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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술-승리 DNA'…경기력 부진에도 전북이 웃는 이유

[2020 K리그1 2R] 전북, 부산에 2-1 진땀승…개막 후 2연승

20.05.17 10:54최종업데이트20.05.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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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트비크 전북의 공격수 벨트비크가 부산과의 K리그1 2라운드에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래서 전북은 강팀이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나온 호세 모라이스 감독의 용병술과 승리 DNA가 만들어낸 연승이었다. 전북은 개막 후 2연승을 질주했고, 부산은 2연패의 늪에 빠졌다.
 
전북은 16일 오후 7시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부산 원정경기에서 극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전북은 2승(승점 6)을 기록, K리그1 단독 선두로 올라서며 4년 연속 우승을 위한 순조로운 시즌 출발을 보였다.
 
전북, 세트피스로 분위기 반전
 
이날 부산은 4-2-3-1로 나섰다. 최필수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김문환-김동우-강민수-윤석영이 포백을 구성했다. 3선은 김진규-이규성, 2선은 이동준-권혁규-김병오, 원톱은 빈치씽코가 맡았다.
 
전북은 4-1-4-1이었다.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고, 포백은 이용-홍정호-최보경-김진수가 4백에 섰다. 1에 위치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손준호가 포진했다. 2선은 김보경-이승기-쿠니모토-한교원, 원톱은 조규성이었다. 외국인 선수 무릴로, 벨트비크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예상과 달리 부산은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다. 전북은 쉽사리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세트 피스 상황에서 흐름을 빼앗았다. 전반 16분 왼쪽 측면 지점 프리킥 기회에서 손준호가 올린 크로스를 홍정호가 머리로 돌려놓으며 골망을 갈랐다.
 
이후 기세가 오른 전북은 부산을 한껏 몰아붙였다. 볼 키핑과 영리한 경기 운영을 선보인 쿠니모토의 활약에 힘입어 전북이 중원을 지배했다.
 
전반 27분 손준호의 프리킥은 최필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1분 뒤 문전에서 김진수의 슈팅이 골키퍼에 걸린 공을 조규성이 돌아서며 오른발 터닝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팅겨나왔다.
 
부산도 기회는 있었다. 전반 32분 권혁규의 패스를 받은 김병오가 결정적 기회를 맞았으나 홍정호의 정확한 태클에 저지되고 말았다.

 

▲ 홍정호 전북 수비수 홍정호가 부산과의 K리그1 2라운드에서 전반 15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라이스 감독의 투톱 전환…'조커' 벨트비크, 극적인 결승골 작렬

후반 시작과 동시에 부산의 조덕재 감독은 권혁규 대신 호물로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럼에도 전북은 줄곧 좋은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3분 김보경의 슈팅에 이어 후반 6분 한교원이 쇄도하며 오른발로 슈팅을 시도했지만 또 다시 골대를 강타했다.
 
부산은 호물로를 앞세워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었다. 후반 9분 호물로의 패스를 받은 윤석영이 페널티 박스에서 손준호에게 밀려 넘어졌다. 하지만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반 12분 윤석영이 올린 크로스를 이동준이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송범근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은 한 골에 만족하지 않고, 원톱 조규성 대신 벨트비크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부산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이동준이 김진수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호물로가 후반 20분 페널티킥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다급해진 모라이스 감독은 후반 24분 쿠니모토 대신 무릴로, 김보경 대신 이동국을 투입하며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가져갔다. 이동국-벨트비크 장신 투톱을 중심으로 좌우 측면에 무릴로, 한교원을 배치하고, 중원은 이승기-손준호 조합을 구성했다.
 
부산의 조덕재 감독도 중앙 미드필더 김진규를 빼고, 공격수 이정협을 투입하며 4-4-2로 맞불을 놨다.
 
두 팀 모두 4-4-2 포메이션으로 '닥공'을 구사한 끝에 웃은 쪽은 전북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 무릴로의 측면 크로스를 한교원이 백헤더로 떨궈줬고, 오른쪽에서 벨트비크가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을 마무리지으며 전북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 DNA' 전북, 경기력 부진에도 결과는 챙긴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 4연패이자 역대 최다 우승(8회)에 도전하고 있다. K리그 개막에 앞서 지난 2월에 열린 ACL 조별리그 2경기에서는 1무 1패로 부진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2개월의 공백 끝에 5월에서야 K리그에 돌입했지만 전북은 1, 2라운드에서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전북은 파괴력 있는 공격 축구와는 달리 아쉬움으로 일관했다. 한교원을 제외하면 전문 윙어가 없는 상황에서 전북의 공격은 줄곧 엇박자를 드러냈다. 중앙 성향의 공격 자원들로 구성된 미드필드진의 시너지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원톱 자원 가운데 벨트비크, 이동국이 아닌 3순위로 분류된 조규성이 2경기 연속 깜짝 선발 출전했지만 득점이 없다. 이날 부산전에서도 후반 12분에 교체 아웃되며 물러났다. 또, 지난 시즌 K리그 MVP 김보경 역시 아직까지 정상 컨디션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전북은 세트 피스에서 손준호의 정교한 킥에 의해 1, 2라운드 모두 선제골을 터뜨리며 결과를 잡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부산전에서는 모라이스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했다. 1-0 리드 상황에서도 조규성을 불러들이고, 벨트비크를 넣으며 추가골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모라이스 감독은 이후 부산에게 동점골을 내주자 무릴로, 이동국을 차례로 투입했다.
 
무릴로를 왼쪽 윙어로 놓고, 이동국-벨트비크를 투톱으로 배치하는 4-4-2 포메이션, 이른바 닥공 전술로 과감하게 바꾼 것이다. 결국 팽팽한 승부처에서 매듭을 지은 것은 영입생 무릴로와 벨트비크였다. 무릴로의 크로스에서 시작된 공격은 한교원의 머리롤 거쳐 벨트비크의 피니시로 이어졌다.
 
전북은 1라운드에서 후반 38분 이동국의 결승골로 승리했다면 이번 2라운드 부산전은 후반 추가 시간 벨트비크의 결승골로 웃었다. 2경기 모두 극장승이었다.
 
아직까지 모라이스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적 완성도는 높지 않은 것이 분명하나 적어도 어려운 흐름이었던 2경기에서 승점 6을 획득한 것은 최상의 결과다.
 
전북은 2009년 이후 11시즌 동안 무려 7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최근 3년 연속 리그를 제패했다. 현재 전북의 스쿼드는 단연 K리그 최강이다. '승리 DNA'를 보유하고 있는 전북은 이토록 어려운 흐름에서도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 리그는 장기 레이스다. 위기 순간에 꾸역꾸역 승점을 챙기는 팀이 결국 우승하는 것이 축구다.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개막 후 2연승을 내달린 전북이 향후에는 경기 내용에서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2020년 5월 16일, 부산구덕운동장)
부산아이파크 1 - 65분 호물로
전북 현대 2 - 15분 홍정호, 92분 벨트비크
 
선수명단
부산 4-2-3-1/ 최필수/ 김문환, 김동우, 강민수, 윤석영/ 이규성, 김진규 (78'이정협)/ 이동준, 권혁규 (46'호물로), 김병오/ 빈치씽코
 
전북 4-1-4-1/ 송범근/ 이용, 홍정호, 최보경, 김진수/ 손준호/ 김보경 (77'이동국), 이승기, 쿠니모토 (69'무릴로), 한교원/ 조규성 (58'벨트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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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산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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