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이 좋은 운동인 세 가지 이유

나의 컬링 입문기

등록 2020.06.16 16:43수정 2020.06.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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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이가 자라나면서 시작하는 과외 활동이 주로 악기를 다루는 것같다. 미국의 경우는 악기보다는 팀 스포츠라고 보면 된다. 미국 유소년 축구 조직 (American Youth Soccer Organization, AYSO)의 가장 낮은 디비전이 4U라서 만 3세 이상 4세 미만 아이라면 축구팀에 소속되어 다른 아이들과 시합을 할 수 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등록하지만,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커뮤니티 센터에 직접 가서 해야 했기에 등록하려는 부모와 아이의 줄이 하루종일 꼬리를 물었다. 그만큼 팀 스포츠가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미국에서 매우 대중적이란 이야기다.

나는 한국 프로야구 출범 전부터, 고교 야구를 즐겨볼 만큼 스포츠를 좋아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고교 야구 경기 구경하러 동대문 운동장에 가기도 했다. 물론 잠실 야구장에 프로 야구 시합도 보러 갔었다.

올림픽 시즌만 되면 새벽부터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다.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 올림픽을 시청하면서 컬링이라는, 아이들 장난같기도 하면서 매우 흥미로워 보이는 동계 스포츠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컬링팀이 은메달을 따며 컬링 바람을 불러일으킨 걸로 안다.

작년 여름, 전해 9월부터 시작해 5월이면 끝나는 볼링 리그의 마지막 게임을 마치고 6월부턴 무슨 운동을 할까 생각해보다 동계 올림픽에서 본 컬링이 떠올랐다. 일단 구글을 통해 지역 컬링 클럽을 발견했다.

클럽 웹사이트 캘린더를 확인해보니, 주로 토요일에 그룹 레슨을 하고 있었다. 난 보통 토요일에 일하고, 스케줄도 한 달 전에 나오기 때문에 토요일에 일찍 끝날 수 있도록 다음달 스케줄을 미리 조정한 레슨에 등록했다. 

컬링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히기 위한 30분 비디오 시청을 시작으로 평지 위에서 슬라이딩 동작을 연습했다. 클럽 회원이자 자원봉사자인 코치는 수강생들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이러느라 처음 한 시간은 얼음 구경도 못했다.

이론 교육을 마치고 장소를 이동했다. 얼음이 미끄럽기 때문에 그립퍼(Grippers)라는 까만 고무신처럼 생긴 걸 운동화 위에 덧신었다. 손에는 브룸(Broom, 컬링 초창기엔 진짜 빗자루를 들고 경기를 했다)을 들고 아이스링크로 입장했다.  

얼음이 미끄러워 슬라이딩 할 때 균형잡는 게 생각보다 쉽진 않았지만(평상시 스쿼트를 많이 해야겠단 생각을 했음), 무거운 돌을 얼음 위로 딜리버리(delivery)할 때 기분이 좋았다. 텔레비전을 보면 선수들은 딜리버리 할 때 브룸을 균형잡는 도구로 쓰는데, 초보자의 경우는 몸을 지탱해 균형을 잡아주는 지지대(stabilizer)가 따로 있다.  

3시간 가량의 레슨을 마치고, 레슨 다음 뭘 할 수 있을까 클럽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리그에 선수로 참여해 일주일에 한번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리그 땜빵 선수(sub)로 한 경기 뛰고 난 후, 난 7월부터 리그에 투입되어 매주 목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컬링 게임하러 아이스링크로 향했다.

리그는 정규 경기 5게임 그리고 플레이오프 경기 2게임, 이렇게 7주 동안 진행된다. 그리고 8주째는 게임없이 쉰 다음, 그 다음 주 바로 새로운 리그를 시작하기에 일년에 6차례 리그가 있게 된다. 참고로 7주 리그 등록비는 210불(약 25만원). 그러니까 한 게임 하는데 30불(약 3만 6천원)인 셈이다. 또한, 컬링 클럽에 회원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클럽 년 회비 50불(약 6만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

2019년 시즌엔 두 차례 리그에 참여했는데, 내 생애 처음 경험한 팀 스포츠였다. 이제까지 내가 주로 했던 스포츠를 짚어 보면, 수영, 요가 스트레칭, 웨이트 트레이닝, 테니스, 볼링 등 나 홀로 스포츠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비록 네 명이긴 하지만, 팀에 소속돼 경기를 하다보니 이게 생각보다 재밌는 거다. 게임하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잘 하면 하이파이브 이런 거 하다 보면 혼자 하는 스포츠와는 다른 기분이다. 확실히 운동하는 게 더 신났다. 이래서 사람들이 팀 스포츠의 일원으로 참여해 운동을 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팀 스포츠는 혼자서만 잘한다고 경기에서 이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팀원간 상호 신뢰와 협동이 매우 중요하다. 컬링 경기는 시트(sheet)라는 비교적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포츠라서 팀원간 의사소통이 상대적으로 쉽고, 더 빈번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게임 도중 자주 모여서 게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전략 짜기도 좋다. 그러다 보니 비록 7주이긴 하지만, 한 팀에서 같이 뛰다보면 자연스럽게 동지 의식(camaraderie) 같은 것이 생겨난다. 이런 경험은 팀 스포츠 외엔 할 수 없는 것이다.

컬링이 좋은 또 한 가지 이유는 상대적으로 나이, 성별 그리고 신체 조건에 상관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같은 팀 스포츠라도 농구, 축구와 같은 운동은 50대에 접어든 분이나 무릎이나 허리가 안 좋은 분들 그리고 남녀 혼합으로 함께 뛰기엔 버거운 감이 있다.

내가 속해 있던 컬링 리그 플레이어의 50% 정도가 50세가 넘는 장년층이었다. 20대 젊은 친구들도 있긴 했지만, 그 나이대는 스포츠보다 파티를 더 즐겨할 때다. 그리고 30, 40대 부부는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 뒷바라지에 자기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미국 어디를 가나 취미 모임이나 사교 클럽 대부분은 50세 가까이 되신 분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컬링은 매우 신사적인 스포츠다. 몸싸움 이런 것도 없고, 지나치게 격렬하지도 않다. 그래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얼음 위에서 슬라이딩 하는 것이 무리라면 스틱 컬링(stick curing)도 할 수 있다. 스틱 컬링은 스틱을 이용해 스톤을 딜리버리 하기 때문에 컬링 팀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더욱 넓어진다. 나와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우리 리그 선수 중에 휠체어를 타신 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컬링은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내가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겨울 스포츠다. 난 원체 피겨 스케이트나 스키 등 겨울 스포츠랑은 인연이 없었다. 미끄러운 표면이 싫고, 넘어지는 게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컬링은 얼음 위에 돌을 던져 점수를 따는 전략적인 게임이다. 컬링 스톤(stone)의 딜리버리가 정확해야 해서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냥 무조건 돌을 던진다고 하우스(동그라미 부분) 안에 안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돌을 던지는 힘의 세기 조절이 필요하고, 돌이 움직이는 동선에 깔린 과학적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컬링 스톤은 팔의 힘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해크를 박차고 나가는 힘이 주 원동력이다. 게다가 돌은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고, 돌면서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간다. 

또한, 하우스 안의 내 스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상대팀 돌이 우리 팀 돌을 하우스 바깥으로 쳐내면 점수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스톤을 잘 딜리버리하고도 게임에서 질 수 있단 이야기다.

올림픽 컬링 경기 시청하다 보면 선수들이 하우스 못 미치게 던지는 돌이 하우스 안의 내 돌을 보호하거나, 상대방 돌이 하우스 안으로 들어오는 걸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컬링을 얼음 위의 체스(chess on ice)라고 부르기도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5월에 시작하는 리그부터 참여해 컬링을 재개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이스링크가 폐쇄되어 버리는 바람에 이 글을 쓰며 지난 컬링 시즌을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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