적인 지표들부터 봐줬으면 합니다.
   
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고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데 여기엔 분명 교육의 문제가 크게 담겨 있습니다. 이런 객관적 기표들만 봐도 우리 교육은 충분히 문제적입니다. 그럼에도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의 활동을 막연히 철없다 비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길 : "올해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해입니다. 대한민국의 본질적인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에서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지난 100년보다 더 나은 100년을 만들기 위해서 청소년과 비청소년 할 것 없이 모두 교육혁명에 나서야 합니다. 이 기사를 읽는 청소년들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또 저희 청소년들의 시작에 대한 비청소년들의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고2 동갑내기인 정예현, 길경준 두 학생들이 청소년들의 자발적 단체 '교육혁명플랜'의 청소년회원 모집에 나섰다. ⓒ 교육혁명플랜

        
16세 툰베리의 매주 금요일 1인시위. 그 시작은 미약했지만 결과는 창대했다. 전세계 청소년들이 거리에 나섰고 동시에 전세계 어른들이 부끄러움 속에서 동참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교육혁명플랜'이란 이름으로 정예현, 길경준 17세의 두 고등학생들이 혁명동지가 될 청소년들의 모집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0년의 반교육을 제발 그만 해야 한다. 새로운 인간다운 교육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교육혁명의 플랜을 짜보자고 전국의 청소년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과연 이들이 우리사회의 청소년들을, 또 어른들을 흔들며 새 시대의 새 역사를 함께 쓸 수 있을까? '교육촛불'이 지금 마악 피어나고 있다. 그것이 교육혁명의 거대한 횃불이 될지 금새 꺼지고 마는 불씨에 지나지 않을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린 듯하다.

지금까지 청소년들의 인터넷 공간 등을 충심으로 청소년회원(활동가) 충원을 해온 '교육혁명플랜'은, 13일 각 언론사에 단체의 시작과 청소년회원(활동가) 모집을 알리는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냈다. 동참을 원하는 청소년들은 31일까지 위 포스터에 게재된 이메일들로 이름, 나이, 연락처 등을 제출하면 된다. 학부모, 교사 등 비청소년들의 참여에 관하여도 추후 전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교육혁명플랜'의 정예현, 길경준 두 공동대표는 소속 학교와 사진 등의 공개를 허락했으나 고등학생 신분으로 현 교육제도를 비판하는 이들의 용기와 순수가 행여 왜곡될까 걱정되어 이 기사에서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교육혁명플랜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여 단결하라 #김누리 교수 #대학입시폐지 #대학서열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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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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