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슴으로 맺어진 모녀예요

박용희 서산시 재가요양보호사의 아름다운 이야기

등록 2020.04.01 14:24수정 2020.04.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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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거 아주 맛있더라고요. 어제 장 보다 어머니 생각나서 사 왔어요. 하나 잡숴봐요."
"그려? 이쁜 모자도 사주  옷도 사 주더니 이걸 또 뭐하러 사 왔어?"
"어머니 생각나서 사 왔지요."

 대화는 서산시 음암면에 위치한 어느 어르신 댁 거실에서 나는 아름다운 소리다. 딸기를 씻어 편찮으신 어르신의 입안에 넣어드리고 있는 그녀는 박용희 재가요양보호사다.

어르신은 "우리 딸보다도 더 좋아. 딸이라고 해봐야 주말에 삐쭉 왔다 가지. 이이는 이거저거 챙겨 주는디 말로는 다 못혀. 지금 쓴 모자도 흰머리 염색하지 말라고 장날에 사다 줬어. 스웨터는 간절기에 입으면 따뜻할 것 같아 사 오고"라며 입고 있던 옷을 가리켰다.

"내가 입으면 늙어서 안 이뻐"라면서도 "정말 고맙지. 그럼 고맙고 말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볕 좋은 날에 이불을 널어 말리는 모습 박용희 재가요양보로사 ⓒ 최미향

 
볕 좋은 날에는 예전 미장원을 운영했던 실력을 발휘하여 어르신의 머리를 곱게 깎아주기도 하고, 식당을 할 정도로 탁월한 음식솜씨 덕분에 노부부에게 특별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착한 그녀.

"오늘같이 바람 불고 햇빛이 쨍쨍한 날에는 바깥에 걸린 빨랫줄에 이불을 널어 말려요. 이불도 일광욕하니 아마도 10년 묵은 체증들이 다 날아갈 것 같아요"라는 그녀는 "이 참에 어머니 병환도 싹 날아가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지들이 하는 일인 걸요.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거죠. 그리고 뭣보다 우리 엄마 같잖아요"라고 말하면서 곁에 앉은 어르신의 머리카락을 모자 안으로 밀어 넣어주는 박용희 씨.

"여한이 없어. 이런 사람을 보내줘서 여한이 없지 그럼 없고 말고"라고 말하며 어르신은 머리를 매만져주는 박용희씨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박용희 재가요양보호사 아름다운 그녀 ⓒ 최미향

 
지난해 1월 교통사고로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어 한 달 동안이나 입원을 하느라 못 나왔을 때도 어르신은 그녀를 끝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다른 사람 보내준다는 것도 마다하고 끝까지 저를 기다려 주셨어요. 힘들으셨텐데도 꾹 참으시고요. 보통사람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맘에 안 들면 이때다 싶어 얼른 바꿔 달라 하셨을텐데...."

그녀도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어르신을 꼭 안아주었다. 그때 어르신이 분위기를 바꾸는 듯 웃으며 "마음이 이뻐. 처음 봤을 때부터 이뻤어"라고 말했다.

가슴으로 맺어진 아름다운 '모녀'의 사랑이야기를 듣는데 괜히 울컥해서 급하게 밖으로 눈을 돌렸다. 창밖으로 부는 바람이 그날따라 유난히 눈부셨다. 노후를 맞은 분과 그 분을 케어하는 박용희 재가요양보호사. 이런 분이 있기에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함께 살아갈 '이웃과 내 가족' 그 흔들림 없는 기본 바탕 재가요양보호사, 그 속에서 '지속 가능한 제도를 위해 세심한 업그레이드 작업'이 나날이 진행되어 각자 사정에 맞는 '안심 돌봄 서비스'가 꽃피워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서산시대에도 게재됩니다.
#박용희재가요양보호사 #아름다운그녀 #서산시 #효드림방문요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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