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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가 취재 과정에 협박 안 했다면 정당?"

[인터뷰]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기자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

등록 2020.07.07 11:11수정 2020.07.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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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서 열린 종합편성채널 채널A 협박성 취재 및 검찰-언론 유착 의혹 사건 관련 추가고발 기자회견에서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월 31일, MBC 보도를 통해 채널A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검사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초유의 '검찰과 언론사 간 유착 의혹'에 대해 유 이사장은 4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이거 안 밝혀진다고 봐요. 왜냐하면 (검찰이) 증거인멸에 관해선 도사들이잖아요"라고 말했다. 

4월 6일, 결국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서중 민언련 공동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며 "채널A 기자의 행동은 언론인으로서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은 이 상황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짚지 않고 사실관계에 대한 추가 취재 없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대립만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진짜 검언유착이 있었는지는 기자들의 관심사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결국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말대로 검언유착 의혹은 밝힐 수 없는 것인가? 검찰이 검찰의 일을 하라고 고발한 김서중 민언련 공동대표를 지난 1일 성공회대 교수 연구실에서 만나 향후 전망과 언론의 자정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정치적 의도 관철하려는 과정에 언론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 이현주

 
- 최근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언론학자로서 그리고 언론개혁운동을 하시는 입장에서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언론계의 입장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취재 윤리 위반'과 '언론의 정파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입장에서 취재원에게 대답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원을 협박한 것은 명백히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이죠. 공권력도 강압수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업무에 일정 부분 공적 성격이 있다 하더라도 하물며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기자가 취재원을 위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가정을 해보면, 이 사건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정보를 캐내어 기사화하는 과정에 생긴 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폭로저널리즘이라고 부릅니다. 채널A 기자는 정당한 폭로를 한 것이라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채널A 기자가 취재 과정에 협박을 안 했다면 그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지금 언론에서 물타기를 하고 있는 부분이 이 문제입니다. 채널A도, 검찰도 관여하지 않았다. 오직 기자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보는 관점입니다. 그런데 녹취록에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특정 세력을 향한 의도적 취재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기자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조국 사건 보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건의 진실과 법적인 처리 과정을 떠나 조국과 그 가족에 대한 수십만 건의 보도를 통해 조국의 문제는 정치 쟁점이 되었고 결국에는 여권에 정치적 타격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유시민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신라젠 사건에 대한 진실과 무관하게 유시민 사건이 기사화가 되었다면 그 결과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특정 언론이 상징적인 정치권 인사를 골라 공격하게 되면 그 진영 전체를 공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저는 채널A와 기자가 이 부분을 충분히 알고 혹은 고의적으로 취재를 했다고 의심합니다.

제 의심보다 더 확실한 것은 조국 보도, 한명숙 사건 보도 등 기타 여권 인사나 정책에 대해 특정 언론이 지금까지 보여준 정파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을 공격하여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관철하려는 일련의 과정에 언론이 주체로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 그렇다면 법적으로는 무엇이 문제인가?
"법적으로는 이 문제가 강요미수죄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민언련에서는 협박죄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사안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해 강요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무리 재소자라 하더라도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대방의 발언이나 요구에 의해 행동하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또 애초 채널A 기자가 협박한 행위가 협박으로서 힘을 가지려면 성명불상(당시 이름이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추론 상태였기 때문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명확히 특정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함-기자 말)의 검사가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기자만이 아니라 성명불상의 검사를 협박죄로 고발했지요.

지금 한동훈 검사가 혐의를 부인하고 수사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수사자문단, 수사심의위 소집 등 논란이 있습니다. 한동훈 검사가 수사가 부적절했다고 주장해서 시작된 것이지요. 한편 반대쪽에서는 한 검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방해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요.

하지만 지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수사팀이 충분한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는 시점에 증거를 가지고 혐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만약 지금 자신은 관여된 바가 없다고 한 검사가 주장한다면 당연히 채널A 기자를 사기죄로 고소해야 하지 않을까 봅니다. 그러면 법적으로도 명확해지겠지요. 왜 이 기자를 고소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고발하고 재판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언론 자유의 침해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언론이 정부와 다른 정보나 이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를 탄압하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정파적 의도를 가지고 위법한 방식으로 취재한 것을 수사해서 적법하게 처리해달라는 것이 고발의 본질입니다. 이것이 언론 탄압, 표현의 자유 침해라면 언론은 성역이라는 뜻인데 그거를 수용할 수 있을까요?"

"부당한 방법으로 취재하면 안 된다는 저널리즘 원칙"

- 법정에서는 독수독과 이론(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하여 발견된 제2차 증거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이 있는데 언론계는 비슷한 취재 윤리가 있나?
"법정에서도 독수독과 원칙이 있긴 하지만 조건에 따라서 그리고 진실이라면 증거로서 능력을 인정하기도 하지요. 언론도 마찬가지죠. 위법하게 취재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이고 사회정의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정보를 사용한 기사의 의미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당한 방식으로 취재하는 것이 대개 기사나 프로그램의 진실성을 떨어트리거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금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독수독과처럼 명문화된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취재하면 안 된다는 저널리즘 원칙이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이 신문윤리강령이며 이를 바탕으로 신문윤리실천요강, 각종 보도준칙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중 이번 사안과 관련돼서 취재원에게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신문윤리실천요강 2조 취재준칙'에 잘 명시되어 있습니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개인 또는 단체를 접촉할 때 필요한 예의를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인 또는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기자는 취재를 위해 개인을 위협하거나 괴롭혀서는 안 된다."

- 언론이 이렇게 취재원칙도 지키지 않고 정파적 기사를 생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민언련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
"최근 가짜뉴스, 허위보도 등으로 피해를 준 언론사에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입법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는데, 민언련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없고 내부 논의 중입니다. 하지만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논의되었는데 그때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여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습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허위보도나 가짜뉴스는 정신적·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만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죠.

민언련 공식 의견이 아니라 개인 의견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지 말자고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낮은 수준의 양형이나 배상 판결을 하고 있는데 먼저 법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법적 최고를 제대로 적용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때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비판의 의미 퇴색시키기 위해 민언련을 좌파단체로 규정"
 

"언론은 진실에 기반해 기사를 써야 하지만 자사의 이익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사실의 일부를 가지고 중요한 진실의 일부인 양 진실을 왜곡해왔습니다." ⓒ 이현주

 
- 민언련은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말>지를 통해 보도지침 사건을 폭로하는 등 대안언론, 비판언론으로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기자들이 자발적 협력구조를 통해 사실 왜곡에서 편향 보도, 사건 조작까지 하고 있다. 앞으로 민언련을 비롯한 언론개혁 운동의 방향은 어떠한가?
"언론은 진실에 기반해 기사를 써야 하지만 자사의 이익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사실의 일부를 가지고 중요한 진실의 일부인 양 진실을 왜곡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언론은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지만 언론의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2가지 방법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잘못된 언론을 비판하여 사람들이 어떤 언론이 나쁜 언론인지 인식하게 하고 계속 잘못을 저지르면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하는 것입니다. 민언련은 이를 위해 모니터링 등 다양한 감시 활동을 통해 잘못된 내용을 비판하고 그것을 개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좋은 언론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이 좋은 기사와 프로그램을 소비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민언련은 좋은 프로그램과 기사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달의 좋은 보도상', '올해의 좋은 보도상'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 미디어 캠프', '시민기자 양성을 위한 글쓰기 강좌' 등을 개최하여 시민언론교육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민언련은 언론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좌파 단체라고 규정하며 그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민언련을 좌파 단체라고 규정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민언련은 언론을 비판 감시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정파성을 띠지 않기 위하여 끊임없이 자기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언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언론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냅니다. 비판하다 보면 흔히 보수언론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정파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 비판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점 때문에 외부에서 민언련을 진보적인 단체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민언련을 좌파 단체라고 규정할 수 없습니다.

민언련을 좌파 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비판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민언련의 비판이 틀렸다고 논쟁해야 하지만 민언련이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죠. 그래서 그들은 우리의 주장을 정파적 주장이라고 얘기하며 비판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거죠."
#민주언론시민연합 #검언유착 #김서중 #언론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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