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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제발 데려가달라" 김민재의 가벼운 입, 왜 문제냐면

김민재, 중국-팀 동료 비하... 경솔한 실언과 자극적인 방송의 합작품

20.05.06 17:17최종업데이트20.05.0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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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김민재 ⓒ 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국내 한 인터넷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민재는 지난 2일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달수네 라이브>에 출연하여 중국에서의 선수 생활과 유럽 진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민재는 "(베이징에서는) 내가 2인분을 해야한다", "수비수들이 공격수 출신이라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중국 국가대표 출신인데도 커버플레이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는 등 팀 동료들의 수준에 대한 거침없는 품평을 이어갔다. 박문성이 "팀 동료들이 중국 대표팀 주전인데도 축구를 잘 못한다는 뜻인가?"라고 재차 질문하자 김민재는 "주전은 아니다"라면서 "어차피 주전이 뛰어도 우리(한국축구)한테 안 되지 않냐"며 농담으로 응수했다.

또한 김민재는 베이징에서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 한 번 올라가면 잘 돌아오지 않는다. 걔네들은 극단적이다. 한여름에 빈 공간을 내가 일일이 커버를 해야해서 더 힘들었다. 동료에게 내려와 달라고 요청하면 '니가 잘 막을 수 있잖아'라고 대답하더라. 국가대표팀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팀 동료들이 그만큼 나를 믿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서는 비속어(방송에서는 삐~ 소리로 처리됨)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베이징에서 뛰다가) 대표팀에만 오면 너무 행복하다", "베이징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도 (훈련장에서 들어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며 스스로 재연까지 해 보였다. 박문성이 "이걸 낫게하는 길은 (김민재 본인의) 유럽 진출 밖에는 없겠다"고 운을 띄우자 김민재는 즉각 동의하면서 "제발 좀 (유럽에) 데려가주세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김민재는 중국에서의 상대해 본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험담이나 감독과의 에피소드 등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민재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중국의 유명 매체 시나 스포츠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김민재가 팀 동료들을 조롱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대표출신 두웨이는 5일 자신의 웨이보에 "자신이 세계적인 수비수라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선수를 존중하는 법을 알아야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존중한다"며 김민재를 겨냥한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민재의 발언에 대한 국내 팬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김민재가 틀린 이야기를 한 것은 없다", "웃자고 한 이야기였는데 죽자고 달려든다", "일부 발언만 짜깁기 해서 자극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등 김민재의 입장을 변호하는 팬들도 있다. 반면 "의도가 어찌됐든 경솔한 발언이었다", "중국 리그로 간 것도 본인의 선택인데 소속 팀과 동료들을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 같은 따끔한 지적도 이어졌다.

물론 방송을 들어보면 김민재의 발언들은 대부분 진지한 비평이라기보다는 농담이 섞인 언급이었다. 진행자가 일부러 방송의 재미를 위하여 김민재에게 자극적인 발언을 더 부추기거나 유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김민재 역시 스스로 분위기에 휩쓸려 신중하지 못한 이야기를 남발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K리그에서 뛰었던 유명 외국인 선수가 자국의 방송에 출연하여 K리그와 한국 선수들을 향해 "수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커버플레이 개념을 잘 모른다", "제발 다른 리그로 데려가주세요"라고 한다면 과연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해외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뛰는 만큼 언행에 더 신중해야 한다. 이러한 사건 하나가 한국 선수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형성할 수도 있다. 박지성, 손흥민 등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개인 기량 못지않게 뛰어난 현지 적응력이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심지어 그들은 경기장 밖에서도 불필요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를 만한 일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 인터뷰에서는 '재미없는 선수'로 평가 받을지언정 축구 외적으로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것도 자기관리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SNS를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엔 선수의 사소한 발언, 정보 하나도 순식간에 전 세계 팬들에게 공유된다. 일개 인터넷 방송에서 가벼운 농담이라고 생각해서 한 발언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중국에서도 이슈가 되면서 김민재 본인도 아마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쏟아낸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미디어 전성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축구선수들이 언행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이유다.

한편으로 선수 본인의 잘못 못지않게 주변의 책임도 크다. 오늘날 유튜브 등 대안 미디어들이 난립하면서 볼거리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그만큼 부작용 역시 늘어나고 있다. 조회수와 화제성에만 눈이 멀어 책임지지도 못할 자극적인 내용이나 발언을 여과없이 내보냈다가 뭇매를 맞는 경우도 많다. 

아쉬운 건 김민재의 발언뿐만이 아니다. 선수가 설사 다소 위험하거나 무리한 발언을 했다고 해도, 진행자가 적절하게 정리할 수도 있고 편집을 통해 얼마든지 걸러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은 오히려 김민재가 소속팀을 비난한 내용, 유럽 진출에 대한 의지 등 자극적인 내용 위주로 채워져있었다. 더구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방송은 오히려 김민재가 소속팀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부분들마저 편집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민재를 비롯한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게 가벼운 언행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민재는 현재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급 수비수이지만, 상대에 대한 존중, 겸손함, 절제력이 없다면 언제든 도마에 오를 수 있다. 현명하지 못한 언행으로 불이익을 자초하는 것은 선수 본인에게나 한국 축구를 위해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민재 선수가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 번 느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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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달수네라이브 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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