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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역습에 라인 브레이킹까지...진화한 '병수볼'

[K리그1 1R] 강원FC, 강호 FC서울에 3-1 대역전승

20.05.11 10:45최종업데이트20.05.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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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FC 강원FC가 서울과의 K리그 1라운드에서 3-1 대역전승을 거뒀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병수볼 시즌2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가 강호 FC서울에 대역전승을 거두고 2020시즌 K리그1에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강원은 10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에서 서울에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강원은 울산(골득실 4)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1라운드를 마감했다.
 
답답했던 전반 흐름, 서울 수비벽에 막힌 강원
 
홈팀 강원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재완-김승대-정석화가 최전방에서 스리톱을 형성했고, 중원은 이영재-한국영-서민우로 구성됐다. 포백은 김영빈-임채민-김오규-신광훈, 골문은 이범수가 지켰다.
 
서울은 3-5-2 포메이션에서 박주영-박동진이 투톱, 알리바예프-오스마르-주세종이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좌우 윙백은 김진야, 고광민이 나섰고, 스리백은 김주성-김남춘-황현수, 골키퍼 장갑은 유상훈이 꼈다.
  
볼 점유율에서는 강원이 앞섰다. 전반 5분 김승대가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넘어갔다. 전반 13분에는 김영빈의 크로스에 이은 이영재의 슈팅이 수비수 발에 맞고 굴절됐다.
 
하지만 강원의 공격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병수볼에 맞서고자 라인을 뒤로 내려서도록 했다. 투톱 박주영과 박동진마저 하프 라인 밑에서 1차 저지선을 구축했다. 또 강원이 서울의 파이널 서드 지역으로 진입하면 서울 2명의 선수가 협력 수비를 펼치며 압박을 가했다.
 
서울은 전반 31분 알리바예프의 패스를 받은 김진야가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서울은 전반 35분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박동진이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접어 놓은 뒤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수비수 김오규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이범수 골키퍼 키를 넘어가는 득점으로 연결됐다.
 
서울은 전반 추가 시간 볼 경합 중 부상을 당한 김남춘이 빠지고, 김원식이 스리백의 중앙을 책임지게 됐다.
 
지략 싸움에서 승리한 김병수 감독의 용병술 
 
후반 들어 강원의 김병수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 서민우를 빼고, 김지현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공격 자원을 한 명 늘리며 전반에 답답했던 활로를 열겠다는 의도였다.

김병수 감독의 용병술은 불과 7분 만에 적중했다. 후반 7분 오른쪽에서 신광훈의 크로스를 김지현이 슬라이딩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서울은 후반 14분 알리바예프 대신 기동력이 뛰어난 고요한을 투입했다. 후반 25분에는 박동진을 불러들이고, 외국인 공격수 페시치를 넣었다.

최용수 감독은 기존의 수비 축구 대신 승점 3점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으로 변화를 꾀했다. 아래 지점으로 형성된 수비 라인을 대폭 올리기 시작했다.
 
강원은 이 과정에서 생긴 공간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40분 좌측에서 김승대가 크로스를 올렸고, 조재완은 환상적인 힐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강원의 병수볼은 한 골 차에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41분 오스마르의 공을 가로 챈 한국영이 김승대를 향해 스루 패스를 넣었다. 김승대는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든 뒤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오른발 슛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 김승대-김병수 감독 서울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김승대가 김병수 감독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층 진화한 병수볼, 자국 선수로 일궈낸 역전승   
 
세밀한 패스 플레이와 역동적이면서 빠른 축구를 지향하는 김병수 감독의 전술을 두고 축구팬들과 언론은 '병수볼'이라고 칭한다.

지난 시즌 강원은 상위스플릿에 진출하며 6위로 마감, 절반의 성공을 맛봤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강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비관적이었다. 올 겨울 외국인 선수 영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강원의 외국인 선수는 지난해 여름 영입한 나카자토가 유일하다.
 
이날 강원은 서울과의 1라운드에서 베스트 11 모두 국내 선수로 구성했다. 이에 반해 서울은 알리바예프, 오스마르가 선발 출장했고, 후반에는 페시치가 교체 투입될만큼 유능한 외국인 선수들을 내세웠다. 선수들 개개인의 이름값으로는 단연 서울의 우세가 점쳐졌다.
 
강원은 전반에는 서울의 밀집 수비에 막혀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동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다녔다. 전반전은 실리 축구를 구사하는 최용수 감독의 시나리오 대로 흘러갔다. 
 
지난 시즌 강원은 체력 저하로 인해 후반 들어 병수볼을 구현하지 못했고, 그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병수볼은 한층 진화했다. 오히려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최용수 감독의 수비 축구를 완전히 잠재웠다. 

선수들의 기동력과 빠른 공격 전환, 공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됐고, 서울의 수비 뒷 공간을 잘 공략했다.
 
김지현을 후반전에 투입하며 공격수를 늘린 김병수 감독의 전략도 들어맞았다. 뿐만 아니라 3골 모두 병수볼 스타일의 득점으로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김승대의 라인 브레이킹에 의한 빠른 역습 골은 김병수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김병수 감독은 경기 후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계획한 대로 게임을 잘 풀어갔다고 생각한다. 후반전에 변화를 줘서 좋은 찬스를 줬다고 생각한다. 김지현이 후반에 들어가 골을 넣으면서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승대의 골이 작년부터 하고 싶었던 골이다. 3골 다 기쁘지만 김승대가 역습에 관여해 득점해서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록 외국인 선수 영입은 없었지만 김병수 감독이 영남대 시절 중용했던 김승대를 임대 영입하면서 최전방에 대한 고민을 해소했다.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뛰어난 김승대는 '라인브레이커'라는 별명답게 시종 일관 서울 수비진을 위협했다. 김승대는 이날 서울전에서 1골 1도움으로 스승 김병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병수볼 시즌2가 어떠한 결과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 (2020년 5월 10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강원FC 3 - 52분 김지현, 84분 조재완, 86분 김승대
FC서울 1 - 36분 박동진
 
선수명단
강원FC 4-3-3/ 이범수/ 신광훈, 김오규, 임채민, 김영빈/ 서민우 (46'김지현), 한국영, 이영재 (87'이재권)/ 정석화 (61'이현식), 김승대, 조재완

FC서울 3-5-2/ 유상훈/ 황현수, 김남춘 (47+'김원식), 김주성/ 고광민, 주세종, 오스마르, 알리바예프 (60'고요한), 김진야/ 박동진 (71'페시치),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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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병수볼 김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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