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 14:12최종 업데이트 20.07.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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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방에 새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다. 새집증후군 대책은 마련된 것일까? ⓒ 최병성

 
2019년 8월 13일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경기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소년 중에 2018년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비율은 알레르기비염 39.7%, 아토피 피부염 25.7%, 천식 9.1%이다. 이는 청소년 2.5명 중 한 명은 알레르기 비염, 4명 중 1명은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 받는 심각한 현실을 보여준다.  

삼성서울병원 아토피 환경보건센터가 조사하고 환경부가 발행한 <아토피 질환 예방관리 총람>(2012.1)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 질환자 수가 2010년 현재 879만 명이고, 연간 치료비가 6611억 원에 이른다. 센터 측은 아토피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 아토피 질환의 발병 원인에는 유전 요인보다 환경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환경부의 <아토피 질환 예방관리 총람>(2012.1)에서는 아토피 질환 발생 증가가 유전 요인보다 환경 요인이라며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아토피 질환의 유병률 조사를 위해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1995년, 2000년, 2010년에 3회에 걸친 전국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천식,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등의 질환 유병률이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토피 질환의 증가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토피 질환의 발생에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관여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지난 20년간 급격한 유전자 변화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아마도 환경적 변화가 아토피 질환의 발생 증가에 주로 기여했으리라 추정된다.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 아토피 질환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환경요인을 규명하고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새집증후군

시골집으로 내려가면 아토피 질환 증세가 사라졌다가도 새 아파트로 돌아오면 다시 발병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아토피 질환에 끼치는 환경 요인 중 오늘날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 바로 새 아파트(새집증후군)다.  


포름알데히드, 나프탈렌, 아크릴아미드, 메틸알코올, 시클로헥산, 아크릴로니트릴, 황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발암 물질들과 시력을 멀게 하고 중추신경 장애 등을 유발하는 유독 물질들이다. 이런 발암물질과 유독물질들이 새 아파트 건설에 사용되고 있다. 새 아파트로 인한 아토피 질환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자 정부는 화학물질을 내뿜는 가구·장판·벽지·소파 등을 국민들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런데 가구와 장판과 벽지와 소파 등이 아토피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의 전부일까? 아토피 질환 유발 물질인데도 정부 대책에서 빠진 중요한 물질이 있다. 새집의 근원 물질인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혼합할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인 '콘크리트 혼화제'다.

시멘트 문제는 그동안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다. 국내 모든 시멘트 공장들은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에 소각재, 분진, 하수 찌꺼기, 공장의 오니, 반도체공장의 찌꺼기,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등 온갖 산업 쓰레기를 혼합해 태운다. 산업 쓰레기에서 나오는 유독물질이 100% 사라진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시멘트에는 인체에 유해한 발암 물질과 유해중금속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시멘트에 모래와 자갈과 화학물질을 혼합하여 만든 콘크리트를 운반하기 위해 모여있는 레미콘 공장의 모습. ⓒ 최병성

 
'쓰레기' 시멘트보다 더 심각한 아토피 질환 유발 물질은 콘크리트 혼화제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을 혼합해 만든다. 이때 물과 함께 콘크리트 혼화제라는 화학물질이 첨가된다. 물로만 혼합하면 레미콘공장에서 아파트 건축현장까지 이동하는 중에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콘크리트가 쉽게 굳어버리는 것을 조절해주고, 질기를 고르게 하고, 콘크리트 안의 철근 부식을 억제하고, 겨울철 공사 때 내동해성을 향상시키고, 콘크리트 안에 기포를 발생시켜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주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하는 화학물질을 콘크리트 혼화제라고 한다.   

콘크리트 혼화제의 성분

국내 콘크리트 혼화제 생산 1위 기업인 S사가 2013년 자신들이 사용하는 30여 가지의 화학물질 중에 환경부에 신고한 화학물질 배출 목록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 나프탈렌, 아크릴아미드, 메틸알코올, 시클로헥산, 황산 등이 포함되어 있다. 포름알데히드와 나프탈렌과 아크릴아미드는 발암물질이다. 특히 포름알데히드는 새집증후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물질이다. 

콘크리트 혼화제의 주요 용매제로 사용하는 메틸알코올은 눈이나 피부에 심한 손상을 일으키고, 장기간 반복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와 소화기계 장애, 시신경 손상 등을 유발하는 유독 물질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시력을 잃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메틸알코올은 자동차 유리 세정제의 원료로도 쓰인다. 메틸알코올이 운전자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일자 환경부는 2017년 4월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실명 위험이 있는 메틸알코올을 이용한 자동차 워셔액을 '위해 우려제품'으로 지정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은 2017년 8월 2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을 개정해 2018년부터 메틸알코올이 들어간 워셔액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렇듯 자동차 운전자의 건강을 우려해 사용 금지된 메틸알코올이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새 아파트를 지을 때 콘크리트 혼화제의 주요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S사가 사용하는 30여가지의 화학물질 중에 환경부에 신고한 포름알데히드와 나프탈렌과 메틸알콜 등 2013년 자료 ⓒ 환경부

 
이뿐만이 아니다. 콘크리트 혼화제의 주요 용매제 중 하나인 아크릴아미드(acrylamide)는 말초신경, 시신경, 중추신경의 손상을 가져오고, 알레르기 피부반응을 일으키며,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키는 발암 물질이다. 시클로헥산(Cyclohexane) 역시 중추신경 마비, 피부 자극을 일으키는 유독 물질이다.

아직 도배 장판을 시공하지 않은 새 건축물에 들어가면 눈과 목이 따갑고 가려운 이유가 콘크리트 혼화제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 사실을 간과해왔다.

S사는 자신들은 혼화제 제조에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2015년 필자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4억 2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내가 포름알데히드 문제를 지적하기 바로 두 달 전인 2014년 10월 포름알데히드 혼화제 제조 장비를 다른 업체에 팔았기에 내 말이 허위라는 것이었다.

경찰서와 검찰에 오랜 시간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고소인의 연구소 연구원이 2016년 검찰에 출두해 검사의 추궁에 '포름알데히드 혼화제 제조 장비를 판매해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포름알데히드 혼화제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2017년 재판 증인으로 나왔을 때도 위와 같이 말했다. 
 

S사 연구원이 검찰에서 포름알데히드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지는 않으나 구입해서 팔고 있다고 말한 진술서. ⓒ 검찰 진술서

 
'만들지는 않지만, 사용하고 있다.' 결국 포름알데히드 발암물질로 만든 콘크리트 혼화제가 지금도 여전히 새 아파트 건축 현장에 사용하고 있음은 달라진 것이 없다.

혼화제를 플라스틱에 보관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연구원은 혼화제는 비누나 샴푸같은 계면활성제로 플라스틱 통에 보관 가능할 만큼 안전하다고 답을 했다. 이들의 주장처럼 혼화제가 정말 샴푸처럼 위험이 적은 물질일까?

다양한 콘크리트 혼화제 샘플을 구입하여 집에 보관했다. 얼마 뒤 베란다 사물함을 열어보는 순간 평생 처음 보는 끔찍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혼화제 중 터널 공사 등에 사용되는 액상급결제 통이 완전히 삭았다. 두 회사 제품을 보관 중이었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아파트 건축에 사용되는 혼화제는 안전할까? 샘플 통에 가득 채워놓았는데 텅텅 비었다. 샘플통을 들어 보았다. 밑바닥을 삭이고 그 틈으로 모두 사라졌다. 플라스틱 통을 삭이고 증발하는 유독성 화학물질로 만든 혼화제가 새 아파트에서는 과연 안전할까? 
 

샘플을 담아둔 플라스틱 통을 완전히 삭게하고 박살난 터널공사용 혼화제인 액상급결제(사진 위)와 통 바닥을 삭인 후 사라져 버린 새아파트 건축용 혼화제 (사진 아래) ⓒ 최병성

  
일본의 5배인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2005년 3월 KBS 환경스폐셜 '콘크리트 생명을 위협하다'에서 콘크리트 건축물의 위험성이 방송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새집증후군의 원인을 가구나 벽지 등에서 찾았다. 그러나 가구나 벽지 등이 없는 콘크리트만으로 만들어진 실험동에서 휘발성유기물질이 일본보다 무려 5배 이상 검출되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콘크리트 혼화제는 화학물질 기준이 없고, KS규정에 발암물질 기준이 없다'고 시인했다. 현재도 관련 규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파트 값이 날로 치솟는 아파트공화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요즘 편의점에서 0.5리터짜리 작은 생수 하나가 900원에 판매된다. 그런데 다양한 화학물질로 만들었다는 '콘크리트 혼화제'라는 제품의 가격은 1리터에 400원에서 1200원에 불과하다. 콘크리트 혼화제를 유독물질인 값싼 화학물질들과 종이 및 석유화학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액상 쓰레기로 만들기 때문이다.

아파트 건축 시 콘크리트 혼화제는 시멘트 사용량의 0.5%에서 최대 1% 미만의 비율로 사용된다. 레미콘 공장에 문의한 결과 32평 아파트 건축에 필요한 콘크리트 혼화제 비용은 많아야 20만 원이 되지 않는다. 

32평 아파트 건축에 들어가는 총 시멘트 비용은 150만 원~200만 원에 불과하다. 아파트 매매가가 최하 3억 원이라 할 때 아파트 건축에 들어간 시멘트 값 150만 원은 아파트 매매 비용 3억 원 중 0.5%에 불과하다.

32평 아파트에 시멘트 값 150만 원과 콘크리트 혼화제 20만 원을 합하면 총 170만 원 정도가 된다. 우리는 비싼 아파트 비용을 지불하고도 1%도 되지 않는 쓰레기 시멘트와 발암 물질로 만든 콘크리트 혼화제로 인해 아토피와 새집증후군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동안 수출하는 자동차에는 에틸알코올 워셔액을 제공했지만 국내에서는 메틸알코올 워셔액을 썼다. 국내엔 메틸알코올 규제 기준이 없었고, 자동차 워셔액을 메틸알코올에서 에틸알코올로 만들려면 비용이 비싸 불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여론에 밀려 메틸알코올 워셔액 제조를 금지하자 지금은 에틸알코올 워셔액이 메틸알코올 워셔액만큼 저렴해졌다.
 

에틸 알코올 워셔액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가격이 비쌌으나 지금은 메틸 알코올은 사라졌고, 에틸 알코올로 제조한 워셔액이 메틸 알코올 워셔액만큼 저렴해졌다. ⓒ 최병성

   
150만 원의 시멘트 값 중 20~30%인 30~50만 원만 추가하면 쓰레기를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만들 수 있다. 32평에 고작 20만 원에 불과한 발암 물질과 유독 물질로 만들어지는 콘크리트 혼화제 역시 조금만 더 비용을 지불하면 안전한 화학물질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관리 부재다. 정부가 관리 기준을 만들면 기업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 다음 편에는 콘크리트 혼화제 안전 기준이 전무하고 담당 부서도 없는 정부의 관리 부재 실태를 고발하는 기사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에는 필자의 책 <일급경고>의 4장을 보완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일급 경고 - 쓰레기 대란이 온다 그 실상과 해법

최병성 (지은이), 이상북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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