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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왕국 KIA, 경기력 보완 위해 '이것'이 필요하다

[KBO리그] 7경기 연속 선발 QS... 잔루는 최다 1위 명암

20.05.27 17:08최종업데이트20.05.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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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정규 시즌을 3주 가량 치른 가운데, 10팀 중 선발 로테이션이 가장 안정된 팀으로는 KIA 타이거즈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개막전에서 양현종이 난조를 보이며 조기 강판되었으나, 이후 로테이션을 돌면서 선발진이 전체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KIA는 선발투수들의 호투에 힘입어 지난 주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둔 데 이어, 이번 주에도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로 한 주를 시작했다. 이 기간 선발투수들은 7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 성공했으며, 그나마 1패를 당한 것도 연장 12회까지 가서 실점한 것으로 전반적인 투수진이 안정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한때 최하위까지 내려갔던 KIA는 100경기를 감독대행 체제로 유지하면서 정규시즌 7위에 머물렀다. 중심 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범호가 은퇴하면서 주축 선수들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2020년은 현실적으로 리빌딩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26일 경기까지 KIA는 19경기에서 11승 8패(0.579)를 기록하며 리그 4위에 올랐다. 선두 NC 다이노스를 4경기 반 차로 추격하고 있다. 특히 2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는 1경기 반, 3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는 반 경기에 불과하다. 또한 5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가 반 경기, 6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승차가 1경기로 2위부터 6위까지의 5팀 승차가 최대 2경기 반이다. 

7경기 연속 QS, 구단 최다 기록은 10경기

현재 KIA의 선발 로테이션은 양현종(좌), 애런 브룩스(우), 이민우(우), 드류 가뇽(우) 그리고 임기영(우) 순서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5명의 선발투수들은 팀의 11승 중 9승을 선발승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KIA는 벌써 4명의 선발투수가 리그 규정 이닝을 넘겼다. 임기영이 27일 경기에서 4이닝만 더 던지면 5명 모두가 규정 이닝을 넘겨 각종 타이틀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리그 선두 NC가 선발승이 10승인 것을 감안하면 KIA의 선발투수들이 현재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퀄리티 스타트 횟수에서는 시즌 19경기 중 절반이 넘는 10경기로 이 부문 리그 공동 선두다. 리그 선두 NC가 역시 10경기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으며, 다른 한 팀은 승률은 리그 8위(7승 12패 0.368)로 승운이 따르지 않는 한화 이글스다.

KIA의 올 시즌 선발투수들의 평균 자책점은 3.31로 리그 2위다. 또한 놀라운 점은 선발투수들의 탈삼진이 도합 99개로 리그 1위이면서도 땅볼 유도에서 123개로 리그 2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경기 운영을 보이고 있다. 

각 투수들의 투구 패턴도 다양하다. 에이스 양현종은 왼손으로 던지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의 조합, 임기영은 사이드 암으로 던지는 체인지업이 주무기다. 이민우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 조합을 주로 던지며, 브룩스는 빠른 공에 버금가는 위력의 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가뇽도 빠른 공과 체인지업 조합 패턴인데 26일 경기에서는 체인지업 비중을 다소 줄이기도 했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선발투수들의 연속 퀄리티 스타트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KIA는 2012년 선발 로테이션이 10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무려 두 번이나 성공한 적이 있다. 당시 KIA의 선발 로테이션은 양현종이 부진했지만 윤석민(은퇴), 서재응(현 투수코치), 김진우(은퇴), 헨리 소사(현 대만 푸방 가디언즈) 그리고 앤서니 르루(현 투수코치)로 구성되어 있었다.

2012년 KIA는 10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2번이나 성공하면서 당시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에서 3.85로 8구단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가을야구 진입 희망을 불태우던 추석 연휴를 전후로, 앤서니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투수가 4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전까지 통산 완투가 메이저리그 1경기(2005년 8이닝 3실점 완투패)에 불과했던 서재응은 선발투수들의 4경기 연속 완투승이 나오는 동안 이 시기에만 2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뒀을 정도로 최고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비록 시즌 5위에 그치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선발진의 한 축이었던 서재응과 앤서니는 현재 KIA의 투수코치로 투수들을 이끌고 있다.

물론 선발승을 지켜내야 할 불펜도 강력한 모습이다. 최근 7경기 평균 자책점이 0.47로 유일한 실점은 24일 SK 와이번스 원정 경기에서의 연장 12회 끝내기 패전 뿐이었다. 전상현이 9경기 연속 무실점, 박준표는 최근 9이닝 1실점이며 마무리투수 문경찬도 불안한 순간이 있긴 하지만 8경기 3세이브에 평균 자책점도 최근 2.00까지 내렸다.

왼손 구원투수 하준영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면서 전력을 이탈했지만 공백을 메워줄 다른 투수가 등장했다. 또 다른 왼손투수 김명찬이 1군에 보강되었는데, 김명찬도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발 야구로 우승했던 KIA, 이번에도 패권 도전?

코로나19로 시즌이 열린지 한달이 채 안됐지만 현재까지 KIA는 상당히 좋은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9번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했던 타이거즈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팀이 인수된 뒤 2번의 우승을 더 이뤄냈는데, 그 2번의 우승에 선발진의 힘이 컸다.

8구단 체제였던 2009년 KIA는 정규 시즌 81승 중 선발승이 58승으로 이 부문 1위였다. 아퀼리노 로페즈(14승), 릭 구톰슨(13승), 양현종(12승), 윤석민(8승), 곽정철(4승), 서재응(4승) 그리고 이대진(3승)까지 7명이 선발승을 합작한 KIA는 정규 시즌에서 SK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서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 시리즈에서는 7차전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10구단 체제로 확대된 2017년에도 KIA는 정규 시즌 선발승이 63승이었다. 이 때는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가 각자 20승씩 도합 40승을 합작하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팻 딘이 9승, 임기영이 8승 그리고 정용운이 3승을 합작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KIA는 2년 연속 한국 시리즈 챔피언이었던 두산 베어스를 따돌리고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에는 한국 시리즈에서도 선발진이 시리즈를 주도했다. 비록 1차전에서 헥터가 패했지만, 2차전에서 양현종이 1-0 완봉승을 거두며 사실상 시리즈의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3차전과 4차전을 모두 승리한 KIA는 5차전에서 헥터가 선발로, 양현종이 마무리로 등판하는 초강수를 두며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2009년과 2017년의 KIA는 선발진만 강했던 것이 아니었다. 2009년 한국 시리즈는 SK와 서로 승부를 주고 받는 혈전이었으며, 7차전에서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을 포함하여 화력전이 진행됐다. 2017년에도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유희관 등이 버티고 있었던 두산의 선발진을 무너뜨린 타선의 힘이 있었다.

일단 KIA의 선발진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지난 해 양현종이 시즌 초반 1개월 동안 부진했다가 시즌 평균 자책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혼자 고군분투했지만, 올해에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을 포함하여 다른 선발투수들이 힘을 보태주고 있다.

양현종은 올해에도 개막전 1경기만 부진했을 뿐 이후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에이스 겸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고 있다. 지난 해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양현종이 마운드에서 부감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발이 필요한 타선, 잔루 리그 최다 기록

KIA가 앞으로 2위에서 6위까지 5팀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두 경쟁을 위해 치고 나가려면 타선의 분발이 필요하다.

물론 KIA의 타선의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다. 박찬호와 김선빈은 지난 주 6경기 도합 타율 0.321로 출루에 최선을 다했다. 프레스턴 터커와 나지완, 최형우 등의 중심 타선도 지난 주 6경기 도합 타율 0.318이었다.

전체적으로 타선의 짜임새는 좋지만 득점의 생산이 꾸준히 많은 것은 아니었다. KIA는 26일 경기까지 득점권 타율이 0.256에 그치고 있다(리그 8위). 개막 이후 3주 동안만 해도 잔루가 벌써 150개나 쌓였다. 

타선의 득점 생산에 있어 기복도 심하다. 개막 첫 주 잔루가 52개였고, 둘째 주 잔루가 42개였다. 그리고 선발진의 호투로 5승 1패를 거뒀던 지난 주만 해도 잔루가 56개나 됐다. 지난 주 6경기에서의 득점권 타율만 보면 0.276으로 10팀 중 9위였다. 연장 12회에서 패했던 24일 경기에서도 같은 문제로 끌려가다가 연장전을 만들었지만 끝내 승리하지 못했다. 

물론 선발투수들이 지금처럼 호투를 이어간다면 3~4점 정도의 득점으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득점 지원이 부족하다면 결국 투수들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승운이 따르지 못하면 호투하던 투수도 지칠 수 있다. 

리빌딩과 승리 동시에 챙기는 KIA, 윌리엄스 감독의 플랜

KIA는 2017년 당시 김선빈과 나지완, 최형우 이외에 김주찬(1루수), 안치홍(당시 2루수), 이범호(3루수), 김민식(포수), 이명기(외야수), 로저 버나디나(외야수) 등의 타선을 구축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버나디나와 결별한 뒤 제레미 해즐베이커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여 지난 해 시즌 초반에 터커로 용병을 교체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다른 타선들도 많이 바뀌었다. 이범호는 은퇴했고 이명기는 트레이드를 통해 NC로, 안치홍은 FA 계약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김주찬은 다리 수술 이후 아직 퓨처스리그에서 감각을 찾아가고 있으며, 김민식은 주전 포수 자리를 내주고 퓨처스리그에 머물고 있다.

2017년 우승 멤버들 중 막내 야수가 1990년생의 안치홍이었다. 안치홍의 이적 후 1989년생의 김선빈이 2루수로 옮기는 등 현재 KIA의 야수진은 대대적인 세대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 100경기를 감독대행으로 지휘했던 박흥식 퓨처스 감독이 세대 교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어느 정도 그림은 그렸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해까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3루 작전코치를 담당했다. 이후 KIA에 부임한 뒤 마무리 캠프부터 스프링 캠프까지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를 위해 스프링 캠프에서만 연습 경기를 20회나 치르기도 했다. 

개막 시점에서 일단 일부 야수 자리는 고정됐다. 김선빈이 2루수로 옮기는 플랜은 안치홍의 이적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유격수 자리에는 박찬호가 들어갔다. 외국인 타자 터커가 우익수를 맡고, 그 동안 좌익수를 맡았던 최형우는 지명타자에 집중하는 대신 기존 지명타자였던 나지완이 좌익수로 투입되고 있다.

포수는 백용환과 한승택이 나눠 맡고 있으며 1루수와 3루수 그리고 중견수 자리는 한 선수로 고정되지 않았다. 일단 상대 선발투수의 좌우 성향 또는 다른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여러 선수들을 돌려가며 활용하고 있다. 오랜만에 주전 좌익수를 맡은 나지완이 시즌을 열심히 준비하면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즌 내내 꾸준히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1루수는 왼손 타자인 유민상과 더불어 오른손 타자인 황대인이 플래툰으로 기용되는 모양새다. 3루수는 일단 베테랑 나주환이 주로 나서고 있으나 유틸리티가 가능한 황윤호도 출전 기회를 받고 있다. 1루수는 플래툰 운영으로 방향을 잡은 듯 하지만 3루수에는 아직 확실한 주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원준은 그 동안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다른 여러 포지션을 오갔을 정도로 역할이 불안했다. 일단 올해에는 중견수로 출전 기회를 꾸준히 받고는 있지만, 간혹 외야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시즌 타율도 0.210으로 많이 아쉽다.

일단 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한 경기를 최대한 교체 없이 맡기는 윌리엄스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한동안 1군 엔트리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적다. 기존 1군 경험이 있는 김호령과 이창진은 허리 부상에서 회복 중이며 김주찬도 아직 타격감이 크게 올라오지 않고 있다.

비록 야수들이 타석에서 남기는 잔루가 많기는 하지만, 일단 KIA는 나름 승리하기 위한 경기 운영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그 하위권으로 예상되었던 것과 달리 선전하는 경기가 많은 모습은 일단 윌리엄스 감독의 첫 번째 플랜이 완벽하진 않지만 괜찮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8일까지 KT와의 수원 원정 일정을 마치면 29일부터는 광주에서 리그 2위 LG를 만난다. KIA가 좀 더 높은 순위로 치고 나가기 위하여 중요한 한 주의 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현재 KIA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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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타이거즈 KIA선발투수성적 KIA야수라인업 맷윌리엄스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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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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