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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왕' 박지원 꺾은 김원이 "청년수당도 못주는 지방정부, 바꿔야"

[당선자와의 대화] "박원순 사람? 맞다... '호남 대통령' 기대감 높지만 출신이 전부 아니야"

등록 2020.05.22 18:03수정 2020.05.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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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원이 당선인. ⓒ 권우성

 
4.15 총선에서 '목포의 왕' 박지원 민생당 의원(4선)을 꺾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전남 목포)가 21일 "'포스트 박지원'으로서 지방정부의 예산을 확대하고 예산 편성 자율성을 높이는 지방분권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지역의 청년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방청년 지원특별법'도 제시했다.

김 당선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같이 전했다. 그는 "청년수당만 해도 재정이 넉넉한 서울과 경기도가 제일 먼저 시작할 수 있었지만 지방은 주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주는 실정"이라며 "지방청년들 입장에선 마음이 어떻겠나, 이런 차별을 없애는 데 힘 쓰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김근태·천정배 의원 보좌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 박원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는 등 23년여간 보좌진으로 경력을 쌓은 김 당선자는 본인이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박원순 사람이 맞다"고 동의했다. 특히 그는 "실제 호남엔 지금 '호남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있다"라며 '이낙연 대세론'을 인정하면서도 "박 시장에게 좋은 기회를 부여 받아 성장한 만큼 은혜는 갚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당선자는 "아직 대권을 논하긴 너무 이르다"면서도 "과거 (비호남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것도 호남이었다, 호남 사람들에겐 출신보다도 민주 개혁 진영의 집권이 더 중요한 화두"라고도 했다.

"정치 9단 박지원, 목포의 자랑이었지만... 새 인물 갈증 있었다"

- 선거 끝나고 한 달 넘게 흘렀다. 어떻게 지냈나.
"목포 선거는 당내 경선부터 시작해 본선까지 엄청나게 치열했다. 끝나고 나니 체력 소모가 엄청났지만 한 보름 동안은 정말 열심히 당선 인사를 다녔다. 유세차 계약 기간이 만료돼 용달차에 앰프를 싣고 아파트 동마다 구석구석을 돌았다. 당선 인사를 이렇게 하는 건 처음 본다고들 하시더라(웃음). 그러고 나니 몸이 정말 방전돼서 5월부턴 쉬면서 체력 비축을 했다. 가족들과 여행도 다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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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원이 당선인. ⓒ 권우성

 
- '목포에선 박지원이 왕'이란 말까지 있더라. 첫 출마에 박지원 의원을 꺾을 수 있었던 승리 요인은? (김원이 6만 2065표 (48.76%) - 박지원 4만 7528표 (37.34%) - 윤소하 1만 5122표 (11.88%)).
"목포 시민들에게 박지원 의원은 정말 자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좀 바뀌었으면 하는, 양면이 함께 존재하는 분이다. 박 의원이 가진 '대한민국 정치 9단'이란 수식어 덕분에 인구 23만의 지방 소도시가 정치의 중심지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제 좀 더 젊고 새로운 인물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지역에 퍼져 있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꽤 여러 번 들었던 말이 '박지원 의원이 후배들과 싸우는 방식이 아니라, 난 오래 했으니 이젠 너희들이 목포 발전을 위해 잘 해보라면서 아름답게 길을 터줬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거였다.

이번 승리에 무엇보다 강하게 작용한 건 문재인 정부 성공에 대한 호남의 압도적 지지다. 촛불 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호남이 도와야 한다는 거였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민주적 통제와 질서를 통해 해결해가는 모습은 국격까지 높였다.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는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더 탄탄해졌다.

이런 유리한 구도에 더해 김원이란 인물이 가진 인생 스토리도 어필이 된 것 같다. 초중고를 목포에서 나온 놈이 말단 7급 수행비서부터 시작해 차관급인 서울시 정무부시장까지 올랐다더라, 대학 때 학생 운동을 열심히 했고, 운동 마치고 스물 여섯엔 목포로 내려와 방위를 하면서 밤에는 야학을 했다더라, 군 제대 후엔 동부시장에서 옷가게 점원도 하고 청계 농공단지 노동자로 일하면서 목포에 자리를 잡으려 했다더라, 목포 지역 언론 창간 준비도 했다더라... 조금씩 저란 인물을 알아봐주시면서 이 정도면 '포스트 박지원'으로서 목포를 이끌어갈 만한 사람으로 충분하겠다고 인정해주셨던 것 같다."


-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건 언제부터였나.
"지난해 12월에 목포로 이사를 했으니 한 4개월 반 정도다."

- 그 이전 준비 과정은 없었나.
"준비는 1년 정도 전부터 했다. 주말에 내려가 동창이나 주민들을 찾아 다니며 말씀을 들었다."

"지방 분권 꿈 위해 출마... 개헌 필요성 동의하지만 의견 수렴 거쳐야"

-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김근태·천정배 의원 보좌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 박원순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23년간 보좌진 생활을 했다. 직접 국회의원이 돼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어느 순간 보니 내가 나이가 너무 들어 있더라(웃음). 7급 수행비서부터 시작해 국회, 청와대, 중앙당, 교육부, 서울시까지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쌓았지만 어느새 53세였다. 서울시 정무부시장까지 했으니 사실상 스탭(staff)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대까지 도달한 셈이었다. 한창 일할 나이의 후배들에게도 자리를 남겨줘야 했다. 홀로서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이지만 첫 번째 이유였다.

둘째는 정치에 대한 꿈이다. 결국 정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건 학생 운동 때부터 계속된 꿈이다. 목포에서 시민운동을 하겠다던 청년 시절 못 다 이룬 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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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원이 당선인. ⓒ 권우성

 
- 그 꿈이 뭔가.
"지방 분권이다. 지방 도시들은 지금 소멸 위기다. 청년이 없다. 서울이 지방의 인재들과 자본, 문화를 다 빨아들이면서 어마어마한 국제 도시로 급성장했지만 그 대가로 지방이 암울해졌다. 여기서 차별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청년수당이 제일 먼저 도입된 곳이 어딘가? 서울과 경기도다. 돈 있는 도시들이니까 가능한 거다. 지방은 주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준다. 그걸 지켜보는 지방청년들의 마음은 어땠겠나. 이게 차별 아니고 뭔가.

그래서 생각한 게 지방분권법이다. 지방 정부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지방의 예산 편성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현재 지방의 재정은 중앙 정부의 도움 없이는 운영이 힘든 상태다. 세금이 얼마 안 걷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앙 정부의 교부금엔 다 꼬리표가 붙어 내려온다. 항목이 다 정해져 있다. 유연성이 없고, 지방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좁다. 또 국비와 지방비를 7:3이니 6:4니, 매칭으로 하는 경우도 많아 재정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약하다. 이 문제를 풀어줘야 지방마다 각자의 특성에 맞게 예산을 쓰면서 성장해갈 수 있다.

또 하나는 지방청년 지원특별법이다. 결국 지방이 지속가능 하려면 청년들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모두가 '인(in) 서울'을 외치며 올라가버리고 있다. 경기도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지방이 더 이상 수도권에 청년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창업을 하거나 취업을 하면 지원금뿐만 아니라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도 함께 제공하며 도와야 한다. 현재로선 격차가 너무 크다. 지방청년을 고용하는 기업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 지난 2018년 청와대에서 발의했다가 불발된 개헌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지방 분권이었다. 앞으로 지방 분권 개헌의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개헌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겠나. 다만 누가, 언제, 어떻게 개헌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지금 상황에서 각자가 개헌에 대해 백가쟁명(百家爭鳴, 여러 사람이 자기 주장을 내세움)식으로 언론에 얘기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개헌은 워낙 큰 사안인 만큼 당 지도부가 의견 수렴과 조정을 거쳐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렇게 중론이 정해지면 모두가 잘 따라줘야 한다."

- 당장은 아니지만 대선이 있는 2년 뒤엔 개헌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거란 예상이 많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 않겠나. 개헌은 최종적으로 국민 투표가 필요한 사안인데 대선 외에 언제 따로 할 수 있겠나."

"박원순 사람? 맞다, '호남 대통령론' 있긴 하지만..."

- 김대중·김근태·박원순 등 거물 정치인들의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뭘 배웠나.
"김대중 대통령 말씀 중엔 두 가지가 가슴에 남아 있다. 하나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학생 운동을 할 땐 줄곧 군부 독재 타도를 외쳤다. 자연스럽게 민주 정부를 수립한 다음엔 뭘 해야 하냐는 물음이 나왔다. 요즘 표현으로는 '나라다운 나라'일 거고, 당시엔 '평등한 세상'이었다. 그걸 위한 수단이 정치만한 게 없지 않나. 사회 구조와 제도,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치니까. 또 하나는 그 방법론으로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갖추라'는 말씀이다. 평등한 세상이라는 이상을 실현해내기 위해 정치 현실에선 상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씀이다.

김근태 의장에게선 민주주의를 배웠다. 그분은 늘 '따뜻한 시장경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를 입에 달고 다니던 민주주의자셨다. 김 의장을 모시던 2000년대 중반은 특히나 우리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의 횡포가 가장 심각했을 때다. 비정규직 비율이 50%를 넘었고 틈만 나면 노동유연성이 강조되면서 회사에서 잘리고, '빅딜'이라며 기업들이 합쳐졌다. IMF가 요구한 것을 지나치게 이행하면서 폐해가 극에 달했다. 그때 김 의장은 노사정이 모두 함께 하는 사회적 합의 뉴딜을 제안하셨다. 여기서의 뉴딜은 요즘 말하는 '한국판 뉴딜'과는 전혀 다르다. 요즘의 뉴딜이 SOC 투자 개념이라면, 당시 김 의장이 말씀한 뉴딜은 사회적 합의였다. 예를 들면 재벌들의 숙원인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노동의 안정성도 유지하도록 협약하고, 이를 시민사회와 정부가 함께 보장하자는 거였다. 내가 정치를 한다면 이어서 해야겠다고 싶었다. 김 의장님한테는 제가 최고의 아부꾼이었다(웃음). 저만 보면 웃고 좋아하셨고.

박원순 시장은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내고 협치와 조정 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선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본다."

- 본인은 '박원순계'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원순 사람 맞다. 다만 제가 여러분을 모시지 않았나. 김대중 대통령을 모실 땐 김대중의 남자였고, 김근태 의장을 모실 땐 김근태의 남자였고, 박원순 시장을 모실 땐 박원순의 남자였다. 문재인 정부의 유은혜 교육부총리 보좌관 땐 유은혜의 사람이었다. 근데 이들의 공통점은 다 민주당 사람들이라는 거다. 저는 민주당의 남자다. 이제는 목포의 남자이고 싶다."

- 이번 총선에서 박원순계로 불리는 초선 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천준호(서울 강북갑)·민병덕(경기 안양동안갑)·박상혁(경기 김포을)·윤준병(전북 정읍고창)·최종윤(경기 하남) 등이 대거 국회에 진출해 박 시장의 향후 대권 도전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는 평가가 있다. (관련 기사 : 여당 압승한 총선, '친 박원순계' 두 자릿수에 승률 90% 이상, / 4년 전 공천 불이익 '친 박원순', 21대 총선에선 약진?)
"아직 대권 얘기를 하기는 이른 것 같다. 근데 이번 결과로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본다. 박원순 시장이 사람을 잘 고르고 잘 쓴다는 거다. 유권자들이 이들을 '박원순계'라서 찍어줬겠나? 아니지 않나. 박 시장이 발탁했던 이들이 실제로 능력과 실력이 있었다는 걸 이번 선거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사실 2017년 대선 전까지만 해도 박 시장의 서울시는 박근혜 정부 치하에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야당(민주당)에서 서울시만큼 일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 서울은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국방을 제외한 모든 종합 행정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기부터 박 시장의 선택을 받아 시정을 도왔던 인사들이 대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갔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현옥 전 인사수석,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 등이 그들이다. 그런 점에서 박 시장이 여권에서 좋은 역할을 했다.

저를 비롯해 이번에 당선된 분들이 박 시장 덕분에 서울 시정을 함께 할 수 있었던 만큼, 박 시장이 어떤 뜻을 품으면 관심을 갖고 응원할 가능성이 당연히 높지 않겠나. 하지만 현재로선 대권에 대한 얘기는 너무 나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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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원이 당선인. ⓒ 권우성

 
- 최근 박 시장의 정무라인 교체를 두고 대권 준비에 돌입했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관련 기사 :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장에 '빅데이터 전문가' 기용). 박 시장은 20일 <오마이뉴스> 인터뷰(박원순은 왜 '전면적' 전국민 고용보험을 주장하나)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전국민 고용보험'을 화두로 던지며 당·청보다 한발 더 치고 나왔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과 전체적인 취지와 방향에서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준비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칠 것이냐의 문제 아니겠나. 박 시장은 서울 시정을 펼치면서 나름대로 현장에서 보고 들은 판단이 있을 것이고, 당은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야 할 게 있을 것이다."

- 호남 지역구 당선자로서, 일각의 '호남 대통령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실제 호남엔 호남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호남은 결국 문재인 정부에 힘을 몰아줬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호남 대통령이 가능하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다. 호남은 굉장히 전략적 사고를 한다.

하지만 호남 사람들에게 어디 출신이냐가 결정의 근거는 아니다. 그보다는 민주 개혁 진영의 집권이 더 중요한 화두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곳, 2002년 노무현 바람이 시작된 곳이 어딘가. 광주였다. 그때 한화갑·정동영 후보 등 호남 출신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호남은 노 대통령을 선택했다. 2016년 국민의당에 몰표를 준 호남이 2017년 대선 땐 어떤 선택을 했나. 문재인 대통령의 압승을 선택했다. 진보 집권 가능성에 가장 가까운 후보를 선택해왔다."

- 최근 '호남 대통령론'은 각종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의 발로 아닌가.
"물론 그렇다. 정권 재창출과 호남 출신 이낙연 전 총리의 등장이 딱 겹쳐서 나타나니 기분이 좋은 거다. 실제로 호남의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다. 특히 이 전 총리가 정치인으로서 품격, 말의 품격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지 않나."

- 호남에서 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호남 대통령론'이 실제 체감된다고 했는데, 그럼 개인적으로는 박 시장의 차기 대권 도전 상황과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닌가.
"저는 박 시장으로부터 좋은 기회를 부여 받아 여기까지 왔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은혜는 갚아야 하지 않겠나."

"윤미향 논란, 시간 주고 해명할 기회 줘야... 목포 의대 유치 힘쓸 것"

-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현재는 양정숙 제명과 조정훈·용혜인 당선자의 복귀로 177석) 선택을 받았다. 슈퍼 여당이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과제는 뭐라고 보나.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 등 20대 국회에서 채 완수하지 못한 개혁 과제들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몇대 개혁 과제' 이렇게 설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열린우리당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뜻인가.
"그렇다. 열린우리당 때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개혁법안, 과거사진상규명법)으로 묶는 바람에 망했다. '몇대 입법' 하는 순간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저거만 막으면 되겠구나, 목표 의식이 생기는 거다. 그러지 말고 당 지도부가 상임위원회별로 개혁 과제들을 잘 분산시켜줬으면 좋겠다. 상임위에서 충분히 의논하고 소수 정당도 배려하면서 다수 의석을 근거로 자연스럽게 처리하면 된다. 그런 게 협치다. 개혁 과제들을 한꺼번에 '몇대 입법'으로 묶는 순간 협상이 불가능해져 버린다. 상임위의 활동과 역할을 잘 보장해줬으면 좋겠다."

- 최근 같은 당 윤미향 당선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정국의 중심에 있다.
"그에 대해선 제가 사실관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언급할 게 없다. 다만 정의기억연대(정의연)나 윤 당선자가 지난 30년간 해온 역할과 역사, 성과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의연 스스로 점검해보고 실수가 있었다면 바로잡겠다고 했으니 시간을 좀 주고 기다렸으면 좋겠다. 지금은 사소한 문제까지 하나하나 파고들어 조금 안타까운 면이 있다."

- 윤미향 당선자 관련 민주당에선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라고만 할 뿐 이렇다 할 조치가 안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지금과 같은 신중한 스탠스가 맞다고 본다. 그들에게도 해명할 시간을 줘야 한다."

- 상임위 신청이 마무리됐다. 어디를 지망했나.
"보건복지위원회를 1순위로 썼다. 우리 사회는 이미 복지 정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는 단계까지 와있다. 복지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켜 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지역 공약인 목포 의대 유치를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 목포 의대 유치와 관련해선 선거 기간 중 논란이 일었다. 전남권 의대 설립을 두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목포가 아닌 순천과 정책 연구 협약을 맺으면서 목포 의대 설립에 앞장서온 윤소하 정의당 의원(상대 후보)이 삭발까지 하며 반발했다. 전남권 의대 설립은 어떻게 되는 건가.
"양 전 원장이 순천에서 한 건 '필요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정도의 협약이었다. 그와 달리 목포는 이미 논의가 다 끝난 상태다. 이건 윤소하 의원 노력 덕분이다. 윤 의원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해오신 결과 목포는 이미 교육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 용역 발주한 목포대 의대 신설 타당성 연구용역 조사 결과까지 나와 있다. 높은 비용편익비율 등 엄청나게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결론이었다. 양 전 원장도 순천을 방문한 그 다음날 바로 목포에 와서 목포가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것 아니냐고까지 얘기했다.

일단은 (목포와 순천 등이) 힘을 합쳐서 전남권 의대 신설을 먼저 하고, 동(순천)과 서(목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선의의 경쟁도 해야 하지 않겠나. 목포는 정말 의료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의사 숫자는 전국 최하위고 목포 인근엔 특히 섬이 많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 응급 의료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섬에서 배를 타고 간신히 왔는데 목포에 병원이 없으니 광주까지 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목포대 의대 유치를 위한 의료법 개정부터 1호 법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김원이 #박원순 #김근태 #박지원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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