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 대학생의 반전 결말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인국공 사태' 기대 기승부리는 청년팔이

등록 2020.07.01 18:52수정 2020.07.01 20:46
5
원고료로 응원
a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요즘것들연구소 주최로 열린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로또취업 성토대회’에서 익명을 요구하는 한 참가자가 발언자로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분들에게는 말 그대로 엄청난 행운이 되었을지 몰라도 다른 취준생들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느꼈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극심한 현실을 해소해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공공부문 특혜를 줄이는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세우고 정부가 이해당사자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일에 나서야만이 근본적인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문재인 정부, 어려운 정공법은 피해갑니다. 지지층의 요구에 부합하는 임기 내 업적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6월 29일 미래통합당 내 청년문제 해결 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가 주최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로또취업 성토대회' 단상에 오른 연세대 행정학과 박인규씨의 발언 중 일부다. 고 김용균 노동자와 구의역 김군을 거론하며 "인천공항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김용균씨도 동의하지 못했을 것"이라던 대학생의 입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그것도 '인국공 비정규직 전환' 논란을 비판하기 위해 통합당이 마련한 토론회 단상에서.

이날 토론대회는 이렇게 본인이 비판한 '비정규직의 정규화'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제도화로 가는 일종의 징검다리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 대학생(과 익명의 취준생)에게 확성기를 쥐여준 어른들이 마련한 자리처럼 보였다.

아울러 토론대회를 주도한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6월 30일 공공기관의 신입/경력 채용시 일반국가공무원과 동일하게 엄격한 공정성이 관철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로또취업방지법'(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렇듯 일부 청년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통합당(과 보수야권)의 행태는 또 다른 '일부' 청년층의 반발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청년들이 공정에 예민하다고 말하는데 그건 언론과 기득권층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보다 중요한 건 비정규직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 일이다."

'청년들의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이채은 위원장이 짚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관련기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로또? 그거야말로 청년팔이" http://omn.kr/1o1p9).

이 위원장은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한 하 의원에 대해 "그거야말로 청년팔이다"라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을 로또라고 표현했던데, 그런 표현이 맞나 묻고 싶다. 청년들의 분노를 만들어내기 위한 발언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감내해온 불안정성 해소를 로또라 칭하는 정치인과 이에 동조하는 사회에 환멸을 느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렇듯 공정성 논란 뒤에 숨어 일부 청년들을 끊임없이 소환하는 이들이야말로 모든 취준생과 청년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으로 제 이익을 누려온 '청년팔이'의 주범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위원장의 지적대로 인국공 사태를 보도하는 적지 않은 언론 역시 이에 동참하고 있다.

청년을 파는 기득권 언론과 정치권
 
"5000만 원이 맞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기사의 논조는 취준생과 청년들에 대한 공정성(이다)."
- '알바 2년 연봉 5000 소리질러' 첫보도 뉴스1 "문제없다"(미디어오늘 29일 자)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팩트가 틀린 기사, 공정하지 않은 취재 과정의 기사로 청년층의 박탈감과 상실감을 '위로'하는 언론이라니. 인국공의 보안검색요원 직접 고용에 반발하는 익명 오픈 채팅방 속 허위 주장을 여과 없이 최초 보도한 <뉴스1> 기자는 위와 같이 당당했다.

앞서 해당 기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대' 청원 수가 빠르게 올라가던 23일, 포털 다음에서만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관심을 모았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후 다른 매체들이 하루 새 같은 내용의 기사를 30여 건 쏟아냈다. <연합뉴스>를 비롯해 <한국경제>, <세계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동아일보> 등이 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검증 없이 따라 썼다.

이에 대해 "문제없다"고 한 <뉴스1>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제보를 받아서 쓴 기사다. 그 방은 실제 인천공항 직원들이 만든 방"이라며 "나중에 공사와 정부가 사실을 바로잡고 나서 이를 전달하는 기사도 썼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사를 담당했다는 데스크 역시 "보안(검색) 요원들이 고용 안정을 얻는 것에 취준생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상실감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뉴스1>의 기사처럼, '따옴표 저널리즘'의 타성에 젖은 언론들이 검증되지 않은 허위 정보를 그대로 기사화 했다. 정파적 시각에 따른 기사들도 쏟아졌다. 일부 언론이 팩트 체크에 나섰다. 하지만 보수야당이 '문빠 찬스', '로또 취업', '좌파 정책'이란 낙인찍기에 나서면서, 지난 한 주간 일부 정치인의 발언과 공방, 그리고 '취준생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을 부각한 기사들이 여론을 장악했다.

국토교통부가 정정 보도를 냈고, 청와대도 "(본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를 두고 <뉴스1>은 29일 <靑까지 '내 편 뉴스'만 찾나…'인국공' 사태 본질 흐리는 "가짜뉴스 탓">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언론에서 인국공 사태와 관련해 '부풀리기식' 보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짜뉴스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짜뉴스 탓으로 치부하는 청와대의 이 같은 대처는 '한국인들은 유독 뉴스 이용 편향성이 높다'는 최근 학계의 연구결과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국론을 통합해야 할 청와대가 보수, 진보로 쪼개진 한국의 정치 지형도에서 뉴스까지 편향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한 정부·여당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청년팔이'에 매진하며 청년층의 불안과 불만을 부추긴 언론과 정치권은 과연 책임이 없을까.

사실 처음도 아니다.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논란이나 서울대 대학원 장학금 논란 역시 어김없이 청년층의 '공정성' 논란으로 번졌고, 언론과 정치권이 가세해 일부 청년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반복된 패턴을 보였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의 '정유라 입시 비리'를 끊임없이 소환하며 직접 비교에 나서기를 즐겼다.

이렇듯 청년층의 공정성이란 화두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국민적 관심을 끈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문제시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여론은 술렁이고 있다.
 
a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일부' 청년층의 공정성이란 화두

'45.0% vs. 40.2%'.

6월 29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5.0%가 '부작용을 고려해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보류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반면 '장기적 고용 체계 변화를 위해 정규직 전환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40.2%였고, 잘 모른다는 응답은 14.8%였다(지난 26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 대상 조사,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4.4%p).

눈여겨볼 대목은 세대별 차이였다. 20대는 '정규직 전환 보류' 찬성이 55.9%로 전체 평균 응답 중 가장 높았다. 60대도 47.8%였다. 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직접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30대와 40대는 '정규직 전환 추진' 응답이 50%를 상회했다. 이와 비교해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논란이 됐을 당시 글로벌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전국 19~59살 남녀 2천명을 상대로 지난달 23~27일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1%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는 일이 동일하다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정규직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어렵게 취업을 준비해 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비정규직의 차등 대우는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한 사람도 61.3%나 됐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당위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현재 일자리 또는 원하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 노력해도 결과 보장 안되는 사회…시험이라도 있어야(<한겨레> 2018년 2월 5일, '공정성의 딜레마' 시리즈 중)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데는 폭넓게 공감하지만, 내 일자리를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율배반. IMF 시대 이후 비정규직과 계약직이 도입되고, 고용 불안과 취업난이 일상화되면서, 취업과 일자리를 둘러싼 우리 시대의 공정과 평등이 이렇게 일그러져왔다는 방증일 수 있다.

언론이 부추겼든, 보수야당이 이용했든, 인국공 비정규직 전환 논란은 그러한 이율배반을 내면화한 일부 청년층의 불안과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부 청년층은 왜 유독 인국공 일자리 문제에 민감했을까. 불만을 제기하는 일부 청년층의 처지에서 인국공 사태를 바라보면 이렇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취준생들이 꿈의 직장이라 여긴다는 공사, 그중에서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허위 사실이지만) 알바도 정규직이 될 수 있고, 연봉마저 훌쩍 오른다고 한다. 억울하다. 나도, 내 대학 동기들도 열심히 노력했다. 시험과 면접에서 수차례 떨어진 입장에서, 알바가,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불공평하다.

내가 가고 싶은 직종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보안검색 요원 일이 힘들거나 말거나, 토익 점수가 포함되지 않은 시험도 보지 않은 이들이 정규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공사에 취직한 정규직 동료들조차 이들 비정규직들이 파이를 나눠 먹는다고 하던데, 이게 다 현 정부의 정책 탓이다. 평창올림픽 때도, 조국 사태 때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능력주의, 학벌주의, 시험 만능주의를 내면화한 이들이라면 능히 가능한 사고의 흐름이 아닐까.

그러나 이들이 정규 교육과 입시 등을 거치며 확립했을 '과정의 공정'과 '공정한 경쟁'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인천공항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공격을 바라보며,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열심히 살아온 노력들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일터에서의 노력에 익숙한 이들은 '취업준비생의 노력만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 공정과 불공정 사이 부정당한 삶의 노력(<경향> 30일자)

대기업이나 유망 IT 기업의 경력직 채용도 '불공정'하다고 비판하는 일부 청년층에게 노동자의 경력은 인정하면 안되고 취업준비생의 노력만 인정해야 하는 게 과연 공정인지 되묻고 싶다. 

작금의 일부 청년들이 제기하는 '인국공' 사태의 '공정성' 논란을 전체 청년세대의 불만이라 뭉뚱그리는 것이, 인국공에 지원할 만한 스펙을 갖춘 취준생들의 목소리를 확대재생산 하는 것이 온당한지도 의문이다.

'시험'과 '공채'란 제도적 공정에만 매달리는 이들이 누구일지, 그런 기회마저도 박탈당한 이들이 배제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언론이 부추기고, 보수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판을 키우며, 기득권 세력이 끊임없이 주입한 취준생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의 진짜 주체가 누구인지, 그 '청년팔이'로 제 이익을 챙기는 이들이 누구인지 말이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AD

AD

인기기사

  1. 1 '추미애 아들 의혹', 결국 이럴 줄 알았다
  2. 2 굴·바지락·게에서 나온 '하얀 물체'... 인간도 위험
  3. 3 10살 초등학생 성폭행... 스포츠계에선 흔한 일이었다
  4. 4 정형돈도 놀란 ADHD 금쪽이... 오은영 생각은 달랐다
  5. 5 정청래도 뛰어든 '지역화폐' 대전, "이재명 린치 못봐주겠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