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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사 민문기의 의견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 / 50회] "본 건 범행을 내란의 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하겠다"

등록 2020.06.12 16:20수정 2020.06.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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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재판 박정희 대통령 ‘시해’ 혐의로 재판정에 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혹자는 김재규가 박정희를 쏜 후 ‘육본’이 아닌 ‘남산’ 중앙정보부로 갔으면 역사가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2020년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했다. 김재규와 그의 부하들 이야기는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그때 그 사람들>(한석규와 백윤식 주연)이라는 영화로 제작해서 개봉한 바 있다. ⓒ 국가기록원

 
대법원 판사 민문기의 소수의견이다.

본 건 사안인 내란의 죄가 본질적으로 정치색채가 짙은 범죄이고 현실로 체제변동도 곁들여 있어 시국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범행('79.10.26)으로 희생되어 궐위된 대통령의 뒤를 이은 권한대행 최규하에 의하여 확인선언('79.11.10)된 바대로 새 헌법을 만드는 것이 전 국민적 합의라고 함을 획기적 역사의 사실, 부인할 수 없는 정당성을 지닌 중대한 국민의 정치결단, 국민의 법적 확신으로 뒷받침된 불문율, 시국을 지배하는 구속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합의는 유신체제와 상충됨이 그 본색을 이루니 그 체제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 분명하므로 따라서 전 국민적 합의가 있다는 그 자체가 실질적으로 유신체제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오늘의 정치발전이 그 증거이다)이 되며  이 합의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운명과 동시에 이뤄졌다고 아니 볼 수 없는 까닭에 유신체제는 고 박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한 체제라고 할 법적 논리에 이른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선례로 설명하거니와 만일 민주주의 질서를 군주체제로 변혁하려는 일로 해서 내란의 죄로 문의되다가 군주체제로 국헌을 바꾼다는 전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을 때 그대로 내란의 죄로는 처벌할 수 없으리니 그 합의가 민주체제의 폐기를 의미하는 이상 합의 후에 있어서 내란죄는 민주주의 하자는 것이지 군주체제 하자는 것이 결코 될 수 없기 때문에 합의 후에 있어서 군주주의 하자는 이유로 하는 내란죄는 그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죄로 단죄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 경우 국헌과 같다고 볼 체제가 달라서 각기 존립의 기초가 다르기 때문에 보호법익이 달라진 까닭이다.

본 건은 이 예의 경우와 똑 같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하겠다. 원판결 판단이 피고인 전원에 대하여 형법 제87조 제1ㆍ2호, 제89조, 제88조를 적용한 점과 그 이유로 설시한 취지로 미루어 그 전원을 국헌문란의 목적범으로 본 바가 분명하고 원심이 수괴로 인정한 피고인 김재규의 진술기재에 의하여 그 범행목적이 그 표현대로 유신체제의 핵인 박 대통령을 제거하여 그 체제를 종식시키고 민주체제로 돌리는 데 있다는 취지로 기록상 인정 못할 바 아니므로 원설시와 부합한다.


원판결의 인정판단에 그대로 따르면 원심은 피고인들이 유신체제를 강압 변혁하려는 목적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사람들을 살해했다는 것이요, 소송절차의 경과로 보아 개헌하는 전 국민적 합의가 있은 후에 있어서 재판한 사정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사안은 행위시와 재판시의 체제가 위 설시 이유에 따라 서로 다름이 숨길 수 없으니 이와 같이 범행시의 기반이 재판시의 그것과 달라졌다는 정치상황이 바로 초법규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사유가 된다고 할 법리에 이르므로 본 건 범행을 다른 죄로 봄은 별론으로 하고 내란의 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하겠다.

따라서 원판결 판단을 결론에 영향을 준 법률위반(유신체제 하에서라면 옳다 하겠다)을 남겼다고 하겠고 이를 지지한 다수의견 역시 같다고 하겠다.

이상 이유로 논지는 결론에 있어서 이유 있어 다른 주장에 들어가지 아니한다.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재규 #김재규장군평전 #민문기판사 #김재규상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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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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