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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 이어 억울한 옥살이, 40년 만에 무죄

재판부 “계엄포고 13호는 위헌, 사과드린다”, 피해자 한일영 “울컥했다”

등록 2020.05.15 14:55수정 2020.05.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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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 삼청교육대 피해자 한일영 씨 ⓒ 이민선

 
경찰에 붙잡혀 14살 어린 나이에 소년 강제 수용소 선감학원에 끌려간 이가 있다. 옷이 남루해 부랑아처럼 보인다는 이유였다. 폭력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천신만고 끝에 그는 바다를 헤엄쳐 건너 선감도 옆 어섬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비릿한 웃음을 흘리는 중년 남자였다. 그의 집에 끌려가 1년여 노예생활을 한 뒤 그는 다시 탈출을 감행,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로부터 5년 뒤 그는 아이들 부모의 부탁으로 초등학교 아이 7명의 보호자가 되어 뚝섬유원지에서 수영을 하다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선감학원에 있을 때 새긴 문신 때문이었다.

조교의 모진 매질에 화가나 대들었다는 이유로 그는 1개월 순화교육을 마친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근로봉사대에 끌려갔다. 그 곳에서 탈출하다 붙잡혀 군사재판을 받고 공주교도소로 넘어가 1년간 복역했다. 불량배 검거령인 '계엄 포고령 13호'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소년 강제수용소 선감학원 탈출 5년 만에 삼청교육대

한일영(62)씨 이야기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이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국가를 대신해 사과했다. 그에게 유죄를 선고한 지 40여 년 만이고, 재심을 청구한 지 2년 여 만이다.

40여 년 전, 삼청교육대를 탈출한 그에게 죄를 물은 근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불량배 일제검거를 내용으로 하는 '계엄포고 13호'다. 재판부는 '계엄포고 13호'가 위헌이라며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엄포고 13호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신체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라 헌법에 위반되고, 따라서 무죄"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계엄법 13조는 계엄지역 내에서 사령관이 군사상 필요한 때에는 체포, 구금, 수색, 거주, 이전 등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계엄 사령관이 지난 1980년 계엄 포고 13호를 발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포고문 13호는 그 목적이 불량배를 검거·순화하기 위한 것으로, 군사상 필요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무죄 선고를 하며 "과거 국가에 의해 헌법질서가 유린되던 암울한 시기에 억울하게 복역한 피고인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 이 판결로 조금이라도 치유가 되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일영씨는 15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판결이 내려져서 감사했고, 한 편으로는 21살 그 좋은 나이에 이렇게 판결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에 아쉬웠다. 이런 마음이 겹쳐져 울컥했다"라는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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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영 #재심 #삼청교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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