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전 재산을 팔고 융자까지 받아 산 집에서 벌어진 일

[리뷰] 영화 <그집>

20.05.30 12:33최종업데이트20.05.30 12:33
원고료로 응원
 

영화 <그집>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더콘텐츠온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인재가 도시에 집중된다는 말인데 성공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한 사람들이 흔했던 때를 배경으로 한다. 한 번 잘 살아보겠다고 사활을 건 가족들은 의도치 않게 저주받은 집의 표적이 된다.

영화 <그집>은 새 출발을 꿈꾸며 시골에서 전 재산을 팔고 은행 융자까지 얻은 한 가족의 비극을 담은 영화다. 영화의 주 무대인 집은 마드리드 말라사냐 거리 32번지에 있는 100여 년 된 집이다. 스페인에서 사람이 많이 죽은 곳으로 유명한 핫스팟이다. 우리나라 영화 <곤지암>처럼 실존하는 장소를 끌어들여와 공포 영화의 소재로 썼다.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는 공포와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를 가미한 스페인 호러이자 집에서 일어나는 하우스 호러다.

기회의 땅 마드리드로 온 가족들
 

영화 <그집>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더콘텐츠온

 
가장 올메(이반 마르코스)는 아내 칸델라(베아 세구라)와 결혼식도 못하고 이곳에 왔다. 전처가 죽고 처제 칸델라와 살림을 합쳐 라파엘(이반 레네도)을 낳았다. 전처 사이에서 페페(세르지오 카스텔라노스)와 암파로(베고냐 바르가스)를 얻었다. 그리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버지를 데리고 여섯 가족이 마드리드로 상경했다.

이들은 기회의 땅 마드리드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집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급기야 라파엘마저 실종되며 가족은 두려움에 떤다.

영화는 1976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스페인은 오랜 독재 정권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사망한 후 혼란스러운 과도기였다. 영화는 알 수 없는 존재로 가족이 위기를 겪는 듯 보이나 갑자기 바뀐 환경의 두려움을 빗대고 있다.

1970년대 스페인은 우리나라 현실과 오버랩된다. 가족은 유일한 희망이자 마지막 기회로 종신형 대출까지 받아 산 집이 귀신 들린 집일 줄이야. 이쯤 되면 부동산 사기가 아닌지 의심된다. 부동산 중개인은 집을 보여주러 오면서도 두려움을 숨기지 못해 문을 열며 덜덜 떤다. 그리고는 4년이나 집이 비어있던 이유를 함구했다. 
 

영화 <그집>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더콘텐츠온

 
그 집으로 이사 온 후 족들에게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 전선이 끊어진 전화기가 울리고, TV 속에서는 말을 거는 할머니 인형이 등장하고, 내다 버린 옷이 다시 되돌아오거나, CCTV로 가족의 일상을 훔쳐보는 듯 여성의 초상화가 움직인다. 급기야 페페에게 이상한 쪽지가 전달되며 가족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오프닝의 한껏 끌어올린 공포감이 지속되지 못해 아쉽다.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 잘 살아보겠다고 도시로 상경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 낯선 스페인 영화라는 신선함이 반감되어 가고 있었다. 워너브라더스 제작 및 배급 공포영화라는 기시감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다. <컨저링>과 <그것>을 합쳐 놓은 듯한 분위기와 충분히 예상할 법한 결말을 부른다.

사실상 이사 온 집에 출몰해 가족들을 괴롭히는 존재보다 더 무서운 건 은행이다. 가족 구성원은 대출금 갚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자리를 얻어 노예처럼 돈을 벌어야 했다. 내집 장만의 어려움에 대한 기시감과 씁쓸함이 교차된다. 

이 가족을 만난 퇴마사는 더한 이야기를 한다. 그 존재는 집을 떠나도 소용없고 계속해서 따라다닐 거라고 말이다. 집 사려고 진 빚은 죽어야만 갚을 수 있었다. 전 재산 팔고 부동산 융자까지 끼고 산집. 빚을 갚지 못하면 목숨까지 내어 주어야 할 살벌한 약속이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대출금은 죽을 때까지 갚지 못할 현실 공포가 되어버렸다.
그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