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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더기' 비난 부른 '검언유착' 채널A 기자의 뜻밖의 액션

[하성태의 사이드뷰] 박사방 출입-검언유착 의혹, MBC와 채널A의 온도차

20.06.16 20:03최종업데이트20.06.1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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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문화방송은 이번 사건을 언론인으로서 갖춰야할 윤리의식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15일 MBC <뉴스데스크>의 이재은 앵커가 읽어내려 간 <'박사방' 유료회원 가입 의혹 본사 기자 해고 결정> 보도 중 일부다. MBC는 이날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집단 성착취 영상이 유통된 이른바 박사방 유료 회원 가입 의혹을 받고 있는 본사 기자를 취업규칙 위반에 따라 해고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지난 4월 24일 경찰이 박사방 운영진의 계좌 내역을 수사하던 중 MBC A기자의 송금 내역이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MBC는 하루 앞선 4월 23일 사건을 최초 인지, 이후 이를 엄중한 사안이라고 여겨 해당 기자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했고, 외부전문가 2명을 포함한 '성착취 영상거래 시도 의혹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MBC는 A기자의 해고 결정이 지난 4일 이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진상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밝혔다.

이어 5일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A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박사방에서의 활동 여부와 조주빈 측에 송금한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 따르면, 앞서 A기자는 MBC 내부 조사에선 "취재 목적으로 지난 2월 70여 만 원을 송금"했다거나 "최종적으로 유료방엔 접근하지 못했다"고, 박사박 가입에 이용한 법인 전화 역시 "분실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지난 4일 MBC는 "(A기자가) '박사방'에 가입해 활동했고, 취재목적으로 가입했다는 진술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A기자가 통상적인 취재절차도 지키지 않았고, 취재목적이라는 본인의 진술을 입증할 만한 증거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이유였다.

회사 내 인사위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재심 청구 등 A기자의 향후 대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경찰의 수사나 향후 기소 여부와 별개로 MBC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신속하게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해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채 두 달이 다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MBC가 A기자의 취재(언론) 윤리 위반을 판단한 것과 달리 A기자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이제 수사기관의 몫으로 남겨졌다.

이러한 MBC의 대응은 취재 윤리를 위반했다는 논란을 넘어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채널A와 채널A 법조팀 이아무개 기자의 대응과는 그 온도차가 상당하다. 가입 목적이나 활동 내용이 더 입증돼야 할 A기자 혐의와 '검언유착' 의혹의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따른다고 해도 말이다.

고발당한 채널A 기자들과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한 '검언유착' 기자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홍아무개 사회부장과 배아무개 법조팀장은 당시 사건에 관해 수시로 사전 보고를 받거나 취재방향 등과 관련된 지시 등을 내리면서 적극 개입했다. 백아무개 기자는 이아무개 기자와 동행하면서 취재를 하거나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 지아무개씨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등 깊숙이 개입해 공동으로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가 A기자 해고 결정을 내린 15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채널A의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지난 4월 이아무개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를 협박죄 등으로 고발한 데 이어 이날 채널A 홍아무개 사회부장을 비롯한 기자 3명을 강요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채널A가 지난 5월 25일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내놓은 내부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내용이 그 근거였다. 앞서 지난 4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던 채널A는 5월 22일 내부 보고서를 토대로 메인 뉴스프로그램인 <뉴스A>에서 아래와 같이 자사 기자의 취재(언론) 윤리 위반에 대해 사과했다.

"조사 결과 저희 기자가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취재에 이용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명백한 잘못이고 채널A의 윤리강령과 기자 준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보도본부는 취재 단계의 검증에 소홀했고 부적절한 취재 행위를 막지 못했습니다."

이어 사흘 후(25일)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고서 공개 후, 채널A가 되레 의구심을 키웠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관련 기사: 채널A 기자는 왜 휴대전화·노트북을 지웠을까). 논란이 수그러들 리 만무했다. 같은 보고서를 두고, 민언련의 판단 역시 확연히 달랐다.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서 열린 종합편성채널 채널A 협박성 취재 및 검찰-언론 유착 의혹 사건 관련 추가고발 기자회견에서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당 보고서를 바탕으로 민언련은 보도국 간부 2명과 백아무개 기자를 취재원 협박, 강요 등의 범죄혐의에 가담한 공동정범 또는 교사범·방조범이라 판단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15일 "기자 개인의 일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채널A라는 언론사가 관여돼 있는 조직적인 사안"이라며 아래와 같이 부연했다.

"언론사 취재관례상 중요 사건일수록 상부에 보고하고 데스크 승인 내지는 지시를 받는다.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피고발인들이 당사자 간 카카오톡 대화를 포함한 관련 증거를 모두 삭제했다. 범죄 혐의를 은닉하려고 시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아무개 기자는 녹취 원본파일 삭제는 물론 휴대전화 두 대를 초기화하고 노트북을 포맷하는 등 증거인멸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기자가 같은 날(15일) 의외의 '액션'을 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4일 이 기자 측 변호인이 대검찰청에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불공정하고 형평성을 잃었다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을 제출한 것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피의자가 일종의 '검찰 기피 신청'인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라는 평가다. 그나마 채널A가 회사 차원에서 취재 윤리 위반을 사과한 것과 달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이 기자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검언유착'이 아닌 '언론자유 보장', '검찰권의 적용 범위 여부' 등이 핵심이라 주장하고 나선 셈이다.

'기레기'를 넘어 '기더기'의 시대로

"검찰은 이 기자와 '협박성 취재'를 공모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검사장'의 신원을 이미 특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아무개 기자가 이철씨 측 인사를 만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장 최측근'이라고 표현했던 검사장입니다.

검찰은 통신사 압수수색을 등을 통해 지난 2월과 3월 이아무개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최소 다섯 차례 이상 통화한 내역과 일시 등을 파악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의혹의 핵심 단서인 '통화녹음 파일'이 삭제된 만큼, 현직 검사장에 대한 직접 조사도 불가피 할 전망입니다."


15일 MBC <"'검·언 유착' 현직 검사장 확인"…"5번 이상 통화"> 단독 보도 중 일부다. 이를 두고 검찰이 '검언유착'의 한축이라 의심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장'('성명불상의 검사장')을 곧 특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아울러, 일각에선 이 기자가 검찰 수사가 조여오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이란 노림수를 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강압 취재와 검언 유착 의혹에 연루돼 조사를 받았던 채널A 기자는 '삼성SDS 홍보팀 직원들이 자신의 생일파티를 축하해주었다'며 관련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행실을 조심했어야 했다'며 삭제했다. 그는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유력인사의 비리를 알려달라고 했던 이아무개 기자의 법조팀 후배로 부적절한 취재에 참여한 당사자다. (중략)

검찰은 이아무개 기자에 이어 법조팀장, 사회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숙해도 염치가 없는 판에 삼성SDS 홍보팀 직원들과 생일파티를 했다며 자랑질하는 사진을 올렸다니 어느 시대를 사는 기자인지 모르겠다."


지난 10일 한국기자협회가 편집위원회 명의로 낸 <동료 기자들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는 논설 중 일부다. 15일 민언련이 추가로 고발한 3명의 기자 중 한 명이 최근 삼성 관계자들과 '생일 파티' 사진을 소셜 미디어 게재한 것에 대한 날선 질타였다. 이러한 상황 앞에, 채널A의 기사를 신뢰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물론 한국기자협회가 채널A 기자만 나무란 것은 아니었다. '박사방'에 가입한 MBC 기자도, 지난 6일 숨진 채 발견된 '평화의 우리집' 소장을 둘러싼 보도 관행 역시 도마 위에 올렸다. 그러면서 한국기자협회는 아래와 같은 결론으로 자괴감을 표했다. '기더기'란 멸칭까지 등장한 한국언론의 오늘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레기'는 죽은 언어가 됐고 이제는 '기더기'라는 멸칭이 새로 등장했다. 언론의 공신력과 기자들의 자존감은 수직으로 추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자 놀음에 취해 밥술을 얻어먹고 좋다며 희희낙락거리는가 하면 본질과 관계없는 기사를 쏟아내며 진영논리의 스피커 노릇을 한다. 

콘텐츠는 어떤가. 조회수를 올리려는 기사들이 양질의 기사를 좀먹고 있다. 마주하는 현실은 천지개벽했는데 과거의 시대를 붙들고 있는 언론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채널A 검언유착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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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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