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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도 역사다... 가수 비의 월드스타다운 대처법

[주장] <놀면 뭐하니?>... '1일1깡' 비판을 유머로 승화시켜

20.05.17 16:56최종업데이트20.05.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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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정지훈)에게 2017년 발표한 노래 '깡'은 이른바 흑역사로 꼽힌다. 난해한 가사와 퍼포먼스, 그리고 다소의 허세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조회수가 약 800만에 이른 유튜브에서는 한동안 '1일1깡'(하루에 한번 이상 '깡'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유행하기도 했다. 사실 노래나 퍼포먼스보다는 '밑에 달리는 댓글보는 재미로 깡을 계속 조회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로 노래가 발표된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깡'의 동영상을 검색하면 벌써 수년째 '깡팸'으로 불리우는 누리꾼들의 창의적이고 기상천외한 댓글들이 즐비하다.

'내 메모장보다 깡을 더 많이 봤다', '이 노래 들으면 웬만한 K팝에 모두 관대해진다', '깡은 케이팝의 예방접종이자 백신', '기말고사 기간인데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서 공부를 못하겠다', '노래 완곡할 동안 ○추를 몇 번이나 만지는지 아는 사람?',  '잊혀질 권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예' 등. 

비의 대처법

▲ 비, 기대되는 고릴라춤 가수 비가 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니앨범 < MY LIFE 愛 >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타이틀 곡 '깡'의 안무인 고릴라춤 포즈를 취하며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미니앨범 < MY LIFE 愛 >는 비, 정지훈의 라이프와 함께 그의 삶 속에 자리잡은 음악을 愛(사랑 애)로 표현한 스페셜 패키지 앨범이다. 이번 미니앨범에는 일렉트로닉 트랩 비트의 곡인 타이틀 곡 '깡'과 어반자카파 조현아 지직곡이자 그녀와의 듀엣곡 '오늘 헤어져' 등 총 5곡이 수록되어 있다. ⓒ 이정민

 
스타도 사람이니 당연히 대중의 비판과 조롱에 상처받는다. 본인의 출연작임에도 과거의 흑역사가 다시 언급되는 것을 예민하게 반응하고 극도로 꺼리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비는 대중의 비판과 조롱을 회피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며 오히려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는 16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다. 유재석과 함께 혼성그룹 작전에 참여할 멤버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비도 후보로 등장한 것. 여기서 최근 역주행중인 '깡'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비는 "요즘 팬들의 시각에서는 그 노래가 별로였던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하며 "예전에는 댄스가수는 눈빛이나 카리스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거나 춤을 (자연스럽게 추지 못하고) 너무 열심히 잘춰도 촌스러워보인다"며 자아성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재석은 "그렇게 트렌드를 잘아는 사람이 왜 '깡'을 했냐"고 묻자 비는 "깡 이후에야 트렌드를 알게 된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유재석은 '깡'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중 비의 팬들이 만들냈다는 '시무 20조'(금지사항)을 언급하며 '꾸러기 표정 금지', '입술 깨물기 금지', '화려한 조명 그만' 등 팬들의 조언을 읽어 내려가며 "하루에 몇 깡이나 하느냐"고 짓궂게 물었다.

이에 비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1일1깡은 모자라다. 하루에 3깡 정도는 해야한다. 저는 주중에는 3깡, 주말에는 7깡하고 있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팬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요즘은 예능보는 것보다 내 댓글 읽는게 더 재밌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제 소스로 재미있게 놀아주시는 게 좋다. 제 예선 노래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아졌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사실 비가 자신을 둘러싼 비판에 유연한 모습을 보인 것은 '깡'이 처음도 아니다. 비는 200년대 초중반 전성기에도 과도한 허세와 추임새로 느끼하다거나 촌스럽다는 비판을 종종 받았다. 2014년 발표한 '라송'은 '라~~라라라~라'로 이어지는 후렴구가 트로트 가수 태진아를 연상시킨다는 지나친 '뽕끼'로 놀림받기도 했다. 하지만 비는 오히려 진짜로 태진아를 섭외하여 음악방송에서 유쾌하게 콜라보 무대를 연출하는 대처력을 보였다. 

돌이켜보면 '깡'을 둘러싼 비판과 조롱은 해당 노래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가수이자 연예인 비의 그 당시 대중적 이미지에 대한 냉철하고 종합적인 중간 평가였다고 할수 있다. 비는 데뷔 초기부터 '실력파 댄스가수'이자 '월드스타'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어필했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친 이미지 마케팅이나 허세가 심한 연출에 거부감을 느끼는 반응도 적지않았다.

비는 이미 몇 년전부터 출연작의 연기나, 노래 프로듀싱에 이르기까지 선구안이 대체로 트렌드의 흐름에 뒤쳐졌다는 혹평을 받았다. 현란한 일렉트로닉 힙합 속에 '스타의 스웩(전반부 랩파트)+한남자의 순애보(후반부 보컬파트)'라는 어울리지않는 서사를 한꺼번에 담아내려던 '깡'이라는 노래의 난해함은, 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졌던 누리꾼들에게는 마치 노래 자체가 바로 '깡=비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재평가의 시대

하지만 '깡'이 단순히 망작이었거나, 비가 실력없이 허세만 가득한 연예인이었다면 3년만에 이렇게 다시 역주행을 거듭하며 재평가받는 현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비와 깡을 조롱하던 팬들조차 인정했던 부분은,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으로 불리우는 비의 퍼포먼스 등의 재능이다. 

'깡' 역시 비의 이미지와 난해한 가사 때문에 지나치게 희화화된 감이 있지만, 비의 예전 히트곡들이나 최근의 흔한 K팝과 비교할 때 수준이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노래가 그만큼의 중독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때로는 성공보다는 실패와 시련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러한 실패를 단지 흑역사로만 치부하고 외면할 것인지, 아니면 그 속에서 실수와 시행착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교훈을 얻어낼 수 있는지는 오로지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달려있다.

가수이자 프로듀서였던 이상민은 페이크 예능 다큐멘터리 <음악의 신> 등을 통하여 자신의 이혼경력과 과거 사업실패 경력을 소재로 삼으며 방송인으로서 재기에 성공했다. 음식사업가 백종원은 자신이 출연중이 <골목식당>에서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17억 빚더미에 올랐던 과거사를 솔직하게 고백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의 실수나 시행착오를 둘러싼 아픈 추억들, 그리고 타인의 날선 비판과 조롱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일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본인이 그만큼 '자존감이 굳건한 사람'이라는 증거기도 하다. 인생의 최대 흑역사가 될뻔했던 '깡'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정면돌파한 비 역시 앞으로 얼마든지 더 나은 가수 혹은 배우로 대중의 재평가를 이끌어낼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셈이다.
 
놀면뭐하니 1일1깡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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