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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되지 않은 '항소이유 보충서'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 / 46회] "10ㆍ26 혁명이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혁명인 점을 강조하였다"

등록 2020.06.08 17:46수정 2020.06.0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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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은 1980년 1월 23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항소심 2차 공판 당시 사진. ⓒ 연합뉴스

 
변호인단은 항소심이 사실 심리와 증거 입증의 마지막 기회이므로 힘을 모아 열정적으로 대처하였다.

재판정에서 연장자이며 법조계의 원로인 김계형 변호사가 대표변론을 통해 김재규의 10ㆍ26 거사의 역사적 의미를 설파하고, 이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무너지게 되었으며, 한국사회가 크게 변화되고 있음을 역설하였다.

또한 변호인단은 「항소이유보충서」를 작성하여 계엄고등군법회의에 제출했지만, 사전에 양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접수하지도 않은 채 판결 선고를 강행했다. 이 역시 상식과 관례를 무시한 처사였다.

「항소이유보충서」는 비록 항소심 판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상고이유서 작성 때 참고가 되었다. 몸이 불편한 김재규가 옥중에서 직접 쓰지 못하고 구술한 것을 황인철 변호사가 받아 쓰고, 작성된 문안을 김재규가 가다듬어 완성한 것이다. '보충서' 중 고문당한 사실, 박근혜ㆍ박지만 관련 부분은 앞에서 소개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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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진술하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 자료사진

 
(1) 첫 번째 단락에서는 10ㆍ26 혁명이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혁명인 점을 강조하였다.

① 10ㆍ26 민주회복 국민혁명의 필연성
유신 체제를 철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국시에 맞는 일이고, 건국이념을 되살리는 일이다. 전 국민은 물론 미국 등 우방이 모두 열망하고 있었다. 만일 이를 하지 않고는 북괴와 싸워 이길 수 없고, 궁극적으로 적화될 수밖에 없었음이 분명한 이상 본인이 결행한 10ㆍ26 혁명은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것이었다.

② 10ㆍ26 혁명의 적시성(適時性)
국민들의 유신 체제에 대한 저항은 일촉즉발의 한계점에 있었다. 이와 같은 위기에 처하여 박 대통령은 절대로 물러설 줄 몰라 국민의 엄청난 희생이 강요되고 있었다. 우리가 원하지 않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특히 미국이 대한정책을 바꾸게 될 가능성이 있는 등 절박한 상황에서 도저히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어서 10ㆍ26 혁명을 결행한 것이다.

③ 10ㆍ26 혁명의 방법
박 대통령의 희생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자유민주주의 회복과 박 대통령의 생명은 숙명적인 관계였다. 박 대통령을 사살하는 그 자체가 혁명이었다. 혁명이라고 하여 기본 룰(Rule)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목적과 대상에 따라 그 방법이 결정되는 것이다. 유신 체제를 깨기 위하여 그 심장을 멈추게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④ 10ㆍ26 민주혁명의 결과
본인이 결행한 민주 회복을 위한 혁명은 완전히 성공한 것이다. 10ㆍ26 이후 유신 체제는 무너졌고, 자유민주주의는 회복되었다. 혁명 후에 완성하려던 혁명 과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된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

⑤ 나로 하여금 자결케 하라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한 나를 처형하면, 1960년 김주열이 죽어 4ㆍ19가 일어났듯이 국민이 가만있을 리 없다. 우리 정부가 내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지 말고 나로 하여금 자결케 하도록 바란다. 본인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시킨 것이 결과적으로 이 나라에 불행을 가져오는 일이 없도록 거듭 당부한다. (주석 7)


주석
7> 앞의 책, 371~373쪽. (발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재규 #김재규장군평전 #항소이유보충서 #박정희독재 #황인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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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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