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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김혜준 "영악한 중전에게 환호?... 속상했다"

[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배우 김혜준

20.04.17 13:31최종업데이트20.04.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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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배우 김혜준 인터뷰 사진 ⓒ Netflix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허준호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1이 공개됐을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인물은 다름 아닌 신인 배우 김혜준이었다.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분)의 딸이자 중전 역을 맡은 그는 당시 뜻밖의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면서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시즌2가 공개된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시즌2에서 권력을 얻기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이는 악인을 임팩트 있게 연기해내면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연기력 논란 역시 완전히 벗어던졌다. 최근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혜준은 "(시즌1에서)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창피하기도 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며 "시즌2에선 극복해서 잘 보여드려야겠다는 긍정적인 오기와 욕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제 스스로 자신이 많이 없었던 시기였다. 어쨌든 연기를 하는 사람은 나고, 그런 비판을 받았던 건 순전히 제 책임이었다. 빨리 떨쳐내고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성훈, 박인제 감독님, 김은희 작가님, 배우 선배님들, 가족·지인들이 정말 많은 위로와 격려를 해줬다. 함께 작업했던 시즌1 동료들도 '너는 좋은 배우고 우린 시즌2를 재미있게 더 잘 찍어보자'고 북돋아 주셔서 금방 털어낼 수 있었다. (시즌2에 임하기 전에) 물론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응원해주신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다."

<킹덤>은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시대를 그리는 판타지 스릴러 드라마다. 앞선 시즌에서 중전은 아버지 조학주의 꼭두각시같은 존재였다. 조학주는 혜원 조씨 가문으로 왕조를 잇기 위해 딸을 중전 자리에 올리고, 중전이 원자를 낳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죽은 왕을 좀비로 만들기까지 한다. 중전은 늙은 왕과 결혼하고 좀비가 된 왕을 잠자코 지켜보는 등 얌전히 아버지의 뜻에만 따라 사는 것처럼 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배우 김혜준 인터뷰 사진 ⓒ Netflix

 
그러나 시즌2에서 보여준 중전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그는 일찍이 자신의 아이가 유산됐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숨기고 있었으며, 아들을 얻기 위해 임신부들을 모아 가두고 딸을 낳으면 모녀 모두 살해하는 등 끔찍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어렵게 아들을 얻은 후에 조학주에게 이 사실을 들키자, 아버지마저 살해한다. 김혜준은 "시즌1에선 (중전의) 야망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발톱을 어설프게 숨기는 것처럼 연기했다. 그래서 시즌 1, 2의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서운 어린 중전이었다. 아버지 조학주는 (중전을) 손바닥 위에 어린 딸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중전의 입장에선 아버지 손바닥 위에서 놀아드린 것이다. 원래부터 똑똑하고 영악하고 욕심 많은 중전이다. 시즌 1에서는 꼭두각시인 척, 하룻강아지인 척 하는 모습이었다. 기승전결로 치면 그런 모습은 기승까지였던 거다. 시즌2에선 야망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일이 틀어지자 대범하게 행동한다. 그게 전결이었다. 그런 차이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권력을 갖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중전은 절대 옹호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하지만 의외로 중전의 캐릭터에 환호하는 반응도 많았다. 특히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에서 중전의 대사를 인상적이라고 꼽는 팬들이 많다. 

"계집이란 이유만으로 언제나 저를 경멸하고 무시하셨죠. 그 하찮았던 계집이 이제 모든 것을 가질 것입니다."

조선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받은 무시와 차별을 잔인한 살육으로 복수한 셈이다. 최근 여성주의적 시선이 담긴 드라마, 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있는 만큼 그 일환으로 해석하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김혜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중전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라고 보기엔 해결방식이 너무 말도 안 되는 악행이지 않나. 물론 여성이고 딸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억압받고 차별받았던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 데서 (팬들이) 통쾌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중전은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욕망 그대로 시원하게 질러버린다는 점에서 저도 대리만족을 했다.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지금도 남아있는 억압과 편견이 있으니까. 지금 현실에서도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히려 저는 속상하기도 했다. 여전히 그런 시대이니까. 누구나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교활한 계략과 악행에도 불구하고 중전은 권력을 얻지 못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이창(주지훈 분)이 군사들을 끌고 궁궐로 돌아왔기 때문. 하지만 중전은 궁에 좀비들을 풀어버리는 방식으로 이에 맞선다. "내가 갖지 못할 바에는 아무도 갖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중전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강렬한 캐릭터의 죽음에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김혜준은 "중전에게 가장 어울리는 결말이어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중전이) '대책없이 못됐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저는 그게 중전이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처절한 죽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혼자 살아남을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내가 가지지 못할 거면 아무도 가지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중전의 광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나만 그 자리를 갖기 위해서 아버지도 죽였는데, 결국 가장 밑바닥의 생사역들이 그 자리를 덮치면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나. 그런 장면들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악의 축에게 어울리는 처절한 결말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배우 김혜준 인터뷰 사진 ⓒ Netflix

 
시즌2 마지막회에서 중전은 좀비떼에 섞여서 이창과 마지막 전투를 벌인다. 앞선 시즌에서 무거운 가채에 화려한 의복을 입고 주로 앉아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던 중전은 이 장면에서 완전히 헤진 머리에 피칠갑을 하고 이창에게 달려든다. 김혜준은 "시즌을 통틀어 마지막 신의 좀비 연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좀비 배우들을 존경하게 됐을 정도라고.

"시즌1에서도 그렇고 저는 앉아 있는 신이 많았다. 생사역(좀비) 연기를 하는 게 진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너무 많이 느꼈다. 운동화로도 달리기가 쉽지 않더라. (좀비 특성상) 앞으로 쏠리듯이 뛰어야 했기 때문에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뛰었다. 손끝, 발끝은 물론 표정까지 생사역 연기를 하면서 빠른 속도로 뛰어야 했다. 시즌1부터 함께 해왔던 생사역 배우분들이 정말 대단하구나. 그 분들이 <킹덤>을 만드신 거구나. 정말 온몸으로 깨달았다. 너무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배우 김혜준 인터뷰 사진 ⓒ Netflix

 
앞으로 김혜준은 <킹덤> 시리즈에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강렬한 결말을 보여주면서 더없이 좋은 마무리를 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현장에 개구쟁이들도 많았고, 현장 사진을 매일 찍을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는 그는 '생사초'(죽은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풀)라도 좋으니 계속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시즌3에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죽어서라도 나올 수는 없을까? 어떻게든 간에 시즌3에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사초로라도 출연하고 싶다(웃음). 그렇게라도 나오고 싶을 만큼 아쉬움이 크다. 좋은 작품에 함께 한다는 것도 좋았고 내겐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힘든 순간조차 행복했던 기억뿐이라서 더 좋았다. 이렇게 좋은 작품, 좋은 환경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벌써 그립고 아쉬운 마음이다."
킹덤 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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