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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한 대로 편견을 깬 놀라운 사이클 선수

[서평] 페달의 여왕 알폰시나 스트라다 이야기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

등록 2020.06.29 08:03수정 2020.06.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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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여자 사이클 선수, 페달의 여왕 알폰시나 스트라다(alfonsina strada)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태어난 것은 1891년. 그녀의 부모는 유모처럼 당시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노동을 하며 가정을 꾸려나갈 정도로 가난한 소작농이었다고 한다.

알폰시나 스트라다(아래 알폰시나)가 자전거를 처음 접한 것은 열 살 때 아버지가 자전거 한 대를 가져오면서다. 달걀 몇 개와 맞바꿔 올 정도로 낡은 데다가 투박한 짐 자전거였다고 한다. 어린 소녀가 타기에는 위험하고 버거운 자전거였던 것. 그럼에도 알폰시나는 금세 빠져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폰시나가 자전거를 타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유럽은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다. 그래서 기차와 많은 자동차들이 다녔고 여성들도 경제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금기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여성들은 바지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당시 여성들은 드레스에 가까운 치마를 입어야만 했다.

게다가 자전거는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니 여성이 발목을 드러내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비난과 놀림거리로 충분했다. 알폰시나와 같은 어린 소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족들이 말리는 것은 당연했다.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 책표지. ⓒ 우리교육

 
 
알폰시나 스트라다는 열세 살에 처음 나간 사이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사이클 선수의 꿈을 키웠어요. 1911년에 나간 대회에서는 한 시간에 37km를 달리며 여자 사이클 기록을 세웠지요. 이 기록은 기어가 하나밖에 없고 무게가 20kg이나 되는 자전거를 타고 세웠는데, 그 후로도 무려 26년간 아무도 기록을 깨지 못했답니다. - 책에서.
 
그럼에도 어린 알폰시나는 자전거를 포기하지 않는다. 때론 남자로 변장해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어쩌다 가끔 남자애들과 겨뤄 이기며 자신이 사이클에 재능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우연히 다른 나라에 여자 사이클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사이클 선수가 되자. 가난에서 벗어나자'라는 구체적이며 본격적인 꿈을 갖게 된다.

이런 알폰시나와 함께 기록되는 것 중 하나는 '지로 디탈리아(장거리 도로 사이클 경기)'에 최초로 참가한(1924년 경기) 여성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금기나 다름없었다. 그런 만큼 여성의 대회 참가 신청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그런 상황이었다. 이에 알폰시나는 자신의 이름(alfonsina)에서 'a'를 뺀 '알폰신 스트라다(alfonsin strada)'라는, 누가 봐도 남자 이름으로 참가 신청한 결과 출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대회 이틀 전 여자임이 들통나고 많은 사람들의 반대로 경기장조차 밟아볼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 그럼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주최 신문사 주간 에밀리오 콜롬보(Emilio Colombo) 덕분이었다. 

그는 "여성이 자전거를 타지 못하거나 대회에 참가해선 안 되는 것은 규칙으로 정해지지 않은 금기인 만큼 원한다면 누구든 대회에 참석할 수 있다"며 알폰시나의 대회 참여를 돕는다.

열두 개 구간에 걸쳐 3610km를 완주해야 하는, 출전 선수 90명 중에서 30명만 완주에 성공할 정도로 어려운 경기였다고 한다. 알폰시나도 일곱 번째 구간에서 무릎을 다치고 핸들까지 부러지는 위기를 겪지만, 빗자루를 잘라 핸들 부분에 연결하는 등으로 위기를 넘겨 끝까지 달린다. 그런데 관중들이 끝까지 남아 그런 그녀를 열렬히 환영하는 가슴 뭉클한 순간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알폰시나의 지로 디탈리아 출전은 여러모로 의미 남다르며 기념비적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뭣보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여성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전거로 보다 멀리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세계를 본다거나, 치마만 입던 여성들이 자전거 타기에 편한 옷을 원하는 등 여성들의 삶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우리교육 펴냄)는 이처럼 사회의 그릇된 편견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꿈을 키운 알폰시나 스트라다의 이야기를 어린 아이들이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동화이다.
 

내용 일부. ⓒ 우리교육

   

내용 일부. ⓒ 우리교육

 
어린이 대상 동화인 만큼 그림과 비교적 짧은 글로 알폰시나에 대해 아주 조금 들려준 후 뒤에서 2쪽에 걸쳐 좀 더 자세하게 들려준다. 인상 깊게 기억할 책이 될 것 같다. 이름조차 몰랐던 알폰시나 스트라다를 알게 해 준 책이니.

서점에 가면 아동이나 청소년 코너로 가 훑어보는 것으로 서점 볼일을 마무리하곤 한다. 알폰시나 스트라다 경우처럼 잘 모르는 이야기나 어려운 분야를 맛보기 한 후 좀 더 본격적이며 구체적인 책으로 접근하는 데 도움되는 징검다리 역할과 같은 책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로 출발해 알게된, 관련 지어 읽으면 좋을 책은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장종수)와 <패션에 쉼표를 찍다>(김경희)이다. 앞의 책에선 '지로의 여자 선수'란 제목으로 알폰시나 스트라다를 이야기한다. 뒷책에선 '자전거는 열혈 페미니스트?'란 제목으로 블루머 스타일 등, 1890년대 자전거 타는 여성들이 늘면서 탄생한 패션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종종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두려워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거나 망설이는가 하면, 고민하기도 한다.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그에 동조하는 결과로 이어짐을 잘 알면서, 또한 그로 피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사회의 그릇된 편견에 맞서 자신의 꿈을 이룬 알폰시나 스트라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싶은 마음이 크다.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 - 여자는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꿈을 이룬 ‘알폰시나 스트라다’ 이야기

호안 네그레스콜로르 (지은이), 남진희 (옮긴이),
우리교육,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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