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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 없는' 거장들의 랜선콘서트가 준 큰 위로

랜선콘서트 'One World : Together At Home'(원 월드, 투게더 엣홈) 선 보여

20.04.23 11:16최종업데이트20.04.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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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World : Together At Home'에 참여한 폴 매카트니 ⓒ Global CItizen

 
지난 주말, 뜬 눈으로 새벽을 보냈다. 불면증 때문은 아니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추가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까지 떨어졌지만,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 19(COVID-19) 광풍에 신음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세계 최고의 뮤지션들이 모였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씨름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위로하기 위한 콘서트 'One World : Together At Home'이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1억 2790만 달러 가량의 모금이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자선'이라는 키워드에서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Live Aid)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사회운동가 밥 겔도프가 주최하고, 퀸(Queen)이 완성했던 그 콘서트 말이다. 그때와 달리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은 텅 비어 있다(어차피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뮤지션과 만날 수 있었다. 정보 통신 기술이 이들을 매개했다. 노래는 랜선을 타고 흘러나왔으며, 시청자 각자의 방이 객석이었다.
 
'One World : Together At Home'의 랜선 콘서트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모는 놀라움 그 자체다. 폴 매카트니와 롤링 스톤즈, 엘튼 존, 스티비 원더 등 거장부터 빌리 아일리시, 테일러 스위프트, 샘 스미스, 리조 등 현재의 팝스타들, 그리고 홍콩과 인도 등 영미권을 넘어 다양한 국가의 뮤지션들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SM의 프로젝트 그룹 '슈퍼엠'이 대표 주자로 참여했다. 이 행사가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은 레이디 가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레이디 가가는 크리스 마틴(콜드플레이)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공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선 단체 '글로벌 시티즌'과 함께 이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정보 기술과 팝 전설의 만남
 

기획자 레이디 가가는 자신의 집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있는 모든 의료진'을 응원하며, 'Smile'을 불렀다('Smile'은 찰리 채플린이 < 모던 타임즈 >를 위해 만든 곡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리메이크했던 버전으로도 유명하다). 록의 전설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는 이 날 가장 인상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믹 재거, 키스 리처드 등 각자 다른 장소에 있는 네 명의 멤버들이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를 연주했다. 반 세기 동안 맞춰 온 거장들의 호흡은, 서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신보 < Lover >에 실린 곡 'Soon You'll Get Better'의 라이브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4개의 본상을 모두 받은 빌리 아일리시도 오빠 피네스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소울 보컬 존 레전드와 샘 스미스 역시 영상 속의 서로를 마주 보며 'Stand By Me(Ben E.King)'를 불렀다.

이 행사를 열고 닫는 일의 몫은 레이디 가가였다. 그녀가  'The Prayer'를 부르면서 이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원곡자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 디온은 물론, 존 레전드와 피아니스트 랑랑이 힘을 더했다. 폭력없는 세상을 기도하며, 평화와 사랑을 노래하는 곡의 메시지는 이 행사의 취지와 잘 맞았다. 

사실 공연 자체로만 놓고 보면 'One World : Together At Home'이 아주 재미있는 공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실제 라이브 공연이 전달할 수 있는 현장감을 대체할 수 없었고, 뮤지션마다 공연하는 시간이 몹시 짧았다. 실제 공연이 전달할 수 있는 현장감이 없었고, 아티스트들이 서로 떨어진 채로 노래를 부르다 보니, 그 상호 작용이 주는 재미 역시 반감됐다.

그럼에도 'One World : Together At Home'의 가치가 쉽게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다. 팬데믹의 시대다. 다시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이 상황에서 전염병만큼이나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은 '혐오'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 나선 뮤지션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가 '사랑'과 '연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레이디 가가가 'Born This Way'를 부르면서 핍박받는 자들의 손을 잡고자 했던 점을 상기해보자. 음악은 누군가의 하루를 일으킬 힘을 선사한다. 그 잠깐의 순간만으로도, 이 공연은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레이디 가가 크리스 마틴 코로나19 코로나 롤링스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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