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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안동농림중학교에 입학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 / 5회] 학교성적은 그리 좋지않은 편이었다

등록 2020.04.28 17:12수정 2020.04.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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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읍 이문동 김재규 생가 안채 ⓒ 박도

김재규는 1939년 3월 선산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중학교 진학의 길이 막혔다. 학업성적이 반에서 10% 안에 들어야 중학진학이 가능했는데, 그의 성적은 학급에서 중상정도에 머물렀다. 부모의 실망이 컸다. 지역 유지의 체면에 말이 아니었다. 김재규도 생애 최초로 자존심이 상하는 상처를 입었다.

아버지가 일본 유학으로 면치례의 길을 찾았다. 그렇게 하는 유지들이 없지 않았다. 초등학교 동기인 임명수와 함께 15세 소년 김재규는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중야무선전신학교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무선전신학교의 과목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

어느날 일인학생과 싸우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초등학교 4년 시절 일본인 순사에게 삿대질을 했던 항일정신의 발로였는지, 단순 폭력사건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2년여 만에 귀국한다. 그리고 1941년 4월 5년제의 안동농림중학교에 입학하였다.

경북 북부지역의 유일한 중등교육기관인 이 학교는 입학경쟁률이 치열하여 평균 10대 1이 넘을 만큼 입학이 쉽지 않았다. 전하기로는 면접 시험장에서 김재규의 불온한 답변으로 불합격되었는데 아버지가 이 학교의 교사를 사위로 둔 선산우체국장인 소림에게 부탁하여 그의 사위 허구찌 선생이 보증서를 쓰고 가까스로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석 7)


김재규가 뒤늦은 나이에 안동농림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조선총독부는, 내선일체를 이루고 조선인이 받는 불이익을 없애주기 위한다는 허무맹랑한 명분으로 창씨개명을 실시하였다. 중학에 들어간 김재규는 김본원일(金本元一)로 개명하고 공부하였다. 학교성적은 그리 좋지않은 편이었다.

1학년 석차가 1백 10명 중 1백등, 2학년 때가 1백 6명 중 87등이었다. 1학년 때 80점이 넘는 과목은 영어(85점), 식물(81점)이었고, 제일 점수가 낮은 과목은 교련(65점), 2학년 때는 조림삼림보호 과목이 제일 성적이 좋았는데(75점) 물리, 생물 등 과학계통의 성적이 나빴다.  

결석도 많아 1학년에 27일, 2학년에 15일이나 됐다. 3학년에 올라가서는 성적이 점수로 표시되지 않고 수우미양가로 나왔는데, 영어에서 수를, 대수와 교련에서 가를 맞았다. (주석 8)



결석이 많았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중이염을 크게 앓아서였던 것 같다. 그대신 급우들과 우정과 의리를 소중히 여기고 노래와 유머 각각도 뛰어나 따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안동농림학교 다닐 때 줄곧 낙동강 건너편에 사는 급우의 집에서 하숙을 하고 급우의 어머니를 친어머니처럼 살뜰이 모셨다. 뒷날 그가 보안사령관 시절까지 명절마다 찾아 문안을 드렸다고 한다.

김재규가 뒤늦게 들어간 학교였지만 졸업을 하지 못하였다. 4학년으로 진학할 때 일본군의 특별간부후보생으로 선발되었다. 일제는 1943년 3월 1일 징병제를 공포하고 10월 20일 학병제를 실시했다. 대학ㆍ전문학교ㆍ고등학교 재학생 중 학도병에 지원하지 않는 학생에게 징용영장을 발부하고, 중추원에서는 학도병에 지원하지 않는 학생은 강제로 휴학시켜 징용하기로 결정했다.


주석
7> 오성현, 앞의 책, 33쪽.
8> 김대곤, 앞의 책, 114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재규 #김재규장군평전 #창씨개명 #김본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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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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