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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대상된 엠넷... '로드 투 킹덤'으로 명예회복할까

'퀸덤' 대비 독해진 경연 방식... 참가율 저조는 자업자득

20.05.01 15:51최종업데이트20.05.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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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로드 투 킹덤'의 한 장면. 지난해 방영된 '퀸덤'에 이어 이번에도 배우 이다희, 아나운서 장성규가 MC를 맡았다. ⓒ CJ ENM

 
Mnet의 보이그룹 경연 <로드 투 킹덤>이 지난달 30일 막을 올렸다. 지난해 방영된 <퀸덤>이 걸그룹 경연으로 구성된데 반해 이번 <로드 투 킹덤>은 그 대상을 남자팀으로 바꿔 다시 한번 치열한 경쟁 구도를 그리며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퀸덤>은 1% 안팎의 그리 높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TV 밖 공간에선 그 어떤 프로 못잖은 화제성과 열혈 시청자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팀들의 매력과 능력을 한꺼번에 세상 밖으로 표출하면서 그들은 각자 새로운 팬들을 끌어 모았다. 뜻밖의 화제몰이가 이어지자 자연히 후속 시즌 제작으로 연결되었고 좀 더 강력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보이그룹으로 주인공들을 바꾸면서 열띤 경합을 예고했다.

<퀸덤>보다 더욱 독해진 경연 방식
 

Mnet '로드 투 킹덤'의 한 장면. 사전 경연으로 펼쳐진 90초 퍼포먼스 대결에선 더보이즈가 1위를 차지했다. ⓒ CJ ENM

 
펜타곤(2016년 데뷔), 골든차일드, 온앤오프, 더보이즈(이상 2017년), 원어스, 베리베리(2019년), TOO(2020년) 등 총 7팀이 참가한 <로드 투 킹덤>의 진행방식은 다음과 같다.

- 출연그룹은 총 4차례의 경연을 펼치게 된다.
- 여기서 2팀은 중도 탈락의 쓴 맛을 보게된다.
- 각 경연 + 최종 결승전 누적점수 1위팀은 <킹덤> 출전 자격을 획득한다.
- 최종 경연 1위팀 역시 <킹덤> 출전권을 얻게된다.
- 단, 누적점수 1위 + 최종 경연 1위가 동일팀이라면 <킹덤> 출전은 해당 1팀만 할 수 있다.


앞선 <퀸덤>이 경연 2회 연속 최하위팀에 한해 탈락한다는 규칙을 담았지만 다행히 탈락팀 없이 최종 경연까지 치뤄진 것을 감안하면 <로드 투 킹덤>은 상대적으로 독해진 경연 방식으로 긴장감을 높였다. <퀸덤> 방송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이번 방송을 준비했던 상당수 그룹 멤버들은 녹화 현장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7팀의 상견례 형식으로 진행된 첫 회에선 모든 출연팀들이 90초 동안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이에 대한 자체 투표를 진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1위 더보이즈부터 7위 TOO로 결정된 사전 맛보기 경연을 시작으로 이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 뛰어들었다. 순위와 상관없이 1분30초의 짧은 시간만으로도 참가 그룹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앞세워 압도적인 무대를 연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면서 향후 <로드 투 킹덤>에 대한 기대감 형성에 성공했다

방영 전부터 등장한 각종 잡음
 

Mnet '로드 투 킹덤'의 한 장면 ⓒ CJ ENM

 
<퀸덤> 출연팀 상당수가 방송 이후 특수를 누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로드 투 킹덤> 역시 이에 못잖은 후광 효과를 기대하고 출연에 나설 법 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업계에선 참가 자체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기획 단계에서 거론되었던 몇몇 팀은 출연을 고사하는 등 출발 과정부터 진통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하반기 방영 예정인 <킹덤>의 예선전 성격, 보이그룹 등급 나누기, 특정 그룹 끼워넣기식 구성으로 인해 각종 잡음도 야기되었다.

방영 확정이 알려진 시점인 3월 기준으로 데뷔도 안한 CJ ENM 제작 신인 그룹 TOO의 참가는 공정성 시비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다른 팀들이 최소 1년에사 최대 3년 이상 현역으로 활동한 것과 비교하면 Mnet을 등에 업은 특혜가 아니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이를 의식한듯 TOO 멤버들은 첫회 방송에서 "저희가 나온다 했을 때 반응이 좋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 팀 혹은 두 팀이 <킹덤> 진출권을 획득한다는 구성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얼핏보면 프로축구 승강제를 연상시키는 이 방식은 결국 아이돌 그룹의 등급을 나눈다는 점에서 출전팀 팬들에겐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킹덤> 출연팀 섭외가 난항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Mnet이 만든 아이돌 세계의 아이러니
 

Mnet '로드 투 킹덤'의 한 장면. 마미무를 비롯해서 지난해 방영된 '퀸덤' 출연 그룹 멤버들이 등장하는 영상을 프롤로그 형식으로 활용했다. ⓒ CJ ENM

 
어찌됐건 경쟁의 막은 열렸다. 누군가는 탈락하고 또 어떤 팀은 다음 경연 <킹덤> 출연권을 획득하며 계속된 경연 준비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  인기 혹은 인지도에서 아쉬움을 지녔을 뿐 기량만 놓고 보면 케이팝 최정상 그룹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 이들이 경쟁에 내몰려야 하는 상황은 아이돌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행히 우려와 달리 '악마의 편집' 같은 구성은 등장하지 않았고 참가 7팀 모두 서로를 격려하는 화기애해한 분위기에서 1회 방영이 마무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여전히 <로드 투 킹덤>이 비판적인 시선을 지우지 못한 데엔 Mnet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듀스101> 시리즈와 <아이돌학교> 담당 제작진들이 기소되고 재판에 넘겨지는 등 조작으로 얼룩진 이미지가 이 채널에 씌워졌다. 많은 시청자들은 충격과 함께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래서 신인이 아닌 기성 데뷔팀을 대상으로 하며 살짝 변화를 줬겠지만 여전히 서바이벌 경연 포맷이 이어지는 만큼 기획 자체에 불신이 빚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로드 투 킹덤>은 Mnet이 형성한 아이러니일 수도 있다. 상당수 참가팀들은 <프로듀스101> 등장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쉽지 않은 성장 과정을 겪었다. 대중들의 시선은 이들 대신 Mnet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으로 쏠렸고 초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팀들은 그만큼 시장 안착에 여전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기 위해 현역 아이돌들은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Mnet의 힘을 빌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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