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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정신대 할머니 시민모임을 잊을 수 없는 이유

[주장]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일군 30년 정의연 가치, 훼손되면 안돼

등록 2020.06.16 14:12수정 2020.06.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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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관련한 많은 일들이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진행되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전 소장이 국회에 입성한 것이 기폭제가 되었다.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까지 세상을 하직하다 보니 일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식민지 지배한 기간과 거의 맞먹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정의연은 많은 일들을 하며 버텨 왔다.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 여성인권에 대한 홍보, 수요집회 등 정의연이 해온 일은 할머니들이 치른 정신적·육체적 고통 못지않게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후원했던 많은 사람이 지금 함께 아파하고 있을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일군 '정의연의 가치'

할머니들이 상처를 딛고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것은 정의연의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헌신적인 노력과 활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대협의 활동가들은 이렇다 할 보수도 없이 여태까지 험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예전에 정신대 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데리고 '대구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의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용돈을 모아 양말과 목도리 등을 준비해가서 할머니들께 드렸다. 벌써 18년 전이라서 그때는 여러 분의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셨다. 할머니들은 손녀딸 선물이라도 받는 양 좋아하셨다. 

당시 한 건장한 중년 신사가 내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저희 홈페이지에 학생들이 많은 글을 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 90도에 가까운 정중한 절이었다. 그분은 대구 정신대 후원모임 회장을 맡고 있었던 곽동협 선생님이셨다. 단지 이름만 올려놓은 회장이 아닌 할머니들 치료까지 도맡고 계신 분이었다. 할머니들은 마치 의사 아들이라도 둔 것처럼 이 분이 운영하는 곽병원에서 편하게 진료를 받으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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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문을 연 '희움일본군위안부 역사관' 전시실에 전시중인 < 그날의 기억 >전 ⓒ 조정훈

  
그분 뿐만이 아니었다. 시민모임은 후원회를 꾸리면서 할머니들을 위한 행사를 자주 기획했다. 대구는 경기도처럼 '나눔의 집'이 없고 할머니들이 개인 집에서 따로 기거하셨기 때문에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나들이, 할머니 집 도배해 드리기, 함께 목욕가기 등의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한 분 한 분 돌아가실 때마다 장례식을 주관하는 것도 시민모임에서 주로 도맡았다. 할머니들을 위한 자서전도 여러 권 만들었다. '희움'이라는 역사기념관도 건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정신대 문제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지금은 '희움'을 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시민모임 사무실을 방문해서 여러 가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작은 사무실에서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활동비를 받으며 일했던 분들이 많이 있었다. 요즘 제 부모 찾아가 뵙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강산이 몇 번 변할 만큼 긴 세월 동안 일한다는 것이 어디 쉬우랴.

물론 그동안 활동가들은 여러 번 바뀌었을 것이다. 그들의 근무환경이나 근무조건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팍팍한 세상, 모두가 제 잇속만을 챙기는 사회에서 시민단체는 아스팔트 위에 핀 꽃만큼이나 빛나는 값어치를 지닌다. 

생각하는 자와 이용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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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규탄부산시민행동, 소녀상부산시민행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 등 부산지역 4개 시민사회 연대단체가 5월 13일 부산 일본영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보수언론 등의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때리기‘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김보성

 
시민단체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고 쉼터이다. 그들이 있기에 사회의 어두운 곳,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누추한 곳, 생명이 스러져가는 곳에 다시 따스한 숨결이 되살아난다. 이번 사태로 시민단체의 신뢰도가 떨어져 후원이 줄어드는 타격을 입는다고 들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예수님의 일갈이 떠오른다. 회계 부정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고의성이 있을 수도 있고, 미숙한 회계 처리 탓에 생긴 실수일 수도 있다. '나눔의 집' 운영이 부실했다면 운영 주체를 바꾸는 등 부실한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후에 일부 편향적인 언론과 단체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정의연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말살하려 들었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겪은 같은 한국민으로서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일이다. 일제가 우리의 독립운동을 탄압한 방식과 똑같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국민들의 참여가 뜨거울 때 일제는 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을 기금 유용 혐의로 구속했다. 그 뒤 운동의 열기는 급격히 식었고 결국은 실패로 끝났다. 

일제가 패망하고 식민지 지배가 끝났는데도 이 땅에서 식민지 지배의 잔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것 같다. 누가 할머니들을 욕되게 하고 이용하는지 정신 차려 볼 일이다.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일본 극우파들의 꼭두각시놀음을 이 땅에서 더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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