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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보다 사람을 더 중요시 했던 롯데의 선택... 인상깊었다

[KBO리그] 부친 임종 지키러 갔던 샘슨의 자가 격리... 최소 2주 공백

20.05.13 12:25최종업데이트20.05.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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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지연 개막한 KBO리그는 이 때문에 평소 겪기 힘들었던 다양한 상황들을 겪으며 이겨내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다. 시즌 중 확진 선수가 발생할 경우 리그가 일시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스프링 캠프 종료 시점에 팀과 함께 바로 국내에 입국하지 않고 미국 등에서 상황을 기다렸다가 지연 입국했던 외국인 선수들은 예외 없이 2주의 자가 격리를 거쳤다. 이 때문에 각 팀의 외국인 선수들은 컨디션이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워윅 서폴드(한화 이글스)는 자가 격리를 거치고도 개막전에서 완봉승을 거뒀지만 예외의 경우다.

부친 임종 지키러 갔던 샘슨, 현재 자가 격리중
 

롯데 외국인 투수 샘슨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은 당초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기 전부터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샘슨의 아버지는 암 투병 중이었다. 일단 샘슨은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 위해 정상적인 일정으로 스프링 캠프에 참가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시범경기가 취소되고 국제선 항공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롯데 역시 스프링 캠프를 종료한 뒤 일단 부산으로 들어왔다.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일단 귀가했다가 나중에 입국하기도 했지만, 롯데의 외국인 선수들은 팀과 함께 부산으로 입국했다.

부산에서 다른 팀 동료들과 함께 시즌을 준비하고 있던 샘슨은 4월 말 결국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문제에 대해 샘슨과 구단이 상의한 결과, 성민규 단장은 가족에게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샘슨의 일시 귀가를 허락했다.

샘슨은 바로 항공편을 구해 미국으로 출국하여 아버지를 만났다. 하지만 샘슨의 아버지는 결국 임종을 맞이했고, 다행히 롯데 구단의 배려 덕분에 아버지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세계 전체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상황에 부산으로 돌아올 항공편을 간신히 구한 샘슨은 다른 가족들에게 장례 절차를 맡기고 바로 돌아왔다.

가족을 만나고 오는 사정 때문이라지만, 입국 절차가 강화된 기간에 잠시 미국을 다녀왔기 때문에 샘슨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정당한 방역 과정에 의거하여 샘슨은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바로 구단이 마련한 별도의 임시 거주 공간으로 향했다. 샘슨은 2주의 격리 기간 동안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개인 훈련을 진행한다.

구단의 배려로 샘슨은 2주 동안 몸 상태 유지를 위한 트레이닝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전 등판을 위한 투구수 늘리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이라서 어느 정도의 훈련은 되겠지만, 팀에 다시 합류한 뒤에도 당장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던 롯데의 시즌 첫 패

일단 롯데는 5일 개막전에 댄 스트레일리가 선발로 등판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샘슨의 자가 격리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은 한 자리가 한시적으로 비게 됐고, 당분간은 다른 투수들을 임시 선발로 가동하는 방법을 써야 했다.

6일에 서준원이 선발로 등판했던 롯데는 7일에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선발로 등판했다. 8일에는 1년을 쉬고 돌아온 베테랑 노경은이 등판하며 일단 롯데가 계획하고 있었던 선발투수들은 나름 제 역할을 다했다.

사실 정상적인 순서에 의하면 롯데는 지난 주말까지 5연승도 어려울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원래 임시 선발을 예고했던 9일 경기가 비로 인해 미뤄지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하루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았다. 일단 스트레일리는 정상적인 간격으로 4일을 쉰 뒤 10일 경기에 다시 등판하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결국 12일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와의 시리즈 첫 경기가 임시 선발을 활용하는 경기가 됐다. 임시 선발투수로는 베테랑 왼손투수 장원삼이 결정되었고, 장원삼이 일찍 내려갈 경우 불펜이 총력전을 펼쳐야 할 수도 있었다.

장원삼은 롯데와 계약하는 시점에 선발 로테이션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량이 아니었다. 왼손 스페셜리스트나 롱 릴리프로 1군에 잔류한 것이 아니라 퓨처스리그에서 대기하다가 임시로 공백을 메울 일이 생기면 1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에 임시로 들어가는 역할이었다.

그래도 장원삼은 최선을 다해 1군 등판을 준비했다. 그러나 12일 경기에서 장원삼의 공은 구속도 기대만큼 나오지 못했고, 공의 회전도 밋밋했다. 가장 빠른 공의 속도가 시속 139km에 불과했고, 초반에는 나름 구석을 공략했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해 영점을 수정해야 했다.

밋밋한 공이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몰리면 그대로 얻어 맞았다. 1회부터 1점을 내준 장원삼은 2회에만 4실점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홈런을 허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18타자를 상대하면서 10피안타 1볼넷을 묶어 3이닝 5실점에 그쳤다(58구).

장원삼의 뒤를 이어 등판한 투수는 역시 롯데의 베테랑 선발투수였던 오른손 투수 송승준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만 활동하다가 KBO리그 특별지명을 받자마자 롯데 한 팀에서만 뛰면서 FA 계약까지 맺었던 송승준이었지만, 그도 장원삼과 마찬가지로 선발 로테이션을 보장받지 못했다.

그러나 장원삼에게 공을 넘겨 받은 송승준은 4회에 김재환에게 2점 홈런을 헌납했다. 송승준이 5회는 실점 없이 넘겼지만 이미 7실점으로 사실상 승부가 기울어버린 뒤였다. 이후 롯데의 불펜이 7회에 3실점, 9회에 1실점을 추가했고, 롯데의 타선은 9회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6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올 시즌 수시로 필요한 장원삼과 송승준의 역할
 

12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롯데 경기. 1회 초 롯데 선발투수 장원삼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롯데는 13일에 다른 선발투수를 내세워 6연승에 도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허문회 감독은 순리대로 다른 선발투수들의 루틴을 지켜주는 쪽을 선택했다. 아직 144경기 중 6경기만을 치렀을 뿐이고, 정규 시즌은 138경기나 남았기 때문이다.

샘슨이 자가 격리를 마친 뒤 실전에 등판할 만한 몸 상태를 만드는 데까지 최소 2주에서 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단 샘슨이 등판하는 일정에는 계속해서 장원삼과 송승준이 그 빈 자리를 메워줘야 한다. 12일 경기처럼 두 선수가 1+1 세트로 계속 연이어 등판할 수도 있다.

이미 롯데는 우천 순연된 1경기가 예약되어 있다. 시즌 후반의 잔여 경기 일정 중 휴식일 하루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당장 시즌 초반의 1경기를 잡으려다가 체력이 조기 소진되면 후반기에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비어있는 3주에도 휴식기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하며, 잔여 경기가 편성될 10월 중순부터는 급격히 추워지는 날씨로 인해 부상 위험도 크다. 만일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다면 겨울인 11월에도 야구를 해야 한다.

이렇게 휴식기 없이 144경기 풀 시즌을 치르게 될 경우 선발 로테이션의 공백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이번 샘슨의 경우는 가족 관련 사정이라 건강에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자가 격리 해제 후 금방 복귀하겠지만, 시즌 중 다른 선수가 부상을 입을 경우 또 다시 임시 선발 요원들이 자리를 메워야 한다.

올 시즌 장원삼과 송승준에게 필요한 역할이 바로 그런 공백을 채우는 것이다. 선발로 숱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고정된 로테이션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선발투수 자리가 비는 날짜에 등판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오프너를 포함한 불펜 데이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시즌에 몇 번 활용할 수 없는 작전이다.

꼭 두 선수에게 승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패전투수가 되더라도 던질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면서 다른 투수들의 출혈을 최소화해주는 투구가 필요하다. 만일 둘 중 한 명의 선수가 최소 5이닝을 던져 승리투수가 되고, 나머지 한 명의 투수가 남은 이닝을 모두 던져 세이브를 기록하면 최고의 시나리오다.

일단 13일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시즌 첫 조합에서 장원삼과 송승준은 도합 5이닝을 던졌다. 나머지 4이닝은 추격조들이 각각 1이닝 씩 책임지는 모습이었다. 향후 장원삼과 송승준이 투구수가 늘어난다면 다른 투수들의 분담이 더 줄어들게 된다.

엔트리 운영 과정에서 두 선수가 1군에 고정될 가능성은 적다. 샘슨이나 다른 선수들이 자리를 다시 채울 때 누군가는 퓨처스리그로 내려가야 한다. 다만 이들의 컨디션은 꾸준히 점검하면서 다시 부르는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분위기 재정비 필요한 롯데,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어쨌든 시즌 개막과 함께 5연승을 이어가던 롯데는 시즌 첫 패를 기록했다. 마지막 이닝까지 포기하진 않았지만,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화력은 9이닝 동안 20안타를 쏟아낼 정도로 강력했다.

그래도 롯데는 두산의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어느 정도 공략은 하면서 알칸타라가 5이닝 110구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했다. 이전처럼 폭투, 실책 등 각종 실수를 남발하며 자멸한 패배는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연승의 흐름이 끊긴 다음이다. 롯데는 2013년 개막 5연승 이후 8경기에서 1무 7패를 당하며 승패 마진이 -2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안 좋았던 흐름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13일 예정된 경기에서 두산은 이영하가 선발로 나서며 롯데는 서준원이 선발로 등판하여 맞선다. 이영하와 서준원 모두 시즌 첫 등판에서는 좋은 투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바 있어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강력한 전력을 갖고 있는 두산이기에, 롯데가 두산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만들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두산의 전력을 감안하면 3경기 중에서 최소 1승 이상을 챙기기 위해서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스프링 캠프와 연습경기를 통해 롯데는 예년과 다른 분위기로 시즌을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좋은 흐름을 시즌 내내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겠으나, 경기장 안팎으로 팀의 분위기는 보다 긍정적인 시즌을 만들어가겠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샘슨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기 전후로 최대한 팀과 함께하며 공백을 최소화했고, 격리 해제 후 최대한 빨리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별도의 공간에서 훈련까지 하고 있다. 장원삼과 송승준은 다른 선발투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단 자신들이 던질 수 있는 최대한의 공을 던지고 있다.

다만 12일 경기는 그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지 않았을 뿐이다. 13일과 14일 두산과의 3연전 중 남은 2경기를 통해 올 시즌 첫 번째 위기를 맞이한 롯데가 이 위기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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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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