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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액션' 가능성 보여준 세 여성, '시즌제'로 돌아오려면

[TV 리뷰] <굿캐스팅>, 한국판 미녀삼총사의 가능성과 한계

20.06.17 14:41최종업데이트20.06.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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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종영한 SBS 드라마 <굿캐스팅> ⓒ SBS

 
16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은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지만 한직을 전전하던 여성 요원들이 어쩌다가 현장 작전에 투입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코믹 액션물이다. 최강희, 유인영, 김지영, 세 여배우가 주연을 맡아 이른바 '한국판 미녀 삼총사'를 연상케 하는 설정과 유쾌한 코믹연기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이기도 한 '시즌제' 제작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역시 개성 넘치는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최근의 한국에서도 주체적인 여성상을 내세운 스토리를 담은 영화나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코미디나 액션같은 장르물에선 여성 캐릭터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굿캐스팅>은 오히려 역동적인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이는 여배우들과 여성 캐릭터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내세워, 기존 첩보액션의 익숙한 클리셰를 비틀어낸 역발상이 돋보인 'B급 감성'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굿캐스팅>은 드라마 제목 그대로 '캐스팅' 자체가 가장 강력한 매력포인트가 된 작품이었다. 여성 주인공 3인방 모두 기존의 작품을 통하여 자신만의 개성과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한 이들이다. '특수요원으로서나, 한 팀으로서나'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세 캐릭터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뜻밖의 케미가 오히려 신선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4차원 매력녀' 캐릭터에 최적화된 최강희(백찬미 역)는 대중이 기대하는 기존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면서도 연기하는 장르의 특성에 걸맞게 조금씩 색깔을 달리하는 영리한 변주가 돋보였다. 특히 40대를 넘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동안으로 남주인공 이상엽(윤석호)과의 달달한 로맨스에서부터 물 불 안 가리는 열혈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액션활극, 수시로 망가지는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어떤 장르에 갖다놔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소화력이 돋보였다.

주로 '도도한 악녀' 전문이었던 유인영(임예은)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순둥이 캐릭터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하며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다. 베테랑 주부 역할을 맡은 맏언니 김지영(황미순)은 세 여주인공 중 장르극보다는 '생활 연기'에 가장 특화된 배우답게 '대한민국 평균 아줌마'의 모습을 능청맞게 구현해내며 이야기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매순간 치열하고 처절한 <굿캐스팅> 주인공들
 

16일 종영한 SBS 드라마 <굿캐스팅>의 한 장면 ⓒ SBS


'생활 밀착형' 액션활극을 표방한 <굿캐스팅>은 특수요원들도 결국 일상에서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초인적인 히어로가 아니라 각자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허술한 구석도 많은 인간적인 인물들로 묘사된다. 판타지에 가까운 미국판 '미녀삼총사'와 달리 <굿캐스팅>의 미녀삼총사는 그래서 매순간이 더 치열하고 처절한 것이 차별화된 매력포인트다.

자칫 가벼운 코미디나 신파극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질 수도 있었던 드라마의 균형을 잡아준 것은 첩보액션물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공들인 액션 연출이었다. <굿캐스팅>엔 교도소 난투극에서부터, 번지점프 낙하, 건물 잠입 오토바이 추격전, 빗속 격투신 등 어지간한 남성 활극 못지않은 상당한 규모와 난이도의 액션씬이 대거 등장했다.

배우들도 몸을 사리지 않고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부분을 메우기 위하여 사용된 드론과 슬로우 모션 등 다양한 카메라 연출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또 만화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기발한 화면 구성과 빠른 전환 속도, 극 흐름상 중요한 고비마다 적재적소에 깔린 BGM 등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는 시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구성도 돋보였다.

다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재치있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은 '내러티브의 완성도'였다. 애당초 어설프고 어리버리한 여성 특수요원들이 갑작스럽게 현장에 투입되어 맹활약한다는 기본 설정 자체가 만화적 상상력에 가까웠으니, 굳이 현실성을 진지하게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코미디라고 해도 최소한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은 설득력이 있어야한다.

지나치게 산만해진 내러티브
 

16일 종영한 SBS 드라마 <굿캐스팅>의 한 장면 ⓒ SBS

 
세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초반에 형성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극이 진행될수록 요원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도 치밀하다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대처하다가 우연과 행운이 겹쳐 얼렁뚱땅 해결되는 식의 전개가 지나치게 많았다.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기면서 시청하는데야 무리가 없지만, 이야기의 완결성이나 공감대를 중시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부실하다' 혹은 '유치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법했다. 

또한 세 여주인공 각자의 스토리를 일일이 깊게 보여주려다보니 내러티브가 지나치게 산만해진 측면도 있다. 첩보물과 로맨스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주인공들의 과거사나 가족사, 여성차별과 학교폭력 등 사회 문제에 대한 이슈까지 소화하려다보니 오히려 속도감을 내야 할 중반 이후로 이야기 전개가 지나치게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드라마든 서브 스토리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메인 스토리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따로 노는 느낌을 주면 곤란하다. <굿캐스팅>은 전체적인 이야기 배분에 실패하면서 정작 주인공들의 감정선이나 러브라인에 대한 묘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만듯 다소 급하게 마무리돼야 했다. 

<굿캐스팅>은 방영 내내 월화극 1위를 유지했지만 프로그램 자체로만 놓고보면 초반 인기에 비하여 오히려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 시간대에 특별히 위협적인 경쟁작이 없었다는 대진운도 작용한 결과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과 여성첩보액션물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굳이 이 이야기를 2,3번째 시리즈로 다시 보고싶을 정도의 완성도와 '중독성'을 증명했는지는 의문부호도 남는다. <굿캐스팅>이 시즌제로 돌아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굿캐스팅 최강희 첩보액션 월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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