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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잡으려다 사면초가... 독이 된 윤석열의 입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무력화 된 '스모킹 건'

등록 2020.07.05 18:07수정 2020.07.0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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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은 2019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법사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이희훈

 
작금의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결정적 장면들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19년 8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언론의 독한 검증이 펼쳐졌다. 조 후보자 자녀들의 입시 관련 의혹이 터져 나왔다. 당시 후보자였던 조국 전 장관 동생의 웅동학원 횡령이나 5촌 조카가 연루된 사모펀드 의혹 등 그야말로 '조국 일가족'이 탈탈 털렸다.
 
"조국 수석과 가족에 대한 수사를 재배당하고 압수수색을 준비하다. (8월 20일) 검찰 핵심들이 도처에 전화를 걸거나 사람을 보내 '조국 장관은 안 된다. 낙마시켜라' 라고 협박을 하기 시작하다. (8월 23일) 마침내 압수수색에 들어가고 그 뒤 청와대와 법무부에 통보하다. (8월 27일)" - 5일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페이스북 글)

당시 법무부와 검찰 내 상황에 밝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당시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 8월 27일이 '조국 사태'의 시작이었다. 검찰이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법무무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국정농단 수사나 삼성 수사를 능가하는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역사적인 날이었다.

최근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2019년 8월 27일)이 "재임 동안 제일 실망스러운 날"이며 "그날 검찰의 민낯을 봤다"라고 회고했다. 압수수색 사실을 8월 27일 아침 일찍 법무부로부터 보고받고서야 알았다는 박 전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윤 총장을 직접 불러 만났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에 따르면, 당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던 '조국 딸 입시비리' 의혹엔 일절 관심도 없었다던 윤 총장이 내세운 '조국 사태'의 '스모킹 건'은 이랬다고 한다.

"(윤 총장의 의도는) '부부 일심동체다. 민정수석이 그런 거(사모펀드) 하면 되느냐'는 것이었죠. 도덕적 판단부터 시작해 가지고 법적으로도 문제라는 것이었고요. 결론은 '조국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안 맞다'는 거죠. (윤 총장이) 낙마라고 이야기해요. 법무부 장관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스모킹건,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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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진은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부부일심동체로 사모펀드나 하는 조국 후보자를 인사청문회 전까지 낙마시켜야 한다.' 윤 총장을 직접 대면했다는 박 전 장관이 증언한 윤석열 총장의 의도는 이렇게 요약된다. 박 전 장관은 이를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으로 도전한 '정치행위'로 규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조국 사태'란 명명을 '검찰 쿠데타'로 정정하자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반면 대검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검찰총장 발언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라면서 전면 부인했다. 또 대검은 박 전 장관이 당시 "(조국 후보자의) 선처를 부탁"했다며 당사자 둘만 알 수밖에 없는 진실 공방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사모펀드' 의혹과 '인사청문회 전 낙마'란 윤 총장의 의도를 연결시키면 모든 게 설명된다. 이후 정경심 교수의 '소환 조사' 없는 무리한 기소도, 100여 명에 이른다는 전방위적인 참고인 조사도, 혐의가 나올 때까지 강제로 수사하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까지도. 하지만 '가족펀드' '사모펀드' 의혹을 입증할 만한 진짜 '스모킹 건'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2019년 10월 27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신만만했다

"'검찰이 한 달 넘게 수사했는데 나온 게 없다', 이런 말들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쪽에서 많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말 자체가 이미 수사 내용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틀어막았다는 것입니다. 수사 결과가 없는 게 아닙니다."

'조국 사태'는 하명 수사 의혹이나 감찰 무마 사건으로 확대됐다. 2019년 말, 겨우 조 장관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때까지, '윤석열 검찰'의 폭주는 멈출 줄 몰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 후 검찰 인사 등으로 제동을 걸었지만, 검찰이란 성채 안에서 윤 총장의 위상은 굳건했다.

그리고, 지난 6월 30일 윤 총장이 자신했던 '스모킹 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의 횡령 범죄 등에 대해 "권력형 범죄의 근거가 없다"라고 판단 내렸다. 정경심 교수를 '가족펀드' '사모펀드' 의혹의 '수괴'로 몰고 가면서도 제대로 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검찰에 재판부가 사실상 '윤석열 검찰이 틀렸다'고 선언한 것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결정적인 추가 증거나 증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조씨 1심 재판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씨 1심 결과가 향후 정 교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리란 것은 당연지사다.

지난해 8월 27일 이후 '조국 사태'를 둘러싼 검찰의 알리바이가 돼줬던 사모펀드 의혹이, 윤 총장의 '스모킹 건'이 무용지물이었음을 사법부가 확인시켜 준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보수적 법학자로 손꼽히는 성신여대 법학과 김봉수 교수는 5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조씨의 1심 결과 이후를 이렇게 전망했다.

"그러므로 조국 부부가 사모펀드 투자를 넘어 운영에 직접 관여하였는지는 조국 사건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지난 6월 30일 중앙지법은 사모펀드 운영 과정에서 일어난 횡령 등의 사건에 관하여 조국 부인 정씨의 공범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향후 조국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검찰이 위기에 처했다. 검찰이 제출했거나 제출할 증거를 보지 않고 전망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유재수와 조범동에 대한 판결은 조국 측에 유리하게 나왔다. 그것만 가지고 전망한다면 대부분 무죄로 끝나고 사소한 죄, 이를테면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한 사건 정도가 유죄가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조 전 장관이 법적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의심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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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7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회의장 앞에서 당시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총괄지휘한 한동훈 검찰 반부패강력부장과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윤 총장의 '스모킹 건'이 법적 동력을 상실해 버렸다. 그런 와중에, 위기에 처한 윤 총장을 벼랑 끝으로 내몬 사건이 채널A 기자와 윤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과의 '검언유착' 의혹이라는 점은 '조국 사태'의 또 다른 핵심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검찰은 '조국 일가족' 재판 과정에서 각종 의혹과 관련한 방대한 언론보도를 주요 증거로 제출했다. 지난 1년 간 검찰의 '입'에 매달린 언론들이 쏟아낸 기록적인 보도량은 검찰이 의도한 '조국 사태'의 결과이지 원인이 될 수 없었다.

특히 조씨의 1심 결과를 보면, 언론보도 역시 '허술한 법적 토대 위에 벌인 검찰 수사'를 덮을 수도 없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빈약하다는 진실'을 가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친절하게 알려준 셈이 됐다.

'위기의 윤 총장'이 법적 실효성도 없는 전국 검사장 회의까지 소집하게 만든 '검언유착' 사건은 사필귀정이자 인과응보의 귀결이라 할 만하다. 지난 1년 간 언론보도를 등에 업고 여론을 뒤흔들고 보수야권의 대선주자 후보 1위로 떠오른 윤 총장이 언론과 최측근의 유착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빠졌으니 말이다. 이를 두고 최근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제기한 의심은 경청할 만하다.
 
"최측근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안이므로 오해를 피하고자 회피 선언을 하고 관여치 않아야 할, 2013년 상부의 수사방해에 맞서 항명 파동으로 징계까지 받은 총장님이 감찰본부의 반발에도 진정서 재배당을 시도하였고, 신청권 없는 채널에이 기자 측의 전문자문단 소집 요청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인데 이어, 수사 중인 중앙지검의 반발을 초래하는 무리한 조치를 연이어서 하는 걸 보니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실제 관여하였고, 심지어 총장님 역시 무관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꾸 커져 조마조마한 심정입니다."

일련의 윤 총장의 '한동훈 검사장 구하기'는 '도대체 윤 총장은 왜'라는 정당한 의심을 넘어 '윤석열 총장까지도...'라는 의심을 자처하게 만드는 무리수로 보인다. 일부 언론이 만드는, '추미애 장관으로부터, 정치권력으로부터 탄압받는 검찰총장' 이미지에 기댄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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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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