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언젠가 정규직 될 줄 알았지만..." 죽어도 바뀌지 않는 현실

[현장] ‘고 이재학 PD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재학 PD 100일 추모 문화제

20.05.13 19:46최종업데이트20.05.13 19:47
원고료로 응원

CJB청주방송 故이재학 PD 100일 추모현장. ⓒ CJB청주방송 故이재학 PD 대책위원회


고 이재학 PD가 떠난 지 100일이 지났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명예회복은 갈 길이 멀다.

13일 오후 충북 CJB청주방송 앞에서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사건 진상규명‧책임자처벌‧명예회복‧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故이재학 PD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재학 PD 100일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재학 PD의 유가족인 이슬기씨, 이대로씨를 비롯해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 최재우 전 청주방송 PD, 윤미영 언론노조 대구 MBC비정규직다온분회,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제는 더 이상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은 "올해는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들을 불행의 터널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노동자들이 행복할 수 있을 일터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CJB청주방송 故이재학 PD 100일 추모현장. ⓒ CJB청주방송 故이재학 PD 대책위원회

 
본격적인 추모행사에 앞서 이재학 PD의 유가족인 이대로씨와 이슬기씨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대로씨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모든 것들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형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고자 했을 뿐인데 왜 아무도 형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 모든 싸움이 끝나고 나면 형에게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슬기씨는 고인이 된 이재학 PD의 명복을 비는 인사말과 함께 그의 명예회복을 위해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재학이도 분명 많은 분들이 도움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할거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보답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재학의 16년지기 친구이자 함께 CJB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 비정규직 PD로 일했다는 최재우씨는 부당한 업무지시에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내 분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프리랜서가 아닌 정직원이 되기 위해서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리더라도 다 따라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부당하면 말하지 왜 그대로 따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게시겠지만 그건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저 역시 CJB청주방송에서 부당한 업무 지시를 다 따랐다. 그래야 정직원이 될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언젠가 CJB청주방송의 직원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번 프리랜서는 영원한 프리랜서였다. 저와 재학이는 방송일이 고되고 힘들었음에도 천직이라 여기고 경력을 쌓아나갔지만 한번 프리랜서는 역시 영원한 프리랜서였다. 임금인상을 묻기는커녕 당장 잘릴까 그게 더 걱정이었다." (최재우 전 CJB청주방송 PD)
 
하지만 끝끝내 CJB청주방송의 직원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재학 PD는 프로그램의 스태프들을 위해 본인이 총대를 메고 부당한 임금에 대한 목소리를 낸 것뿐인데 그 결과가 해고라니 참 비참한 심정이다"라며 "프리랜서 PD는 돈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는가"라고 분노를 토로했다.
 
그가 떠난 지 어느덧 100일... 고 이재학 PD의 바람
 
"만약 사측하고 합의 보는 경우에도 저는 판례를 남기겠다. 그러면 당장 저희 회사도 조심하겠고, 남아있는 후배들에게도 조심하겠고, 판례를 남기면 14년 동안 못 썼던 계약서를 한 번이라도 쓰겠죠. 그동안 일해 온 프리랜서들도요." (이재학 PD)
 
죽기 직전까지 이재학 PD는 후배 동료들을 위해 싸웠다. 열악한 제작환경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그는 CJB청주방송에 인원 충원과 제작비 인상을 요청했다가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이재학 PD는 2018년 9월 CJB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CJB청주방송은 이재학 PD는 CJB청주방송의 PD가 아닐뿐더러 부당 해고가 아닌 자발적인 퇴사라고 주장했다. 이재학 PD는 자신의 생일날 패소 판결을 받고 지난 2월 4일 죽음으로 항거하기로 결심한다.
    

CJB청주방송 故이재학 PD 100일 추모현장. ⓒ CJB청주방송 故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이재학 PD가 CJB청주방송의 직원이 아닐 수 없다며 그가 평소 일했던 프로그램들을 언급했다. 그는 "이재학 PD는 지난 2017년까지 담당했던 평균 프로그램의 개수는 9.5개였다. 이걸 본 타사의 팀장급 PD가 보기에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정규직보다 두 배로 일하면서도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가 바로 프리랜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4년 전,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PD였던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이재학 PD의 유가족을 향해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는 "우리의 아들들은 죽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계속해서 함께 나아가야만 한다"라며 "제2의 이한빛 그리고 이재학 PD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 영원한 우리의 숙제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재학 이한빛 CJB청주방송 CJB 청주방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 하루만 살아가는 사람처럼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