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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우려되는 곳은 서울" '8월 대란설' 실체 뜯어보니

[TV 리뷰] SBS <뉴스토리> '쓰레기의 역습, 8월 대란 오나?' 편

20.06.21 13:59최종업데이트20.06.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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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의 천국'으로 불리는 태국은 올해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사태 해결에 나섰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지난 3~4월, 방콕에서만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이 1년 전에 비해 62%나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식당 영업 등이 한동안 중단되면서 음식 배달과 포장이 폭증한 탓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태국과 마찬가지로 재활용품과 폐기물이 급증하고, 수출 길까지 가로막히면서 쓰레기 처리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자칫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중단으로 야기됐던 지난 2018년의 쓰레기 수거 대란이 또다시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0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쓰레기의 역습, 8월 대란 오나?' 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하는 재활용품 관련 문제와 '8월 수거 대란설'의 원인을 짚어보고, 대안은 없는지 살펴봤다.
 

SBS <뉴스토리> ‘쓰레기의 역습, 8월 대란 오나?’ 편의 한 장면 ⓒ SBS

 
코로나19로 쓰레기 급증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종류별로 분류된 재활용 쓰레기들을 수거업체 직원들이 트럭에 부지런히 싣고 있다. 여러 폐기물들 가운데 플라스틱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일주일 동안 8개 동 2000가구에서 배출된 플라스틱과 비닐 폐기물만 대형 자루 50개 분량에 달한다. 최근 음식 배달과 식료품 배송이 증가하면서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가 코로나19 이전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탓이다.

서울과학기술대 배재근 교수는 "코로나가 일어난 뒤부터 일회용품과 재활용 쓰레기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 그 양이 종량제 일반 쓰레기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재활용 쓰레기가 폭증하면서 관련 업계가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늘어날수록 되레 손해"라고 주장한다. 재활용 플라스틱은 잘게 분쇄한 뒤 수출되어 파레트나 건설용 주름관 등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수출 길이 차단됐다. 국제 원유가까지 떨어지면서 플라스틱 제조비용이 낮아졌고, 재생원료의 수요도 격감했다. 이로 인해 재활용 쓰레기의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물병 등으로 쓰이는 PET류의 재활용 폐기물의 가격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3분의1 수준으로 낮아졌다.

선별업체 정남규 대표는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수지에 맞지 않는다"며 "선별 작업 일을 하면서도 플라스틱이 많이 발생하는 게 너무 두렵다"고 말한다. 또 다른 선별업체 이덕희 대표는 "PET 같은 건 유럽이나 북미 등으로 50%가량 수출된다. 그런데 지금은 수출이 전혀 안 된다"고 하소연한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은 급증하는 반면, 가치는 낮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선별장마다 쌓여가는 실정이다. 결국 수거업체나 선별업체 모두 적자 누적이 계속될 경우 2018년 당시와 같은 수거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남규 대표는 "이 상태로 8월을 넘기면 저희 같은 소규모 선별업체들은 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이 되면 어차피 수거 거부가 아니라 수거 포기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천의 한 재활용 의류수출업체. 종류별로 골라낸 옷들은 주로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3월부터 수출 길이 뚝 끊겼다. 재활용 의류는 해외 수출 길이 막히면서 창고마다 쌓여간다. 업체는 지난 4월 휴업했다가 최근 작업을 개시했다. 그렇다고 하여 수출이 재개된 건 아니다. 재활용 의류 수출업체 유현준 전무는 "한 달 보름 정도를 쉬니까 이제 창고가 다 찼다. 옷 넣을 데가 없다. 그래서 일단 포장을 하여 컨테이너에 실은 뒤 부두에 내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SBS <뉴스토리> ‘쓰레기의 역습, 8월 대란 오나?’ 편의 한 장면 ⓒ SBS

 
8월 쓰레기 수거 대란설

충북 청주의 또 다른 의류수출업체. 코로나 19 이후 수출 길이 완전히 막히면서 쌓여가는 헌 옷으로 인해 창고가 모자라 임시 창고까지 마련했지만 감당하기가 어렵다. 수출 길이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상황. 헌 옷을 구입하는 비용과 운반비, 인건비 등으로만 매달 3억 원씩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만간 폐업해야 할 처지이다.

재활용 폐기물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헌 옷과 캔, 병 그리고 폐지. 재활용 관련 업체들이 플라스틱이나 비닐 폐기물을 수거해 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이러한 재활용 폐기물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헌 옷에 대한 수출 길이 막히면서 다른 재활용 폐기물 수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폐지와 의류가 아파트 재활용품 판매 수익의 80%를 차지한다"며 "폐지 가격이 2017년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주저앉은 상황이고, 그나마 의류는 거래 자체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수거하는 사업장 입장에서는 손발 다 잘린 셈이다. 돈 나올 구석이 없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재활용 폐기물 등이 쌓여가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대량의 재활용 폐기물을 야산에 몰래 버리고 달아나는 얌체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취재팀이 취재하는 동안에도 충북 충주에서 재활용 폐기물을 야산에 대량으로 버린 일당이 붙잡혔다.

코로나19 이후 재활용 폐기물은 수거할수록 손해인 데다, 수거된다 해도 처치 곤란으로 계속 쌓여가는 상황이다. 악순환이다. 8월 수거 대란설은 이로부터 기인한다. 이렇듯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달 7일 공공비축 등 긴급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폐기물 1만 톤을 정부가 사들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1만 톤은 한 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의 20분의1에 불과하다. 때문에 관련 업체나 전문가 모두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홍수열 소장은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경제가 다시 정상으로 회복하는 데는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니까 비축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 안 된다. 제일 우려되는 곳이 서울이다. 업체들의 적자구조가 제일 심각한 곳이 바로 서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SBS <뉴스토리> ‘쓰레기의 역습, 8월 대란 오나?’ 편의 한 장면 ⓒ SBS

 
코로나19의 장기화, 이로 인해 쌓여가는 재활용 폐기물들. 시한폭탄에 다름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는 우리의 삶 곳곳을 헤집으며 깊은 상흔을 남긴다. 어떤 방식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존재감을 불쑥 드러낼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는 그동안 한 차례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철저한 대책이 요구되는 건 다름 아닌 이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전격 중단하면서 쓰레기 수거 대란이 빚어졌다. 자칫 그때보다 훨씬 강력한 여파와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 정부와 지자체는 좀 더 현실에 와 닿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재활용 정책의 전면 개편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폐비닐 대란 사태에 비추어보면 지금 재활용 시장이 받는 충격은 적어도 세 배 이상 높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2018년 폐비닐 대란 사태는 그냥 예행연습을 한 셈이죠."(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
코로나19 쓰레기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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