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동죽에 빠지다

동죽으로 코로나19 극복기

등록 2020.04.02 16:38수정 2020.04.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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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구 시민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고요한 일상의 연속이다. 이런 와중에 SNS를 통해 각자 집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공유하기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각자도생, 그 가장 중심에 먹거리가 있다. 먹거리로 위안과 위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다.


대구의 한 맘카페에서는 '동죽'이 거론됐다.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 서식하며 물총조개, 물통조개로 불리는 동죽. 봄의 미각을 사로 잡는 동죽은 별명 그대로 입 안으로 흘러드는 달큼한 육즙이 엄청나다. 칼슘 함량이 다른 조개에 비해 6배나 높고, 단백질, 철분, 오메가3가 풍부하며, 당뇨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스박스로 배달된 채로 천일염 한줌과 쇠숟가락을 넣었다. 뚜껑을 닫아 3시간 해감을 시켰다. 수돗물보다는 바닷물 그대로가 해감이 더 잘 된단다. 동전을 좀 넣어도 좋겠다. 해감할 때 쇠붙이를 넣는 이유는 철과 소금의 화학 작용으로 열과 냄새를 만드는데 이때 조개를 자극해서 입을 벌리게 한다고 한다. 조개는 어두울 때 활동하니까 어둡게 해주는 것도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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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죽조개 동죽조개 냉동보관용 소분 ⓒ 권영희

 
직접 잡은 조개는 뻘과 여러가지 이물질이 엄청나니 토해낸 것들을 다시 흡입하지 않게 양파망이나 채반 같은 곳에 담아 바닥에 닿지 않게 해감해야 한다. 물도 수차례 갈아줘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하는 조개는 90% 이상 해감이 되어서 배송되기에 2~3시간이면 충분하다. 빠락빠락 치댔더니 뽀사시한 아기 속살같다.

동죽 술찜으로 시작해 보자. 나머지는 소분해서 냉동실로 보냈다. 버터, 마늘, 청량고추, 소주, 물, 화이트와인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리 고급진 술이 남아있을리 만무하니 여기저기서 끌어 모아둔 소주로 해보자. 

​지금 거리는 벚꽃 천지다. 출근 시간의 게으름이 없어진 날들이다. 꽃거리에 서둘러 내몰리고 싶은 마음을 따라 일찌감치 거리로 나선다. 흐드러진 벚꽃 아래 잠시 서 있다. 팝콘 터지는 소리가 야단이다. 물통조개의 물통 터지는 소리가 저녁 내내 야단법석이다.
#동죽 #조개해감 #동죽술찜 #코로나19극복기 #맘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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