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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우리 가족에겐 CCTV가 효자였다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요] 시골집에서 혼자 있는 엄마, CCTV 보며 불안 덜어

등록 2020.05.29 13:15수정 2020.05.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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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서 나눠 먹을 고기도 서너 근 사 오고, 농협에 볼 일도 있고 그래서 원평에 좀 갔다 오려고. 아버지 생신을 그냥 보내서 이제라도 고기 좀 대접하려고. 그런데 CCTV 봤나?"

"아침저녁으론 언제나 보죠. 조금 있으면 일어나시겠지 하고 봤는데, 엄마가 빠져나간 자리가 동그랗게 있는 거야. 마당에 계시면 TV가 켜져 있을 텐데 꺼져 있고 그래서 이렇게 일찍 어딜 가셨나? 뒤져 봤더니 막 수저 놓으시고 그릇 가지고 나가시는 게 보이는 거야. 그래서 개밥 주러 가셨구나? 하며 보고 있는데 엄마가 다시 보여서 전화드렸지. 연속극 재방송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때 못 본 거 나중에 볼 수 있게 다 저장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아깐 뭐하셨나 돌려서 봤지. 컵 가지고 막 앉으시는 것 보고 이제 통화하면 되겠다 싶어 전화 드린 거고..."
 

엄마가 사시는 곳은 김제시(전북)다. 고양시에 사는 내가 엄마의 사사건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지난해 5월 고향 집에 설치한 CCTV(관련 기사 : 친정집에 설치한 CCTV, 그 후로 알게 된 것들) 덕분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기 시작하던 2월 20일,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인 마을회관(경로당, 아래 마을회관)이 폐쇄됐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2월 말에는 엄마가 사는 인근에 확진자도 나왔다. 
 

코로나 19로 임시 폐쇄된 동네의 사랑방인 마을회관(경로당)에 붙은 안내문. 확진자 발생으로 아마도 다른 지역보다 며칠 빨리 폐쇄된 것으로 알고 있다. ⓒ 김현자

 
친정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삼십대 후반의 여자가 확진 받았다는 소식이 우리 가족 19명으로 구성된 단톡방에 떴다. 동네 사람 누구와 동선이 겹칠 가능성도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인 데다 많은 사람을 접촉하는 직업이라고 했다. 별별 상황이 상상되면서 시시각각 불안했다. 그래서 더욱 자주 보게 된 CCTV, 아니 엄마였다. 그런데도 엄마는 자식들과 손주들 걱정뿐이다. 

"도시에서 많은 사람과 섞여 돈 벌어 먹고 사는 자식들이 걱정이지, 맨날 집에만 있는 엄마가 뭔 일이 있겠나. 아무도 안 만나는데. 마스크 꼭꼭 쓰고 다니고 애들도 잔소리 좀 해라."

그 무렵부터 한동안, 전화할 때마다 이처럼 자식들 걱정을 앞세우곤 하셨던 엄마는 3월 어느 날엔 좀 귀여운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꽃이 얼마나 많이 피었는지 모른다. 자식들 아무도 못 오는데 꽃이 지고 있어서 어쩌냐? 사진이라도 찍어 놨다가 보여줘야 할 것 같아 눌러보는데, 뭐가 잘못됐나? 당최 안 찍히네! 이렇게 꽃 다 져버리고 말면 어쩐디야!"
 

엄마를 수다쟁이로 만들곤 하는 엄마의 꽃밭, 초봄 풍경이다. 2년 전 초봄에 찍었다. 길어서 한꺼번에 다 담지 못한다. 초봄부터 가을까지, 수선화를 시작으로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 지금쯤 또 다른 꽃들이 가득 피었고 여름과 가을에 꽃필 식물들이 한창 자라고 있을 것이다. ⓒ 김현자

 
하루하루가 조심스러울 때였다. 괜히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세상이 온통 코로나19로 불안한데 엄마의 관심은 수선화를 시작으로 마당에 가득 피어나는 봄꽃들에 쏠려 있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런 땐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도시보다 그래도 집 주변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는 시골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엄마에게선 여유와 평화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다행함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함과 심란함으로 바뀌고 말았다.

"아침 먹고 청소하고 빨래도 널고 좀 꼼지락거리다가 회관 가서 점심 먹고 놀다 들어오면 하루가 금방 갔는데, 요즘은 하루가 너무 길다. 할 일이 있나. 그러니 TV만 보게 되고 자꾸 눕게 되고. 책을 좀 볼까 해도 통 들어오지 않고. 네 아버지는 잘 계시기나 한 것인지…. 연락을 해 볼 수 있어야 안심되지. 잠깐 닫고(마을회관) 말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이런 것(코로나)이 들어와 나가지도 않고 이렇게 괴롭힌다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안 섞인 호소도 늘었다. 가끔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처럼 가슴 철렁해지는 하소연까지!

"요즘엔 뭐든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젯밤엔 이러다 영영 잊어버리는 것 아닐까 덜컥 겁이 나서 구구단을 외워 보았더니 생각 안 나는 것들도 있네. 다 알았었는데. 구구단 공부라도 다시 해볼까…. 아버지 계실 땐 아침저녁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는데…."  

몇 년 전 가깝게 지내던 한동네 친구가 치매를 앓으면서 이따금 치매에 대한 불안을 내비치곤 했던 엄마였다. 그래서 몇 년 새 치매 검사를 두 번이나 했다. 인지력도 높고 전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결과였다. 그럼에도 엄마는 이따금 치매를 염두에 둔 듯 불안을 내비치곤 했다. 그럴 때면 연세가 많으니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은 좀 달랐다. 통화하는 중에는 물론 전화를 끊고도 한참 동안 울컥울컥.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집에 혼자 있는 날이 계속되면서 엄마의 인지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음을 통화할 때마다 이미 느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초기엔 앉아 계실 때가 많았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낮에도 누워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런 엄마를 보며 '시간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저렇게 무기력해지시면 안되는데... 보고만 있으려니 안타까웠다. 이럴 때 누구라도 가서 며칠만이라도 함께 있다 오면 좋겠다, 싶었다.

무엇이 필요하다 잘 알고 있지만 어쩌지 못하는 현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심란했다. 가족끼리 머리를 모았다. 엄마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우리 딸들은 "엄마에게 가능한 한 더 오래 통화하며 말을 많이 하게 하자. 옛날 일이나 동네 사람 누구를 물어보는 등으로 엄마의 기억을 자극하자"고 입을 모았다. 

"시골 나이 드신 분들에게 마을회관은 엄청 중요하지. 매일 모여 밥도 함께 먹고, 놀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니까. 어쩌면 멀리 사는 자식들보다 비중이 훨씬 큰 거지. 그렇게 어울려 지내다가 코로나 때문에 폐쇄되어 아무도 못 만나고 종일 혼자 계셔야 하니 얼마나 답답하시겠어.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젊은 사람들도 스트레스가 심각해지고 있다잖아. 그러니 엄마처럼 온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 노인들은 오죽 답답하겠어. 박탈감도 크고 말이야. 큰일이다.

그래서 별일이 없는 한 매일 전화해 최대한 오래 수다 떨곤 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사실 마음만으론 쉽진 않잖아. 뭣보다 이야깃거리도 딸리고. 그런데 CCTV 보면서 통화하니까 1시간이 10분처럼 후딱 가서 좋더라. 뭘 하시는지 물어도 보고, 뭘 잡수시나, TV는 뭘 보는지까지 훤히 볼 수 있잖아. 개 짖는 소리도 들리고. 그러니 시시콜콜 물어보고, 참견하고 그러면서 통화하니까 시간 정말 빨리 가더라고. 할 이야기도 많아지고. 그렇잖으면 맨날 하는 뻔한 안부만 물을 것인데. 작년에 CCTV 설치하길 정말 잘했어."
 

다행히 지난 5월 6일부터 마을회관이 열리고 있다. 지난주 엄마는 "아직은 옛날처럼 매일 열지 못하고 사흘 열었다 며칠 쉬고 나흘 열었다 또 며칠 쉬고 이렇게 열리지만 그래도 좀 살 것 같다"며 물어보지도 않은 마을회관 사정을 먼저 들려주셨다. 요즘엔 통화할 때마다 엄마의 활력이 자주 느껴진다. 

아까 오후엔 "전동기 운전연습을 하는 중이라 바쁘다"며 끊으셨는데, 이처럼 이래서 바쁘고 저래서 통화 못 하니 먼저 끊자고 할 때도 잦아지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노시며 어서 끊자고 재촉하던 지난날처럼. 어서 빨리 마을회관이 매일 열렸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올 봄에는 CCTV가 가장 큰 효자였어. 전화만으론 뭔가 아쉽고 안심 안 되는 그런 거, 눈으로 확인해야만 안심되는 그런 거 있잖아. 못 봐서 생기는 그런 막연한 불안감도 어쩔 수 없고. 그런 것들을 CCTV가 해줬으니!"

이 글을 쓰는 와중 "CCTV로 뭐 하시나 보고 전화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던 막내 올케 말도, 조카와 형부의 비슷한 내용의 단톡방 메시지도 떠오른다. 아마도 일일이 표현하지 않았지만 다른 형제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난 봄 CCTV 설치 후 엄마와 전화가 더욱 더 세심해지고 살가워졌다.

나도 모르게 전파자가 될지도 몰라 엄마를 멀리서 지켜보며 걱정밖에 할 수 없어 막연하게 불안했다. 거리는 좁힐 수 없어도 어떤 식으로든 소통은 더욱 필요했던 올봄, 엄마를 이처럼 보살펴 드릴 수 있었던 것은 CCTV 덕분이다.

눈에 보이는 그만큼 관심 둘 수 있고 부족한 것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권하고 싶다. 시골이든 도시든 연로하신 부모님들만 계신다면 설치를 고민해보라고. 아니 가급 설치해보라고. 물론 연로하신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식들, 아니 '자식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살뜰한 보살핌'이다.

그러나 함께 살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란 것도 있지 않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살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경우도 종종 보곤 한다. 이런 현실의 부족함을 CCTV가 어느 정도는 보완해줄 수 있음을 확인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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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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