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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줄세울 수밖에 없다면 타당하게 줄 세워야"

[총선 주자들이여, 교육과 계층에 답하라] 김원태-이혜정 인터뷰 ②

등록 2020.04.01 10:47수정 2020.04.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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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기사 시험 개혁이 교육 개혁의 시작(http://omn.kr/1n2l7)에서 이어집니다.

그는 왜 최고의 카드를 버리자고 하나

김원태 소장의 시민 교과 바칼로레아나 이혜정 소장의 IB 내지 KB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하지만 낯설지 않은 것이 있다. 논술 시험 아니, 논술 시험과 관련한 사교육이 그렇다.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비판적, 창의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는 능력은 미래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다. 하지만 그 능력 함양을 위한 사교육 가격이 객관식 시험의 그것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곤 했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 현직 국어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는 방금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대학별 논술고사를 중심으로 한 입시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논술 중심의 대학입시는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합니다. (...)

1. 대학별 논술고사 위주의 입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수능시험을 폐지해야 한다)
2. 수능시험 위주의 입시제도를 만들 수밖에 없다(대학별 논술고사를 폐지해야 한다)

결론만 다시 정리해놓고 보니 얼마나 논리적으로 모순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제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사정을 얘기했지만 그럼에도 분명 저의 주장에 모순성이 있습니다. 독자들이 어리둥절한 것도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저는 이 논리적 모순을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제 글의 모순성을 더 부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기정 교사는 <교육 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에서 스스로 모순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교육적이라고 여기는 수업‧시험이 논술 수업‧시험이지만 그 최선의 카드를 버리고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이라고 말한다. 모순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가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사교육 때문이다.

그는 논술 중심으로 전환될 경우 사교육의 폭증도 우려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사교육비의 폭증이라고 밝힌다. 수능 사교육 수업료보다 논술 사교육 수업료가, 훨씬 더 고급스러운 강의라는 측면과 학생 수가 훨씬 적어야 효율적이란 측면 때문에 더 비싸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래서 논술이 입시의 중심이 되면 사교육 시장에 논술강사가 충분히 공급될 때까지 사교육 수업료는 엄청나게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그는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한국형 IB학원이 성행하지 않을까
 

28일 한 포털에서 'IB'를 검색해본 결과, 수많은 IB학원 홍보 블로그들이 검색됐다. ⓒ 박은선

  
토익 수험계의 1타 강사라 불리는 한 강사가 교육 다큐에서 한 "우리나라에선 어떤 시험이 들어와도 변질된다. 몇 달만 지나면 시험 전문가들이 완전히 해부해서 고득점 비결을 정리한 뒤 이를 알려주는 수업들을 시작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정말 그랬다. 수능 1세대로 94년 처음 도입된 수능시험을 경험할 다시 나는 '더 이상 정석 중심 공부, 암기식 공부는 통하지 않겠구나'하고 생각했다. 당연히 관련 사교육도 흔들릴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수능 실험평가(94년 수능 시행을 앞두고, 93년 1년간 전국의 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수능 모의시험) 문제들을 모아 해설하는 강의들이 등장했고 미국 SAT 문제집으로 진도 나가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변화하는 입시에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했고 그 속에서 사교육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하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그렇게 새로운 시장이 성장해 나갔다.

사교육의 초기 대처가 완벽하진 않았다. 사교육발이 처음엔 잘 안 먹혔다. 하지만 수능은 곧 변질되어 갔다. 내가 교사가 되어 학교로 돌아온 2002년에 이미 수능은 학력고사 버전 2가 되어 있었다. 수능은 이미 사고력보다 암기력, 창의력보다 기계적 훈련이 중요한 시험이 되어 있었고, 이는 사교육발로 해결 가능한 시험이 되었음을 의미했다. 다시금 수능형 문제들을 추가한 <정석>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고, 다양한 사회적 쟁점에 관해 학생들과 토론하고 싶어 사회과 교사가 된 나는 암기비법을 전수하는 수업을 해야 했다. 

이런 경우는 또 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에 교내 연수를 통해 한 대학 입학사정관의 강의를 들은 일이 있다.

"미국에선 입학사정관이 학생 한 명을 선발하기 위해 그 학생이 살고 있는 마을로 갑니다. 그 학생의 성적과 학교생활의 기록뿐 아니라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함께 보는 겁니다. 성적이 낮아도 이러저러한 환경이었으니 잠재력이 있구나 라고 판단하면 그 학생을 선발합니다. 이렇게 점수만이 아니라 사람을 보자는 것이 바로 입학사정관 제도입니다."

당시 건국대 입학사정관이었던 현 하나고 전경원 교사의 그 강의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일까. 다음 해에 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 연수를 받을 때 나는 교육개혁에 동참한다는 기쁨이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 제도는 점수만이 아닌 사람을 보기보다는 학생보다 스펙을, 학생보다 배경을 보는 제도로 변질되어 갔다. 정량 점수로만 알 수 없는 학생의 잠재력을 각종 경시 대회, 봉사 활동, 논문 등으로 검증하려 하면서 이 스펙들을 먹이로 물어버린 사교육 기관들이 제도를 흔들었다.

그 결과 '그 좋은' 입학사정관제가 미국에서는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원론적으로 참으로 교육적인 제도라 해도,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버렸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를 고스란히 교육에서의 격차로 이어지게 하며, 수능시험보다 오히려 더 비교육적이고 오히려 더 계층 피라미드를 고착시키는 제도가 되어갔다.    

편의상 시험 개혁을 IB/KB 도입으로만 축소해 논의를 전개해 보자. 과연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우리나라에서만 고액의 관련 사교육들이 성행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왜곡과 사교육 시장 활성화로 새로운 시험이 오히려 계층 피라미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IB/KB가 언급되던 시점에 한 일간지의 기사 제목은 '영어 IB는 강남서 1주일 200만 원이라는 데…한국어 IB 도입 전 학부모 불안'이었다.(2018.7.28. 중앙일보) 물론 이 기사는 자녀가 홍콩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를 인터뷰하는 등 영어판 IB에 대비한 영어 사교육을 IB나 KB 사교육으로 오독하게 한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서 'IB'를 검색하면 관련 글들이 쏟아지는데 대부분 사교육 기관에서 올린 것들이다. 특히 초중학교 학부모들로서는 당장이라도 IB 대비 수업을 한다는 학원에 내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변화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사교육 기관들이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IB/KB로 오히려 계층 피라미드가 붕괴할 수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주교육청의 담당자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현재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IB 시범도입을 추진 중이다. 제주의 경우 서귀포 표선고등학교에서 2021학년도부터 한국어판 IB가 본격적으로 실행된다. 표선고 학생들은 고1 시기엔 우리나라의 국가공통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고2,3 시기엔 IB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내신성적도 IB 시험으로 평가받게 된다. 그리고 그 내신에 기반을 두고 학종 전형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수능시험을 통한 대학 진학을 고려한다면 표선고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표선고는 더 이상 한국형 수능에 대비한 '정답찾기 교육'은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만큼 표선고는 획기적인 도전을 하는 셈이고 그 성과에 따라 제주교육청은 IB를 일선 학교에 보다 확대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 도전이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형성하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야기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제주교육청 측은 그와 같은 학부모들의 우려의 목소리들 때문에 제주 대정 지역의 국제학교 인근 IB학원 관계자 등과 논의하며 면밀히 조사한 바 있다고 밝혔다.그 결과 고액의 IB학원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해당 학교들이 영어판 IB를 운용하여 그 영어 사교육비가 고액이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표선고가 시범도입하는 IB는 국제학교의 그것과 다른 '한국어판 IB'이기 때문에 영어 사교육비가 들지 않아 국제학교 인근 학원들 같은 값비싼 사교육이 개입될 여지는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또 국어수업의 경우 각 교사가 문학작품들을 선택해 수업하는 식이므로 그 교사의 수업에 충실하면 되므로 따로 사교육을 받을 여지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3회 연속 시리즈로 개최한 IB 토론회 결과, IB 시범도입과 KB 전면도입으로는 사교육 폭발 우려가 없다고 결론짓기도 했다. 대구교육청 연구보고서, 세종교육청 연구보고서 등에서 학부모, 교사, 학생들 설문 모두에서 IB로 사교육이 증가할 우려 거의 없다고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 소장과의 인터뷰 중 IB와 계층 피라미드 간 긍정적인 면이 발견되기도 했다. 앞서 밝혔듯 IB는 말 그대로 국제적 교육과정 및 평가 체제로, 처음 이는 외교관 내지 주재관 자녀들을 위한 그것으로 탄생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IB를 도입한 학교들이 있긴 하지만 모두 영어판이고 대부분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 자사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학교다. 이런 점 때문에 전교조는 IB가 귀족교육이라며 그 시범도입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IB 시범도입을 '고급교육의 대중화'로 볼 수도 있다. 이혜정 소장은 "왜 가난한 아이들은 송도나 대정의 국제학교, 경기외고와 같은 특수고들에서 이뤄지는 '꺼내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그저 문제집 풀이만 해야 하나. 모든 계층에게는 최고의 질 높은 교육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IB가 귀족교육이라는 비판을 뒤집어보면, 상류층 아닌 아이들도 공교육기관에서 그 귀족교육을 받을 수 있어 오히려 이는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단 얘기다.
  
기사를 준비하며 나는 IB 내지 KB에 대해 강남지역에서 고등학생인 자녀의 교육에 열심인 한 친구에게 의견을 물었다. 친구는 대뜸 "찬성한다"고 했다. 이유는 "그래야 변별력이 있지. 여기 엄마들이 논술시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내신은 학교 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수능은 변별력이 거의 없거든. 논술이 그나마 실력대로 전국적 줄세우기를 해주니 얼마나 좋니. 실력 있는 애가 그 실력대로 점수 받게 해주잖아" 였다.

"그 실력이라는 건 어떻게 갖추는 건데?"
"고2부터 논술학원을 다니면 돼. 여기 대치동엔 그런 전문 학원들이 많아."
"그럼 그런 학원이 없는 지역에 사는 아이, 그런 학원에 보낼 수 없는 가정의 아이에겐 불리하겠네?"
"그건 좀 그렇지만..."
"나는 너에게 교육적 효과에 대해 물은 건데 너의 관심사는 교육이 아닌 변별력이구나."
"아직 니네 애들이 어려서 잘 모르는가 본데, 고등학교 들어가면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험이 중요한 거야. 중간고사 보는 거 보면 얼마나 화 나는지 아니? 이 지역에선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이 안 나오기도 해. 그래서 문제가 심하게 말해 변태적으로 나오기도 하고. 그보다 문제는 여기 1등급이랑 지방의 1등급이 같은 게 아닌데 같게 취급된다는 거야. 애들 실력대로 대학가는 게 공정한 거잖아? 실력 좋은 애들이 그 실력만큼 상위권 대학 갈 수 있게 하는 시험이 좋은 시험이고 옳은 것 아닐까?"

비록 친구가 오해한 논술시험(그는 지금껏 한국에서 시행된 대학별 논술고사를 염두에 두고 답한 듯 하다)과 전혀 다른 '정답 없는 논술시험'을 전제하긴 해도, 이 소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IB/KB를 줄세우기를 멈추기 위한 장치로 제안하는 것은 아니므로 새로운 사교육이 단기적으로나마 성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사교육의 방향, 줄세우기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사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솔직히 밝히겠다. 교육정책으로 사교육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교육의 결과가 사회적 자산이나 재화로 이어지는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당장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도 요원하다고 본다. 사교육비는 지위재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위재란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내가 우위에 있기 위해 구입하는 제품으로, 사교육은 공부를 '절대적으로'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잘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입제도가 어떻든 간에 교육시스템이 어떻든 간에, 돈이 있는 사람은 사교육비를 쓰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사교육의 방향은 바꿀 수 있다. 현재의 사교육은 학교 수업보다도 한층 더 집요하게 수용적 학습에 매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문제풀이를 시키고 각종 요령을 주입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이런 방식이 현재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하려면 사교육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덩달아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학습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소장은 줄세우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줄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하여 그는 "김연아의 능력을 달리기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은 측정의 공정성, 즉 신뢰성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전혀 교육적인 평가가 아니다. 우리의 교육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함양 교육 즉 발산적 교육을 추구한다면 시험도 그 영역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을 얘기할 때에는 반드시 신뢰도와 타당도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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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교수 ⓒ 이혜정

 
최고의 카드 버리지 않는 길은 무엇?

그 방향이 보다 교육적이 된다 해도 IB/KB가 '한국형 본고사 내지 논술시험'으로 변질되고 이로 인해 고가의 사교육 시장이 현성된다면 이는 앞서 이기정 교사가 버릴 수밖에 없다는 카드인지 모른다. 적어도 교육과 계층 측면에선 그렇다. 그래서 시험을 바꿔야 한다는 위 전문가들의 대안에 동의가 되면서도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 기사 작성 내내 아무리 곱씹어봐도 모순이 해결되지 않아 괴롭던 내게 이 소장의 '논의를 구별해야 한다'는 말은 매우 힘 있게 다가왔다.

"우리 사회의 교육 관련 논의에서 답답한 게 평가와 선발을 혼동하고, 교육과 복지를 또 혼동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무상교육에 찬성하고 교육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궁극적으로 대학 서열화가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발이 있건 없건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까요? 전세계에서 우리 아이들만 여전히 오지선다 답찾기를 하며 21세기가 요구하는 역량을 키우지 못하는 문제가 계속된대도요? 선발과 공정성 논의 등과 별개로 '학교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또 이를 위해 '학교가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가 논의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적 논의, 교육문제의 본질입니다."


이혜정 소장은 최고의 카드를 버리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고 핵심이고 앙꼬이거늘 이를 버리거나 미루는 건 '교육의 포기'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정부는 교육을 포기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썰전>에서 유시민의 교육에 대한 발언을 듣고 분노했습니다. '교육 문제에 관하여는 문재인 정권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교육 문제는 뭐를 해도 해결이 안 된다. 미국의 총기 문제와도 같다. 모두가 문제임을 알지만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귀를 의심했고 다시보기를 거듭해 정확한 워딩을 확인한 뒤 반박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저는 '교육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네, 교육에 대해 무엇을 하려고 하면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부작용 우려, 기득권 문제 등으로 시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네, 당장은 표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은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정치를 위해 교육을 포기하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겁니까? 너무 비겁하고 무책임한 발언이 아닙니까?

이번 총선에서도 이런 입장의 정치인들이 많아 보입니다. 민감한 교육문제를 건드리면 표가 떨어질 테니 가만히 있거나 적어도 교육의 본질적 문제는 건드리지 말자고 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구한말 쇄국정책은 민중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나요? 총선에서 표 떨어질까 본질에 대해 눈을 감고 교육공약을 발표한다는 것은 구한말의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일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껏 우리는 평가와 선발을, 교육과 복지를 혼동해왔습니다. 양자는 결이 다른 문제입니다. 양자를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적어도 교육의 본질에 있어서는 '어떤 역량을 기를까, 이를 위해 무엇을 공부할까'를 잊지 않고 그 공부를 위해선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부인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당장 나의 또는 나의 아이‧제자의 대학입시가 주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해도, 서열화된 노동구조, 대학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런 이상적인 교육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해도, '진정한 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방점을 찍고 돌아본다면 감히 이 주장을 반박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IB/KB가 왜곡의 여지, 단기적으로나마 경제적 격차에 따른 사교육 격차라는 계층 문제 등의 위험요소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는 따로 마련하고 IB/KB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즉, 교육과 계층 피라미드에 관한 논의를 계층 문제 해결의 '하드웨어'로 하고, 학교 시스템 내에 실제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과 평가되어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로서 IB/KB 프로그램으로 담아내는 거다. 그렇게 한다면 교육이 계층이동의 수단으로만 전락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와 학생들이 구시대적인 죽은 공부에만 매몰되는 교육 내용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주장이 옳다고 다른 이의 주장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대안들을 함께 검토하고 단점들을 해결하고 장점들을 모아 융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 모른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라도 우리는 보다 교육적인 '시험'을 고민하는 한편, '입시제도의 존재 그 자체', '대학 서열화'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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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이제 막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odette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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