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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애들이 저래도 돼요?" 학교 방역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코로나19 학교 방역기 ⑦] 내가 말하는 최선이 정말 최선일까

등록 2020.07.02 15:09수정 2020.11.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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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대전시 동구 천동 대전천동초등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학교 시설을 방역 및 소독하고 있다. 대전시는 전날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일주일 14시간 이내에서 방역을 도와주는 방역 요원이 배치되었다. 방역 요원이 담당할 업무를 정하기 위해 선생님들에게 힘든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선생님들은 처음엔 코로나19에 걸릴까 두려웠는데 방역이 잘 되고 해서 지금은 그렇게 두렵지 않다고 했다.

또 막연히 알고만 있고 해 본 적도 없으며,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던 원격 수업도 이젠 괜찮다고 했다. 물론 길어질수록 그 한계, 특히 인성 지도가 걱정되지만... 혼란스럽게 시작된 원격 수업이 어느덧 석 달 가까이 지나니 시스템은 안정이 되었고, 몇몇 분은 '프로'가 되시기도 했다. 방역 지도 역시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공포감도 줄었고, 계속하다 보니 숙련도 돼서 그리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럼 방역 요원에게 어떤 일을 맡겨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학교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등교부터 하교까지 학생들의 활동도 점검해 보았다. 역시 부족한 부분은 해도 해도 끝없는 소독과 질서 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방역 TF 팀 회의에 참석했다. 다들 무표정이다. 모두 힘들구나 싶었다.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 날이 계속될수록, 금방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질수록 선생님들의 말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어쩜 이 무력감이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행정실장은 왜 14시간이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15시간이 넘으면 4대 보험 등에 문제(?)가 발생해서 그렇다고 했다. 방역 요원을 지원할 테니 학교에서 뽑으라는 공문이 왔을 때, 난 지원자가 없을 줄 알았다.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이라 아무나 뽑을 수도 없었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있는 학교는 항상 인력 채용에 애를 먹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구했단다. 그것도 채용 공고를 내고 이틀 만에. 생각보다 쉽게 구한 것이 이상해 행정실장에게 물어보았다.

"실장님, 어떻게 구했어요? 난 못 구할 줄 알았는데... 전에 강사 구할 때 결국 못 구한 적이 많았잖아요."
"그러게요. 저도 못 구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원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각 학교들이 원격 수업을 하는 바람에 학교에 고용되어 있던 방과 후 학교 강사들이 실업자 상태라네요. 그분들이 지원을 많이 했어요."


믿을 수 있는, 검증된 분이 오신다니 다행이었다.

"원격 수업 힘든 것만 생각했지 원격 수업으로 생계 문제가 생기는 건 생각도 못 했네요."
"그러게요. 채용한 두 분 모두 학교 근무 경험이 있어 쉽게 적응하리라 싶어요."



방역 요원들께는 선생님들이 힘들어하는 점심시간 발열 체크 그리고 학교 이곳저곳의 소독을 부탁하기로 했다. 제한된 시간 등으로 큰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되지 않았지만, 선생님들에게 '당신들이 고생하는 거 잘 알고 있다'는 위안은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질서 지도를 맡은 방역 요원에게 학교 안내도 하고, 또 여러 상황 발생 시 조치 사항을 이야기하며 3학년들이 있는 교실로 들어섰다.

"선생님, 애들이 저렇게 모여있어도 돼요?" 

방역 요원 선생님의 물음에 뭐라 답해야 하나 난감했다. 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왜 가만있냐는 이야기였다. 물론 철저하게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일이 지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았다. 무슨 수로 혈기왕성한 중학생들을 하루 여섯 시간이나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그런 방법이 있다 해도 그랬다간 아이들은 견디지 못하고 병이 나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 역시 등교 수업이 시작되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고민이었다.

"선생님, 현실적으로 한 교실에 30명 이상, 한 층에 300명 가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철저한 방역은 어려워요. 다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할 뿐이죠. 저도 고민 고민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최선은 아픈 학생 사전 파악해서 쉬게 하기, 마스크 벗지 않기, 신체 접촉하지 않기 정도인 것인 것 같아요. 물론 안전을 위해 복도에서 뛰지 않기도 지도해야죠. 그 이상은 무리예요."
"그래도 될까요? 걱정되네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믿어야죠."


방역 요원 선생님에게 말하며 이게 과연 최선일까? 그러면 문제가 없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을 애써 떨쳐냈다. 방역 요원이 배치된 지 한 달 가까이 되었다. 두 분 모두 아무 탈 없이 성실히 근무하신다. 다행이고 고맙다.

며칠 후 새로 두 분이 또 오신다. 이번에 오시는 분들 역시 상상하고 있는 방역 현장과 다른 학교 현장을 보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때 난 또 내가 말하는 최선이 정말 최선일까 의심하며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럼 두 분은 이해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다.
#코로나19 학교 방역 #방역지원 #감염병 #학생 안전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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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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