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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면 팬들과..." 개막 앞둔 KBO리그, 팀별 우승 공약은

[KBO리그] 화상 통신 미디어데이, 방역 야구가 만든 또 다른 모습

20.05.04 09:26최종업데이트20.05.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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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3월 28일에 개막해야 했던 2020 KBO리그 정규 시즌은 오는 5일 개막으로 늦춰졌다. 4월에 들어와서 지역 집단 감염 위험이 크게 줄고 소수의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만 발생하는 상황이 유지되면서 그나마 무관중으로라도 개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회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절충안으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점진적 전환이 확정되었지만, 아직 한 공간에 많은 관중이 한꺼번에 모이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이 때문에 당분간 KBO리그는 무관중 경기가 유지되며, 지난 3일 열렸던 KBO리그 미디어데이 행사도 화상 통신으로 진행됐다.

화상 통신으로 진행되는 방식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미디어데이 행사는 2일 별도 녹화를 했고, 편집 과정을 거쳐 3일 방송으로 공개됐다. 예년 같았으면 2019 한국 시리즈 우승 팀의 입장으로 시작하여 지난 시즌의 순위대로 입장하면서 행사가 시작되었지만, 이번에는 팀별로 각자의 장소에서 화상 통화로 연결됐다.

감독과 주장이 무대에 앉아 인터뷰하는 현장은 없었지만, 미디어데이가 진행되었던 현장은 예년과 또 다른 뜨거운 열정이 보였다. 각 팀의 상황에 따라 현실적인 목표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시즌에 대한 열정은 똑같았다.

개막전 일정의 변동, 국내 투수 개막전 선발 증가
 

KBS N 특설 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 KBO

 
외국인 투수가 각 팀 선발 로테이션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이다 보니 대부분 개막전 선발투수는 외국인 선수들이 나왔다. 지난 해 개막전 선발투수 역시 국내 투수들 중에서는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 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시즌이 늦춰지면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프링 캠프가 종료된 뒤 교류 연습경기 일정이 늦춰지면서 예년보다 몸을 푸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 탓이었다. 특히 선발투수들은 개막 일정을 쉽게 예상할 수 없어서 투구수를 늘리는 시간을 천천히 잡아야 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지연 입국했던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아직 몸이 다 풀지 못했다. 3월 중순에 팀과 함께 들어왔던 외국인 선수들은 바로 자체 연습경기 출전을 통해 몸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 지연 입국했던 선수들에게는 예외없이 2주 자가 격리가 적용됐다.

자가 격리를 하게 될 경우 투수들은 2주 동안 3경기 정도 선발로 등판하면서 투구수를 늘릴 수 있는 시간을 놓치게 된다. 게다가 자가 격리를 하는 동안 집에서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그 선수들은 격리가 해제된 뒤에도 팀 훈련의 진도를 맞추기 힘들었다.

외국인 타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일부 외국인 투수들은 결국 개막 일정에 맞춰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불발됐다. 오프너 또는 1+1 자원 활용의 방법도 있긴 하지만 5~6이닝 이상을 책임져주길 원하면서 선발투수로 영입한 자원들인 만큼 확실하지 않은 몸 상태에서 등판했다가 초반 순위 경쟁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지연 입국으로 몸 상태를 아직 다 끌어올리지 못한 팀들은 일단 한시적으로 국내 선수들로만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한다. 2020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국내 투수들을 낙점한 팀은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다.

KIA의 개막전 선발투수 양현종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수순이다. 당초 외국인 선발투수도 저울질했으나 에이스에게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을 맡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양현종은 지난 해 개막전 선발 등판 6이닝 1실점 패전 이후 처음 1개월 동안 부진했으나, 이후 최고의 페이스를 달리며 평균 자책점 타이틀 1위를 차지했다.

광주에서 KIA를 만날 상대 팀 키움 히어로즈는 외국인 투수들의 지연 입국으로 고심했다. 당초 최원태가 개막전에 등판할 가능성도 있었으나, 외국인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이 최근 연습경기에서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예정대로 개막전에 등판하게 됐다.

LG도 외국인 선수들이 지연 입국하면서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국내 베테랑 투수인 차우찬이 통산 4번째(2011, 2012, 2016, 2020)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다. LG의 상대 팀 두산 베어스는 kt 위즈에서 이적한 라울 알칸타라가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다.

삼성도 외국인 투수들의 몸 상태가 아직 완전히 올라오지 못했다. 또한 상대 팀 NC 다이노스에 대한 맞춤 전략으로 나서기로 하면서 지난 해 NC를 상대로 5경기 3승 무패 평균 자책점 2.41을 기록했던 백정현이 개막전 선발로 나서게 됐다. NC 역시 지난 해 삼성을 상대로 4경기 1승 2패 평균 자책점 2.67로 좋은 편이었던 드류 루친스키가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인천에서는 외국인 선발투수들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이전까지 SK 와이번스는 매년 에이스였던 김광현이 개막전 선발을 주로 맡았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러 떠난 올해는 닉 킹엄이 김광현의 빈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SK의 상대 팀 한화 이글스는 지난 해에 이어 워윅 서폴드가 등판한다(지난 해 개막전 선발 vs. 두산 5.2이닝 3실점).

돌발 변수 생긴 롯데, 개막전 선발투수 비공개

나머지 한 경기는 수원에서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대결한다. kt는 새로 영입된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다. kt의 외국인 선수들도 지연 입국으로 몸을 완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단 데스파이네는 교류 연습경기에서 4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대 팀인 롯데가 아직 개막전 선발투수를 정하지 못했다. 롯데는 스프링 캠프 종료 시점에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팀과 함께 들어왔다. 그러나 자가 격리가 아닌 다른 일들로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일정이 틀어졌다.

첫 번째 돌발 변수는 다름 아닌 부상이었다. 댄 스트레일리는 4월 29일 창원에서 NC와의 교류 연습경기에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돌발 변수는 선수의 가정사와 관련이 있다. 애드리안 샘슨이 최근 암 투병 중인 부친의 건강 악화로 인해 잠시 출국했다. 스프링 캠프가 끝나고 팀과 함께 입국했지만,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서 성민규 단장도 샘슨의 출국을 허락했다. 다만 샘슨은 추후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2주 자가 격리를 거친 뒤 팀 훈련에 합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롯데는 아직 개막전 선발투수를 정하지 못했다. 일단 스트레일리의 허리 상태가 변수이긴 한데, 스트레일리가 건강하다면 모르겠지만 만일 심상치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안으로 국내 투수가 등판할 경우에는 부상에서 돌아온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있다.

일단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투수를 밝히지 못한 롯데의 허문회 감독은 이와 관련해 상대 팀인 kt의 이강철 감독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강철 감독 역시 스트레일리와 샘슨을 보진 못했지만, 박세웅과 서준원 등 롯데의 국내 선발투수 자원에 대한 대비책은 있다면서 롯데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마음 같아서는 우승이겠지만... 각 팀의 현실적 각오와 공약

마음 같아서는 10팀 모두 우승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시즌 경쟁 속에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고, 이전 시즌까지의 성적이나 현 시점의 팀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 팀들도 있다.

지난 해 최하위를 기록했던 롯데의 주장 민병헌은 일단 공약 없이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발표했다. 공약을 정하지 못했지만 우승에 목마른 팀이었던 만큼 포스트 시즌 진출 자체만으로도 부산은 난리가 날 거라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 이후에 우승 공약을 발표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9위 한화의 주장 이용규는 우승을 목표로 걸었다. 일단 본인부터가 지난 해 1년을 구단 징계로 쉬었기 때문에 각오가 남다른 상태다. 우승 공약으로는 상의는 하지 않았지만 송광민, 김태균과 함께 한화의 마스코트 탈을 쓰고 상의를 탈의한 상태에서 율동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위 삼성은 대구 라이온즈 파크 개장 이후 아직까지 포스트 시즌을 치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의 가장 심각한 피해를 이겨냈던 만큼 감사의 의미로 개막전 시구부터 이성구 대구 의사협회장을 초대했다. 주장 박해민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 개최 조건인 4위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의료진들을 초청해 힐링캠프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7위였던 KIA는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2017년 우승 당시에도 호랑이 한마당에서 동료 선수들과 여자 아이돌 스타의 안무를 선보였던 주장 양현종은 이번에도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1992년생 선수들을 필두로 춤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승률 5할을 달성했지만 아쉽게 6위에 머물렀던 kt는 올해 다시 한 번 포스트 시즌 진출에 도전한다. kt의 주장 유한준은 팬들의 의견을 수렴한 공약을 밝히고 이행하겠음을 선언했다.

지난해 5위였던 NC는 창단 첫 우승을 목표로 걸었다. 주장 양의지는 구단과 이미 협의를 했다면서 우승할 경우 다음 시즌 개막전 입장권을 무료로 지급하겠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NC는 개막전 시구로 삼성창원병원 종합검진센터의 가정의학과 교수인 김원덕 교수를 초대했다.

지난해 4위 LG도 우승을 목표로 걸었다. 주장 김현수는 우승 공약으로 운영팀과 기획팀의 협조를 구해 큰 선물을 주겠음을 발표했다. LG는 베테랑 타자 박용택이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만큼 그 각오가 남다른 상태다.

지난해 3위 SK는 정규 시즌 승률에서 두산과 동률을 기록했지만 상대 전적으로 인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각 팀이 목표를 밝히는 타이밍에 영상 연결 상태가 일시적으로 고르지 못해 목표를 밝히지 못했다.

한국 시리즈 준우승 팀이었던 키움도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 주장 김상수는 우승 공약으로 고척 스카이돔에서 팬들과 1박 2일 캠프를 내세웠다. 양현종과 비슷한 공약으로 캠프에서 선수들이 장기자랑도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도 우승 트로피를 사수하겠다고 나섰다. 주장 오재원은 팀 공약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소원을 밝혔다. 오재원은 자신이 유럽을 가 보지 못했다면서, 팀이 우승할 경우 팀을 위해 힘쓴 자기 자신을 위해 유럽에 놀러가겠다는 소원을 드러냈다.

관중은 없어도 시구는 있다... 나름 의미있는 시구자 초대

보통 KBO리그는 어린이날에 낮 경기를 진행하기에 앞서 경기장별로 큰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나 방역 안전 차원에서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만큼 큰 이벤트는 힘들고 나름 어린이날을 의미있게 기념하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고 개막을 맞이하는 만큼 의미있는 시구자들을 초대한 팀들도 있다. 현장에서 싸운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실제로 삼성과 NC는 지역 의사협회장이나 전문의를 시구자로 초대했다.

앞에서도 언급한 대구의 이성구 의사협회장은 2월 말 대구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때 전국에 호소하여 각 지역의 의료지원을 이끌어냈다. 한때 라이온즈 파크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위기를 극복하면서 어린이날에 개막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NC는 5일 대구에서 시즌을 시작하지만, 8일 홈 개막전 시구자로 김원덕 교수를 초대했다. 김 교수는 삼성 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에서 의료진들과 함께 격리자들을 치료했으며 청와대에 의해 "숨어있는 우리들의 영웅" 세 번째 인물로 선정됐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의료인이었던 만큼 NC는 홈 개막전에 시구자로 초대하게 됐다.

SK도 의료진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팬을 시구자로 초대했다. 노준표 어린이는 올해 설날 새뱃돈을 모아 지역 주민센터에 마스크, 라텍스 장갑, 휴대용 티슈 등 위생용품을 기부했다. 이에 SK는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노준표 어린이를 특별히 시구자로 초대했다.

LG는 2020 시즌 연간 회원권 중 가장 빨리 가입한 어린이 회원 3명을 초대했다. 다만 3명을 초대했기 때문에 방역 안전 상의 이유로 경기 직전에 시구하지는 않는다. 사전에 시구 장면을 녹화한 뒤 경기 전에 시구 장면을 전광판으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KT는 수원 연고 어린이 팬을 섭외하여 당일에 공개하며, KIA는 별도의 시구 없이 개막전을 진행한다.

대구와 창원에서 의료진에 대한 감사 의미로 지역 의료인을 시구자로 초대하긴 했지만, 방역을 총지휘했던 질병관리본부 의료진에 대한 감사도 필요할 것이다. 보통 대통령이 취임한 해의 한국 시리즈에서 대통령이 시구를 한 적은 있었지만, 사회적 안정을 되찾고 감사를 표해야 할 시기가 되면 포스트 시즌에 책임 당국자에게 감사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

아직도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일본과 미국은 각각 NPB와 메이저리그의 개최 시점도 잡지 못하고 있다. 대만과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를 넘기고 프로 스포츠의 재개로 사회적 안정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막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의 방역 실황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적 안정을 위한 스포츠 활동의 재개는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KBO리그가 올 시즌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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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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