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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빼기', '혈기왕성'이 모독? 권영진 대구시장 소송 중단해야"

권 시장, 대구MBC 기자 명예훼손으로 고소...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도 비판

등록 2020.05.14 16:48수정 2020.05.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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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이 5일 오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특별담화문을 발표하고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자고 당부했다. ⓒ 조정훈

 
권영진 대구시장이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에 이어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달 7일 대구MBC 라디오 <뉴스대행진> 진행자인 이태우 기자(취재부장 겸임)가 한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대구지검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4월말경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태우 기자는 당시 방송 클로징 멘트에서 "12일 만에 코빼기를 내민 권영진 대구시장이 전국적인 대유행을 대구에서 막았다고 자화자찬했다"며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던 대유행을 대구만 겪은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초기 대응이 성공적이었다는 대구시 평가보다는 실패한 늑장 대처 때문에 대구만 역병이 창궐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서 "실신했다던 대구시장의 목소리는 너무 힘에 찼고 혈기는 왕성했다"고 꼬집었다.

이후 권 시장은 "12일 만에 꼬빼기를 내민 권영진 시장"과 "실패한 늑장 대처 때문에 대구만 역병이 창궐했다"는 표현을 문제 삼아 언론중재위에 대구MBC의 정정·반론 보도를 요구했다. 또 대구지검에 이태우 기자를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했다.

지난 7일 열린 언론중재위에서 대구시는 권 시장이 지난 3월 31일 저녁부터 코로나19 종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업무에 복귀했기 때문에 '12일 만에 코빼기를 내밀었다'고 한 부분과 '실패한 늑장 대처 때문에 대구만 역병이 창궐했다'는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언론중재위는 대구시가 제기한 내용에 대해 '조정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조정불성립'은 당사자 간 합의 불능 등 조정에 적합하지 않은 현저한 사유가 인정될 때 내리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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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등은 1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대구MBC 이태우 기자의 발언을 문제삼아 고소한 것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 조정훈

  
권영진 대구시장이 자신을 비판한 기자를 고소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대구지역 언론단체는 물론 시민단체들과 정치권마저 "소송을 철회하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대구지부는 "언론과 시민들로부터 뭇매 맞듯 쏟아지는 비판에 법적 대응으로 맞서는 시장의 모습은 재난 대응의 책임자이자 지자체의 수장으로서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시 모든 역량을 모아 재난 대응을 하겠다던 대구시장의 말과 달리 지금까지 대구시의 재난 대응은 적어도 실패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지역 언론의 가치를 부정하고 언론의 비판을 부정하는 치졸한 행위를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코빼기', '혈기 왕성' 등 권 시장이 모독이라고 생각할 만한 표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언론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의 논평"이라며 "비판 언론, 언론인에 대한 보복과 길들이기를 넘어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시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대구경실련은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책을 완벽한 것, 이에 대한 비판을 허위사실 적시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권 시장의 대구MBC 이태우 부장에 대한 고소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이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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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1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MBC 이태우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데 대해 소를 추치하할 것을 촉구했다. ⓒ 조정훈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민주노총 대구본부도 1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의 비판 보도에 고소·고발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과 언론의 비판기능을 부정하는 대구시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언론의 여러 기능과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및 비판기능"이라며 "권 시장은 재난 대응에는 허술했던 때와 달리 자신을 비판한 언론에 대한 법적 조치는 꼼꼼하고 신속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송을 제기한 사실만으로도 취재 보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며 "전형적인 권력을 앞세운 '언론 통제용, 입막음용 소송'이라고 판단되기에 즉각적으로 소송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선출직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장을 맡은 공직자가 다양한 의견을 전달할 언론사의 보도에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권영진 시장은 고소를 즉각 취하하고 언론과 시민의 다양한 비판적 견해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권영진 #대구MBC #고발조치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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