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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1813화

마트엔 쌀이 없고 시부야엔 사람이 없다... "이런 도쿄는 처음"

[현장-사진] 코로나19로 외출자제령 내려진 주말 저녁 도쿄의 표정

등록 2020.03.29 12:56수정 2020.03.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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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6년간 일본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모습은 처음입니다."

28일 저녁 도쿄 시내 최고 번화가 시부야를 돌아본 프리랜서 사진작가 지상훈(40)씨는 도시의 한산한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이날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주말(28일-29일) 이틀간 외출자제령을 내린 첫날이다.

시부야는 도쿄의 최고 번화가이자 십자 횡단보도인 '스크램블 교차로'와 만남의 장소인 '하치코 동상'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낮이든 밤이든 언제나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인다.

그러나 이날은 거짓말같이 사람들이 사라졌다. 화려한 조명을 켜고 주말 대목을 누려야 할 명품가게, 클럽, 커피숍, 백화점 등이 모두 임시휴업 안내문을 내걸고 셔텨를 내렸다. 문을 연 가게도 손님 숫자를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파리를 날리고 있다.

마침 비까지 내려 사이버펑크 영화에 등장하는 디스토피아를 연출하는 듯 했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앞에서는 차분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것으로 알려진 그들의 평정심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지씨가 전날 들렀던 동네 마트는 평소처럼 사람들이 줄을 서 물건을 샀지만, 쌀을 진열한 매대는 텅 비어 아무 것도 없었다. 쌀 뿐만 아니라 휴지, 티슈, 소독액까지 동이 났다. 그나마 우유, 계란, 컵라면 등은 절반 정도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외출자제령이 내려진 주말 동안 사용할 생활 용품을 사재기한 결과다.

지씨가 촬영차 26일 도심의 대형 공원인 신주쿠교엔이나 27일 나카메구로 벚꽃축제에 들렀을 때만 해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 벚꽃놀이를 즐겼다 한다.

이번주초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 연기를 발표하기 전만 해도 "일본은 의료선진국이라 괜찮다", "일본인들은 평소에도 마스크와 손씻기를 즐겨 해서 바이러스에 옮기 어렵다"며 이상하게(?) 감염자 수가 적은 상황에 애써 안도하던 그들이었다.

공교롭게도 올림픽을 연기하자 갑자기 확진자수가 늘고 있다.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두 자리수로 유지되던 게 그저께부터 세자리수(123명)로 되더니 어제는 208명으로 껑충 뛰었다. 도쿄의 한 병원과 인근 치바현의 요양시설이 클러스터가 돼 수십 명이 집단 감염됐다는 것이다. 불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잠복해왔던 바이러스가 돌파구를 찾아 폭발한 것일까, 억지로 감춰왔던게 한계상황에 온 것일까. 새삼 나라를 이끄는 정부 정책의 투명성과 지도자들의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중국에서부터 처음 발견된 강력한 전염병이 한국, 중동, 유럽을 지나 미국을 유린하고 있고 이제 지구 한바퀴를 지나 일본을 넘보고 있다.

뒤숭숭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폭풍전야를 맞고 있는 도쿄 사람들의 모습을 지상훈씨가 사진으로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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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 센타가이. 서울의 명동에 해당되는 도쿄의 최고 번화가지만 이날은 정말 한산하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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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 거리의 한산한 모습.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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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역 앞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하치코 동상' 앞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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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의 화려한 뒷골목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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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 거리. 신발가게인 ABC마트도 문을 닫았다. 한적한 거리에 비까지 내려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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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문을 닫은 도쿄 시부야의 한 가라오케점.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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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역 지하상가. 모든 상점이 셔터를 내렸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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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역 앞 스크램블 교차로로 이어지는 지하상가에도 사람이 없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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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의 스타벅스 커피숍도 문을 닫았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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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의 유명 패션 브랜드 자라 가게 앞에 28-29일 이틀간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져있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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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세이부백화점 시부야점도 문이 닫혀있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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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의 한 음식점. 손님이 딱 한 명 있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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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의 한 패스트푸드점. 역시 한산하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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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도쿄 시부야역 플랫폼.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게 한산하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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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도쿄 시부야역에서 탄 전철 안. 언제나 붐비던 모습이 사라지고 한산하다. 대부분 마스크를 하고 있지만 군데군데 안하고 있는 사람도 눈에 띄인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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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도쿄 세타가야구 산겐자야역 부근의 한 마트. 쌀 매대가 완전히 텅 비어있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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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도쿄 세타가야구 산겐자야역 부근의 한 마트. 쌀, 휴지, 티슈, 소독액 등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우유, 계란, 컵라면 정도만 좀 남아있었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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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밤 도쿄 나카메구로 벚꽃축제에서 꽃구경을 즐기는 사람들. 예년처럼 화려한 조명을 하지 않고 주변 포장마차 등도 거의 없을 정도로 축소된 분위기이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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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낮 대형 공원인 신주쿠교엔에서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관리자들이 돌아다니며 돗자리를 펴고 앉아있거나 음주중인 이용객들에게 자제를 요구했다. 도쿄의 공원들은 이튿날인 27일부터 폐관됐다. ⓒ 지상훈

#코로나19 #시부야 #외출자제령 #도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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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는 디자이너 & 포토그래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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