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돈이 더 무섭다

[포스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악한 세계는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등록 2020.04.10 11:55수정 2020.04.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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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7500원에 매수 주문했는데 하나도 못 샀어요."

얼마 전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200명 가까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큰 음식점이었는데, 그날은 우리 일행을 포함해 채 10명이 안 될 정도로 한산했다. 식당 안이 워낙 조용한 탓에 꽤 떨어진 식탁에서 친정 부모를 모시고 나온 듯한 여성이 하는 얘기가 또렷이 들렸다.

그 여성 일행 가운데 마스크를 한 사람은 친정아버지뿐이었다. 30분가량 식당에 머물렀는데, 코로나19 얘기는 거의 없었고 증시를 비롯한 경제가 대화의 주류를 차지했다. 친정 부모들은 70대쯤으로 보였고 말투며 행색이 화이트칼라 출신으로 살림이 어려운 사람들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한국은 코로나19가 확실히 수그러들 조짐을 보인다. 물론 언제 폭발적으로 다시 확진자가 늘어날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럽을 거쳐 이제 미국에서는 절정을 향하는 형국이다. 공포감부터 시작해 두려움, 불안 등의 부정적 스펙트럼이 그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코로나19가 장악한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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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이어가는 증시 코스피가 31.72포인트(1.77%) 오른 1,823.6로 장을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8.1원 하락한 1,221.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의 증시는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8일 현지 시각 기준, 다우존스 지수는 23,433.57로 전날보다 3.44% 올랐다. 3월 23일 이후 거의 보름 동안 상승 추세이다. 미국 증시와 연동되는 경향이 뚜렷한 국내 증시 역시 다를 게 없다. 코로나19 충격이 현실화 돼 2월 중하순 최저점을 찍은 뒤, 3월 중하순을 기점으로 역시 상승 국면에 있다.

"코로나19가 알려지기 전 주식 가치가 100이라고 가정하면 지금 90 수준입니다. 2월 중하순 65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급반등하고 있는 거죠. 미국의 9·11 사태보다 더하다는 충격에 비하면 놀라운,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도 양상이 전적으로 다르거든요."

30년 넘게 증시분석가로 일하는 지인은 이렇게 지금의 증시 상황을 풀이했다. 

전 세계적인 공포감 혹은 두려움을 고려하면, 증시는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거나 추락해야 하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닥터 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경제가 'I'자 형태로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 바 있다. 물론 그의 예측이 빗나갈 것인지 여부는 지금 판단하기 이르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는 코로나19와 같은 '괴물'과 대적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섣불리 어떤 예상도 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국가마다 좀 차이가 있을지언정 코로나19 확산 대략 100일 안팎이 되는 이 시점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흐름이 있다. 바로 '사회와 경제 마인드의 분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유럽이든 마찬가지다. 

77억 세계 인구가 느끼는 불안감이나 공포감의 총량은 계량화가 어렵겠지만, 인류 역사상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엄청나다. 각급 학교가 문을 닫았고, 재택근무자가 급증했으며 실직 위기에 몰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더구나 이 사태가 언제쯤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될지 전문가들마저도 전망이 엇갈린다. 나라별로는 말할 것도 없다. 

현실적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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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퀸스의 엘름허스트 병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AP



한데 경제에 관해 많은 사람의 접근 방식은 최소한 냉정하거나 심하게 말하면 냉혹하다. 거칠게 얘기하면 돈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이다. 공포감과 어울리지 않게,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그다지 부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심지어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마저 있다.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부지사가 '나라를 위해 노인들이 희생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안팎의 비난에 시달린 적이 있다. 그가 절대 입 밖에 내선 안되는 얘기를 했음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데 최소한 증시를 보면, 속으로는 텍사스주 부지사와 비슷하게 코로나19 사태를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희생자 발생 유형을 보면 국가별로 아주 작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노령층과 기저 질환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점만은 공통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9일 오전 현재 한국 사망자 숫자는 204명이다. 이중 일체 기저질환이 없으면서 예컨대 65세 이하이었던 사망자는 있다고 해도 극소수일 것이다.

사회적 공포감이 패닉을 불러올 정도로 확산한다면 개인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게 없다. 또 경제적 냉정함이 냉혈적이라고 할 정도가 된다면 사회적 화합을 해치고 빈부 계층 간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 

엊그제 농사를 짓는 한 60대 초반의 지인이 "땅 잡고 농협에서 한 2천만 원 정도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 그냥 차분히 농사에 집중하고, 나이도 있으신 만큼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는 게 좋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코로나19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19'의 시대상은 지금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전화위복으로 삼는 사회가 있는가 하면, 설상가상으로 지금보다 더 힘들어지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공포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고, 동시에 경제적 약자에 대한 온정을 잃지 않는다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하고 공동체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결속을 다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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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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