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보이스피싱 피해 실종자, 열흘 만에 부산에서 찾았다

광주·부산 경찰 공조 추적 끝에 남구 모텔서 발견... 무사히 가족 품으로 인도

등록 2020.06.08 13:10수정 2020.06.08 17:43
2
원고료로 응원
a

광주에서 A(50)씨가 보이스피싱 피해 자책감에 휴대폰까지 남기고 자취를 감춰 경찰이 소재 파악에 나섰다. ⓒ 보이스피싱 피해자


[기사보강 : 8일 오후 5시 42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 사실을 자책하며 자취를 감췄던 50대 남성이 지역을 초월한 경찰 공조 끝에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사건 발생 열흘 만이다.

지난달 26일 광주광역시에 살던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뒤 사라졌다. 유서에 가까운 메모만 남긴 상황이었다. A씨의 생사 걱정에 가족은 실종 신고를 냈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경찰의 끈질긴 수색으로 지난 5일 밤 부산 남구의 한 모텔에서 A씨를 발견했다. 

"할 말이 없다.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아내와 함께 마트를 운영하던 A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건 지난달 20일~25일.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기범들은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 주겠다며 A씨에게 접근했다. 현재 받는 대출금을 상환하면 더 낮은 금리로 추가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 등이었다. 최근 정부의 자영업자 특별대출 정책을 교묘하게 악용해 비슷한 내용이 있는 관련 자료까지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카카오톡으로 받은 은행 링크를 무심코 눌렀다. 그때부터가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의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해킹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됐다. A씨는 사실 확인을 위해 공개된 금융감독원, 은행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해킹 프로그램에 따라 사기범들의 번호로 연결됐다.

당시만 해도 A씨는 속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일부 대출금액은 상환 완납증까지 받았다. 이런 수법에 넘어가 대출금 회수 차 여러 차례 돈을 건넸다. 피해 본 금액만 4천여만 원. 사기범들은 돈을 받아내자 연락을 끊었다. 뒤늦게 보이스피싱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다음 날인 26일 밤 A씨는 평소보다 일찍 마트 문을 닫았다. 사용하던 스마트폰도 놔둔 채 사라졌다. 그는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금융사기꾼(에 속았다)"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가족들은 A씨를 찾기 위해 곧바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아들 B씨는 언론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B씨는 "아버지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충격으로 자살예고 문자를 남기고 실종했다"면서 "사기꾼은 잡혔지만 아버지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CCTV에 확인된 A씨의 마지막 모습이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로 나오자, 광주 경찰은 즉각 부산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즉각 수사에 나선 부산지방경찰청은 실종수사팀을 전원 투입해 부산 곳곳을 샅샅이 뒤졌고, 부산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 강력팀이 5일 오후 9시 40분 남구의 한 모텔에 있던 A씨를 찾아냈다. 경찰은 A씨를 바로 가족에게 인계했다.

A씨는 외적인 건강은 양호하지만, 심리적으로 여전히 불안한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B씨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씀만 하고 계신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아버지를 찾아 준 경찰을 향해선 "광주 서부서나 부산 남부서 등 경찰이 많은 노력을 해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B씨는 "(사기범들이) 코로나19로 아버지에게 접근해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손을 쓸 수 없었다"며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현금 인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만약 사기범들이 보낸 링크 등을 클릭했다면 바로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꾼 뒤 수사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a

부산경찰청 자료사진. ⓒ 김보성

#보이스피싱 #실종 #경찰 수사 #부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4. 4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