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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분주했던 겨울, 롯데의 봄날은 오는가

[KBO리그] 달라져야 하는 2020년, 희망은 보인다

20.04.27 11:19최종업데이트20.04.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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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원년 팀 중의 한 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는 1984년과 1992년을 마지막으로 17시즌 동안 한 번도 한국 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1995년과 1999년에는 한국 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후 롯데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017년을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는 포스트 시즌 진출을 한 번도 이뤄내지 못했다. 특히 2019년은 팀 연봉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44경기 시즌 기준 최초의 50승 미만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결국 롯데는 지난 겨울 10팀 중 가장 많은 변화를 보였다. 감독도 1년 만에 물러났고, 단장까지 동반으로 물러났다. 메이저리그 프런트 경험까지 쌓은 젊은 단장을 영입하면서 롯데라는 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질 개선에 나섰다.

가장 분주했던 스토브리그, 기대가 큰 롯데

성민규 단장의 부임과 함께 코칭 스태프에서도 대규모 개편이 일어났다. 1군과 퓨처스 팀 모두 감독이 바뀌었는데, 키움 히어로즈의 코치였던 허문회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영입했고 래리 서튼을 퓨처스 감독으로 영입했다.

한때 강정호(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타격을 지도했던 라이언 롱을 타격 코치로 영입했다. 배터리 코치로 영입한 인물은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정영일(현 SK 와이번스)과 LA 에인절스 입단 동기였던 한국계 미국 교포 행크 콩거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내야 수비코치는 끝내 전담 코치를 영입하지 못했다. 결국 수석 코치(벤치 코치)인 박종호 코치가 내야 수비를 함께 담당하는 선에서 이번 시즌을 운영하게 됐다. 롯데에서 지난 해 있었던 코치 중 훌리오 프랑코 등 11명을 제외한 나머지 코치들이 교체됐다.

신인 드래프트를 제외한 나머지 스토브리그 프로세스에 성민규 단장의 영향력이 미치면서 선수 영입에 있어서도 기존과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해 팀 연봉 1위였음에도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롯데였기에 FA 시장에서는 꼭 필요한 선수만 영입하고 그 이외의 선수 영입은 다른 경로를 선택했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FA 이적 이후 롯데에서 가장 큰 공백이 느껴졌던 포수 보강은 트레이드 시장을 통해 이뤄졌다. 한화 이글스와의 트레이드 진행으로 루키 포수 김현우와 천안 출신의 장시환(북일고등학교 출신)을 보내고 지성준과 김주현을 데려왔다.

곧 FA를 맞이할 민병헌과 손아섭에 대한 대비도 이뤄졌다. 외야수 자원이 많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던 추재현을 영입하며 왼손 투수 차재용과 내야수 전병우를 키움으로 보냈다. 선수단의 부상 공백을 채울 목적으로 장원삼 등의 방출 선수들도 영입했다.

미래 자원들에 대한 군 문제 해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안중열과 정성종 두 포수 자원은 상무 피닉스에 합격하여 입대했다. 의무경찰 제도 폐지 예정으로 경찰청 야구단이 해단하면서 강민성, 김도규, 김민수, 박진, 조무근, 황성빈 등은 현역 입대했다.

FA 시장에서는 무리하지 않았다. 외부 영입은 안치홍 1명이었는데, 기본 2년 동안 성적이 만족스러울 경우에 나머지 2년이 추가 보장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유계약 선수 신분으로 풀어줄 수 있는 안정적인 요소를 마련했다. 전준우와 고효준도 재계약했고, 1년 동안 FA 미아 신분이었던 노경은도 재계약했다.

불안 요소 떠안고 한 시즌 가야 하는 롯데

그러나 불안한 요소들도 분명 있다. 코너 외야수인 민병헌과 손아섭, 키스톤 콤비인 안치홍과 딕슨 마차도를 제외하고는 확정된 포지션이 없다. 이대호가 체중 감량에 어느 정도 성공했고, 체력 안배 차원에서 전준우와 1루수를 나눠 맡을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의 이대호는 분명히 지난 FA 계약 시점의 기량은 아니다.

한화에서 데려온 포수 자원 지성준도 불안 요소가 많다. 군 문제를 해결했다고는 하지만, 군 복무를 한 것이 아니라 골반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면제 사유가 된 만큼 경기력에서 확신이 없다. 포수에서는 또 다른 자원인 정보근이 연습 경기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차도의 영입으로 기존 유격수 자원인 신본기는 3루수 포지션 경쟁에 들어갔다. 만일 마차도가 기량 미달로 시즌 중도 교체한다고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자가격리 기간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교체에서 투입까지 1달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에는 좋든 싫든 외국인 선수들을 떠안고 가야 한다.

선발진도 불안하다.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와 애드리안 샘슨은 아직 KBO리그 실전에 투입해봐야 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작년이 복귀 시즌이었던 박세웅은 올해가 부상 복귀 이후의 첫 풀타임이며, 1년 쉬었던 노경은이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워야 할 정도다.

마이너리그 경험을 쌓고 롯데로 왔던 베테랑 송승준은 선발 로테이션에서 경쟁력을 잃어서 장원삼과 함께 선발진에 치명적인 공백이 생겼을 때만 임시선발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손승락이 은퇴했기 때문에 마무리투수도 새로 찾아야 하는데, 현재 롯데에 있는 구원투수들 중에서 풀 타임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투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PS보다는 리빌딩

현실적으로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5팀의 전력이 너무 강하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향후 유출될 수많은 FA 자원들이 아직 건재하고, 준우승 팀 키움은 코로나19로 시즌이 지연되면서 포스트 시즌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될 중립 경기장 혜택을 가장 많이 볼 팀이다.

정규 시즌 승률 공동 1위였지만 상대 전적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하여 준우승도 놓쳤던 SK 와이번스는 다소 변수가 있다.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모두 교체되었고, 에이스였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다만 타선이 여전히 강하여 아직은 두고봐야 한다.

LG 트윈스도 젊은 필승조가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굳건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고, NC 다이노스 역시 리그 첫 참가 시즌과 최하위 시즌을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 항상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게다가 지난 해 처음으로 5할 승률을 기록한 KT 위즈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다크호스다.

디펜딩 챔피언부터 지난 해 6위 팀까지의 전력들이 워낙에 굳건하여 현실적으로 롯데가 당장 올해 가을 포스트 시즌에 복귀하기는 힘들다. 50승 미만이었던 지난 해보다는 낫겠지만, 현실적으로 올해도 하위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성 단장과 허 감독 등도 현실 상황을 인지하고 시즌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로서는 당장 포스트 시즌에 가는 원 타임 시즌을 보내는 것보다 미래를 생각해 가치 있는 선수 자원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롯데가 육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텐데,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석환 자이언츠 사장이 이러한 성 단장의 플랜을 기다려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정보근의 발굴, 일단 희망은 보이는 연습경기

롯데는 4월 21일과 23일 그리고 24일에 교류 연습경기를 치렀다. 수도권과 가장 먼 부산을 연고로 하고 있어 주로 영남권 팀들과 교류 경기를 치르는데, NC와의 2경기는 모두 8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뒀지만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는 3-5로 패했다.

선발진에서 서준원이 21일 경기에서 5이닝 70구를 던지며 선발로 등판할 준비를 끝냈으며 1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투구 내용도 좋았다. 박세웅도 24일 경기에서 5이닝 84구를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6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3일 경기에서 투수진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스트레일리가 4이닝 73구를 던지는 동안 4피안타 4사사구 3실점으로 제구에 있어 우려할 만한 요소를 드러냈다. 연습경기라 성적보다는 몸 상태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해도 4이닝 4사사구의 제구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패했던 경기에서는 폭투도 3번이나 나왔다. 박진형(6회), 진명호(7회), 구승민(8회)이 각각 한 번 씩의 폭투를 범했으며, 구승민은 1피안타 3사사구 2실점으로 아웃 카운트 하나 밖에 잡지 못한 채 패전투수가 됐다.

현재 롯데에서 주전 포수가 유력한 자원은 한화에서 데려온 지성준이 아니라 1군 통산 15경기 출전이 전부인 3년차 포수 정보근이다(2018 드래프트 2차 지명 9라운드 83순위). 연습경기 3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으며 패했던 경기에서도 포수의 수비 문제로 무너졌던 경기는 없었다.

물론 포수에게 있어서 수비가 가장 중요하지만 정보근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타격이다. 교류 연습경기 7타수 3삼진으로 출루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반대로 경쟁 상대인 지성준은 5타수 4안타로 타격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포수 3이닝). 아무리 수비가 좋다고 해도 타격이 안 되면 큰 경기에서 선발 출전이 힘들 수도 있다. 수도 있다.

롯데에게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다. 승패를 떠나서 적어도 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실책 때문에 답답해하는 장면은 최소화해야 한다.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플레이를 펼치고 수비에서의 실수를 줄여야 지난해보다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야구선수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시즌을 치르지만 다음 시즌을 치르기 위해 팀을 구성해야 하는 겨울은 프런트가 분주하게 달리는 시기다. 이제 성 단장이 새롭게 짜놓은 플랜 속에 롯데가 어떤 시즌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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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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