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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학생만 빼고 교복 지원? 어느 교사의 이유 있는 반발

외국인은 신청 못하는 교복지원조례... 금천구 "올해 내 혜택받게 할 것"

등록 2020.05.13 20:21수정 2020.05.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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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자료사진) ⓒ 박석철

 
교복구입 지원대상에 외국인 학생이 빠졌다는 걸 알게 된 한 중학교 교사가 조례 개정 운동에 나섰다.

금천구는 작년 1월 금천구 교복 지원 조례를 제정해 구 예산으로 2020년부터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교복구입비 30만 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금천구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고 교복을 착용하는 학교에 입학하는 중고등학교 신입생에 한해 오는 11월 3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금천구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고'라는 규정 때문에 외국인 학생은 교복을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금천구 소재 한 중학교에서 교복 관련 업무를 하는 교사 조남규씨가 외국인 학생이 교복 지원에서 배제된다는 걸 알게 된 건 지난 4월이다. 조씨는 '저는 금천구의 난곡중에서 교복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개인 페이스북과 교사 카톡방 등에 뿌렸다.

그는 1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외국인 학생을 둔 담임 선생님들께서 외국인 학생은 신청이 안 된다고 하셨다"며 "'그런 말은 없었는데' 싶어서 다시 규정을 들여다 보니 '주민등록이 금천구에 돼 있다'는 말 자체가 한국인만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조씨는 "담임 선생님들도 '우리가 차별하지 말자고 다문화교육을 하면서 외국인은 교복지원을 안 한다고 하면 무슨 교육 효과가 있겠느냐'고 하더라"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우리는 재산세랑 소득세도 다 낸다. 7~8년을 한국에서 생활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이가 풀이 죽고 말이 없어졌다'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조씨는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들이 참여해서 자기 힘으로 조례를 고쳐나가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례제정운동을 해보고자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중학교의 경우 2020년 신입생 114명 중 외국인이 8명이다.


금천구 "올해 안에 똑같이 혜택받도록 할 것"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산시의 경우 교복지원조례가 있지만 안산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자와 외국인 등록증의 주소지가 안산시로 돼 있는 자에 한해 교복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조씨는 안산시의 사례처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금천학부모모임 등 금천구 내 4개 교육시민단체는 '차별없는 교복지원을 요구하는 시민모임'을 결성해 ▲ 조례 개정 서명운동과 ▲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할 계획이다.

조남규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서민 경제가 안 좋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의도했든 아니든 외국인 혐오나 차별을 당연시 할 수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서로 배려하고 함께 코로나19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금천구는 서울 서남권에서 처음으로 교복구입비 지원을 시작했다. 금천구의회 백승권 행정재경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례를 발의하면서 미처 외국인 학생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 위원장은 "외국인 학생 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한 뒤 지급 조례를 개정해서 올해 안에 똑같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서울시에서 아직 외국인 학생까지 교복지원을 하는 곳은 없으니 먼저 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금천구교복지원 #교복지원 #금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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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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