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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이 "윤석열 쫄지 말라"고 한 진짜 이유

[인터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사심의위 무조건 수용? 제도 잘못 알고 있는 것"

등록 2020.07.01 10:23수정 2020.07.0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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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원실의 한 벽면은 박용진TV 온에어 소품과 박 의원이 지난 선거 당시 내걸었던 포스터가 내걸려있다. 민주노동당 기호5번으로 출발해 진보신당 기호6번, 더불어민주당 기호2번, 기호1번으로 차곡차곡 쌓인 포스터가 고스란히 박 의원의 정치이력을 보여준다. ⓒ 남소연

 
"내가 대한민국 검찰을 공개적으로 박수칠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검찰이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거악 앞에서 졸고만 있을 순 없지 않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검찰을 향한 메시지는 기대와 답답함을 오갔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 이후 엿새째 침묵을 이어오고 있는 검찰 수사팀에 "용기를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일련의 정치적 논쟁을 논외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서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만큼은 자리를 걸고 "쫄지 말아 달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중 핵심 쟁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을 입증하는 내부문건을 2018년 공개해 증권선물거래위원회의 고발 조치를 이끌어내는 등 이 사건을 줄곧 추적해 온 인물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을 강연하고, 이를 편집해 유튜브에 올려 '불법승계 일타강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수사심의위 결론에 비판을 제기한 직후 "왜 그렇게 이재용을 괴롭히느냐"는 항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정말 몰랐다면 신기하게도 이 모두가 우연의 일치라는 건데, (수사심의위는) 이 방대한 합병 과정을 어떻게 반나절 만에 파악했을까."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권고를 검찰이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 근거는 이 부회장의 '최소한의 비용을 통한 경영권 승계작업'을 뒷받침하는 일련의 무리한 합병 과정에 닿아 있었다. 

일명 '삼성생명법'에 대한 질문엔 일타강사 모드로 돌아왔다. 삼성 지배구조 개선의 마지막 고리로 19대 국회부터 입법을 시도했으나 20대에서도 번번이 실패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그것이다. 박 의원은 "삼성생명이 (과도하게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 빨리 불법 상태를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을 자식에게 승계 안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말에 한참을 웃었다. 세금 내고 승계시키면 된다. 세금을 안 내고 하니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거다."


박 의원은 재벌 개혁을 폭탄 해체하는 과정과 같다고 했다. 전선을 순서대로 잘라야 폭탄이 제거되듯이, 사익 편취를 끊어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순서가 있다는 말이었다. "21대에선 반드시 바로 잡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아래는 박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시점] "검찰이 삼성물산 수사 시작했을 때, '파이팅' 외쳤다"
 

- 유튜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설명하는 강의를 봤다. 청중의 반응은 어땠나. 한 강의로 이해시킬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2018년 느닷없이 정무위원회에서 밀려 나왔을 때 시작한 재벌개혁 100회 강연 중 하나였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설명한 대목 1시간 30분 분량 중, 40분 정도를 이해하기 쉽게 보시라고 쪼개 놓은 것이다.

현장에서 더러 이해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아무리 쉽게 이야기해도 어려운 이슈다. 이후 검찰 수사로 (강연에서 언급했던) 정황들이 하나씩 드러나기에 '와 신기하다. 이 부회장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깜짝 놀랐다."

- 수사심의위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양 측이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결국 변호인 측의 논리가 통했다.
"삼성 측의 논리는 무엇이었을까. 사실관계보다 '이 부회장은 몰랐다'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그럼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면?

(증거인멸을 위해 삼성전자 직원들이)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을 뜯어낸 사실이 있고, 분식회계와 관련된 내부문건도 있다. 건설업계 1위인 삼성물산의 주식 가격이 (합병 과정에서) 떨어졌다. (제일모직 전신인) 에버랜드 땅값이 느닷없이 높게 평가돼 검찰이 한국감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했다. 삼성물산이 카타르에 2조 원짜리 발전소를 수주했음에도 공시를 늦게 한 것도 사실이다.

이 사실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라는 고리로 연결되어 이재용 부회장이 엄청나게 이득을 봤다. 그 과정에서 보고 라인이 있었다는 건데, 이래도 (이 부회장이) 몰랐다면 신기하게도 이 모두가 '우연의 일치'라는 거다. 이러한 방대한 수사 분량을 심의위원들은 어떻게 반나절 만에 파악했을까." 

- 검찰이 수사심의위원들을 설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에 이 같은 결론이 도출됐다는 주장도 있다. '불기소 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인가.
"그 말은 쫄지 말라는 뜻이었다. 내가 대한민국 검찰을 공개적으로 박수칠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검찰이 이 수사를 시작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증권선물거래위원회(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를 고발하고 분식회계를 도와준 2개의 회계법인에 제재 조치를 했을 때, 검찰은 삼성물산을 수사했다. (합병 과정을) 둘러싼 회계법인 4곳을 압수수색했다. 대충하는 척만 했다면 삼성바이오만 대충 털고 끝났을 거다. 그런데 원점을 파고들더라. 그때부터 '수사팀 파이팅'을 외쳤다.

그동안 검찰과 법원은 이건희, 이재용 총수 일가가 일을 저지를 때마다 봐주기에만 그쳤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까지 24년간 쭉 이어져 온 일이다. 이 과정에서 사법부가 가장 빠른 시간 내 범죄 혐의를 파악하고 판결을 받도록 한 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었는데, (현재 수사팀이) 이 사건의 본류인 이재용 승계 사건을 잡아채 수사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칭찬 안 할 수 있나."

- 총수 일가를 둘러싼 수사만큼은 응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건희, 이재용 총수 일가가 만들어온 불공정을 바로잡지 못하면 어떻게 우리 사회의 공정이라는 단어가 성립할 수 있을까. 정의를 위해 역할 해야 할 검찰이 이 문제에서 주저한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거악 앞에서 졸 순 없지 않나. 서민에겐 포청천처럼 개작두를 대령하고, 총수에겐 솜방망이를 대서야 되겠나. 그럼 어떻게 젊은 세대들에게 노력하면 다 잘 된다고 말할 수 있나. 그래서 검찰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기대] "최종 판단은 검찰이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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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 보도에 따르면, 심의위 논의 중 코로나19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기소가 한국 경제에 끼칠 영향도 고려됐다고 한다.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 나스닥 상장 폐지됐다. 3800억 원 가량의 분식 회계 혐의가 확인돼서다.

와이어카드라는 독일계 핀테크 회사. 2015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방크보다 시가총액을 앞지른 회사였다. 그런데 그 회사의 CEO가 체포됐고 회사는 파산을 신청했다. 왜?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수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삼성바이오. 수사도 재판도 하지 말라고? 그게 정말 기업과 시장경제를 위한 길인가?"

- 검사 출신인 권성동 무소속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수사심의위를 향한 여권의  비판에 "이제와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고 적폐라 한다. 결론을 정해두고 그것과 다르면 비난하고 전방위로 압박하는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적폐라 이야기한 바 없다. 제도의 결론은 권고였다. 권고가 타당하지 않을 땐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거다. 그 근거도 분명히 제시했다. 최종 판단은 검찰이 하는 거다. 무조건 '수용하라'는 건, 오히려 제도를 잘못 알고 있는 거다."

- 관건은 이 부회장이 이 과정에 얼마나 직접 개입했고 인지했는지의 여부인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배경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현대차 리콜 사태 당시, 리콜과 사과를 받아내는 데 3년이 걸렸다. 그게 가능했던 건 내부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7일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공개한 뒤 11월 14일 증선위가 최종 (고의 분식회계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 넓은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 중 (증거 인멸한 곳을) 어딘 줄 알고 뜯었을까.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왜 없겠나."

- 검찰이 기소를 진행한다면, 재판 과정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지점은 어디라고 보나. 일각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과정이 주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당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려고만 했지, 진짜 하진 않았다. 이 이벤트를 이용해 주가를 띄우고 분식을 시도하는 발판으로만 삼았을 뿐이다.

어떻게 확인이 가능하냐면, 에피스의 미국 쪽 지분을 가진 바이오젠이 당시 연차 보고서에 자기들이 가진 콜옵션 가격을 0원으로 신고했다. 0원짜리 회사라는 거다. 이익도 못 내는 회사가 나스닥 상장이 가능했겠나.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했다. 한국증권거래소가 매출이 아닌 자산으로 상장 기준을 바꿨다. 그때 그 조건으로 유일하게 상장을 성공한 회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론 이후 기소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숨기고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을까. (합병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개미들이 죽을 쒔나. 그 과정에서 모의 되고 보고된 정황, 내부 증언이 없고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 회의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오케이'했을 순 없었을 거라고 본다."

[카드] "삼성생명법, 21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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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필망국. 공정하지 못한 공동체가 어떻게 유지되겠나. 경영권을 자식에게 승계 안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말에 한참을 웃었다. 세금 내고 승계시키면 된다. 세금을 안 내고 하니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거다." ⓒ 남소연

 
- 심의위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이후, 재계에선 의원이 발의한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굉장히 복잡한 내용인데.
"금융회사는 남의 돈으로 장사하는 곳이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남의 돈으로 불합리한 투자를 하거나, 손실이 분명한 일을 하면 안 된다. 그런 일들이 종종 있는데, 대주주가 눈이 뒤집혀 가족이나 계열사에 투자를 하는 경우다.

그래서 보험 회사는 계열사에 투자를 할 순 있어도 그 한도가 총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자칫 금융회사가 투자한 회사의 부실 경영과 부도로 위험을 전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경제 위험 슈퍼 전파자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든 거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약 200조 원인데 그중 3%는? 6조 원이다. 삼성생명의 계열사 중 삼성전자만 보자. 삼성전자는 약 340조 원쯤 되는 회사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 약 8% 이상을 가지고 있다. 대략 18조 원 이상의 과다 투자를 법을 어기며 하고 있는 거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잘 나가지만,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시장에서 위기가 온다면? 삼성생명의 자본금 상황도 위험해지는 거다. 시장은 즉각 판단한다. IMF 때 이미 보지 않았나."

- 법안의 핵심은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데 있다
"제가 삼성을 얼마나 사랑하냐면(웃음), 매각 기한도 5년 이상으로 뒀고, (매각 시) 너무 많은 주식이 쏟아져 부담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특수 관계인이 사는 것도 열어줬다. 불법 상태를 빨리 해결하라는 것이다. 2017년 말에, 최종구 금융위원장 입으로 '삼성생명은 법을 위반하고 과도하게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 매각할 방법을 찾으라'고 했다. 그 대답을 듣고 내가 정무위에서 쫓겨났다."

- 19대와 20대 국회에선 통과되지 못했는데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예전하곤 상황이 완전 다르다. 정무위나 법사위에서 여러 번 야당으로부터 발목 잡혔지만, 이번엔 바로 잡을 거다. 되어야 하고, 될 것이라 본다."

-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를 오랜 기간 추적해왔다.
"학생운동을 할 때 내가 속한 정치조직에서 적극적으로 다룬 게 노동해방과 재벌개혁이었다. 막상 국회의원이 되고 보니 재벌개혁은 폭탄을 해체하는 과정과 같더라. 전선을 잘못 자르면 빵 터져서 다 죽는다. 색깔별로 순서대로 잘라야 하지 않나. 

총수가 추구하는 사익편취를 끊어내려면 제도 개선을 위한 순서가 있는데, 내게 그런 걸 할 수 있는 면허증이 생긴 거다. 일부는 '이재용을 왜 이렇게 괴롭히냐' 하는데, 괴롭힌다기보다 (재벌개혁을 위한) 법안을 쭉 냈다.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 이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공정 필망국. 공정하지 못한 공동체가 어떻게 유지되겠나. 경영권을 자식에게 승계 안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말에 한참을 웃었다. 세금 내고 승계시키면 된다. 세금을 안 내고 하니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거다. 아무 감동도 없었다. 우리 국민은 다 세금 낼 거 다 내고 그렇게 한다. 이재용 방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질러도, 경제를 위해 봐줘야 한다는 낡은 방식의 논리가 먹힌다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박용진 #검찰 #이재용 #수사심의위원회 #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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