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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는 되는데... 다른 드라마는 대체 왜?

[리뷰] 엇갈린 성적표 받아드는 국내 로맨스 드라마들

20.05.01 17:53최종업데이트20.05.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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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방극장에서 가장 화제의 드라마는 역시 JTBC <부부의 세계>다. BBC 원작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부부의 세계>는 사회적 성공과 남편의 사랑을 모두 가진 것처럼 보이던 완벽한 세계의 여주인공 지선우가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며 벌어지는 애증과 복수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치정 로맨스극이다.

'또 불륜이야?'라는 이야기가 나올만큼 한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소재이지만, 자극적이고 통속적일수 있는 이야기를 인물의 심리 위주로 섬세하게 그려낸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맞물려 기대 이상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10회 방송은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2.9%, 수도권 기준 25.9%를 기록하기도 했다. < SKY 캐슬 >을 넘어서 역대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자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가운데서도 1위 기록을 경신했다.

 

▲ '부부의 세계' 김희애-박해준, 다시 폭풍 속으로 김희애와 박해준 배우가 24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매주 금, 토 오후 10시 50분 방송. ⓒ JTBC

 
엇갈린 희비

'어른들의 속물적인 사랑'을 자극적으로 풀어낸 <부부의 세계>와는 달리, 젊은 청춘 선남선녀들의 '낭만적인 로맨스 판타지'를 내세운 작품들은 고전하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포레스트>, <어서와>, <반의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의 멜로극들은 하나같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고전을 면치못했다. 심지어 <반의반>은 16부작에서 12부작으로 조기종영 당했고, <어서와>는 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저시청률을 경신하는 수모를 당하는 등 방영 내내 1%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에 머물렀다.

어느덧 방영 후반부에 접어든 <그 남자의 기억법>은 소폭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3~4%대의 시청률에 머무르고 있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자 판타지 로맨스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은숙 작가와 한류스타 이민호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던 <더 킹, 영원의 군주>마저 1회만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넘겼고 연이은 혹평에 2주만에 한 자릿수로 하락세를 타며 전작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심찬 스타 캐스팅과 개성있는 소재로 관심을 받았던 멜로드라마들의 성적표가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자극'의 차이를 꼽을수 있다.

불륜이라는 소재는 진부하고 통속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자체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중장년층이 주 시청층이지만, 어차피 세대와 성별, 계급의 차이를 넘어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현실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막장드라마같은 단순 치정극에서 미스터리, 코미디, 불륜미화에 가까운 서정 멜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적 변주도 가능하다. 희노애락을 넘나드는 인간 본성의 적나라한 모습을 어떤 장르보다 가감없이 보여줄수 있다는 것도 불륜극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가 불륜극으로서 일반적인 막장 드라마와 차별화될수 있었던 부분은, 단순히 자극적인 상황만을 반복 나열하기보다, 극단의 상황에 놓이게 된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더 집중하며 사랑과 인간 관계의 본질을 파고드는 섬세한 통찰력에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인물들이 사회 구조속에서 자신의 지위와 욕망을 지키기 위하여 대립하는 현실적인 모습은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극대화했다.

결국은 전략의 문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최근의 청춘 로맨스들은 '힐링'을 매력포인트로 내세운 경우가 많았다. 각자의 상처로 트라우마를 안고있던 이들이 사랑을 통하여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해피엔딩에 이르게 된다는 구성에서 비슷한 서사 구조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직설적이고 스피디한 전개, 현실적인 리얼리티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 드라마 트렌드에서 청춘 로맨스들이 보여주는 서사는 대부분 '느리고 싱거운'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불륜극처럼 꼭 자극적인 장면이나 설정이 있어야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청춘로맨스물이라고 해도 스토킹, 가정폭력, 살인, 출생의 비밀같은 막장드라마적인 설정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런데 로맨스물의 진정한 매력은 결국 인물들의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질까하는 과정이 주는 달달한 공감대에 달렸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나 사랑의 감정으로 이어지는 개연성이 부족해지면 매력은 반감된다. 모든 상황을 이미 알고있는 요즘 시청자 입장에서는 뻔히 예상되는 결말을 빙빙 돌아가는 주인공들의 답답한 행보와 소극적인 이야기 전개가 극의 흐름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고구마'같은 답답함 혹은 사족ㅇ로 더 다가온다. 극의 분위기가 '잔잔한' 것과, 내러티브의 섬세함과 설득력이 부족하여 '지루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독특한 소재가 주는 화제성에 비하여 정작 극의 서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남자의 기억법>에는 '과잉기억증후군' <어서와>에서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고양이', <반의반>은 '인공지능과 클래식', <더킹>에서는 '평행세계' 같은 신선한 소재와 세계관을 내세웠지만 정작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하여 억지로 만들어낸 모티브 이상의 역할을 하지못한다. 극 전개상 '굳이 이런 설정이 반드시 필요했나.'싶을 만큼 작위적인 구성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재와 자극의 문제가 아니라, 비슷한 이야기라도 독창적으로 풀어나갈수 있는 서사의 매력에 달렸다. 시청자들은 내가 공감할수 있는 이야기, 비현실적이라도 나에게 대리만족을 전해줄 수 있는 판타지에 열광한다. 최근의 청춘 로맨스 드라마들의 연이은 부진은, 대중이 보고싶어하는 감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못한 공감대의 부족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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