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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1827화

'코로나 대출' 물어보니, 30대 사장들만 반응한 이유

[주장] 지원 정책조차 가닿기 힘든 위기의 자영업자들... 정부는 '장기전' 대비해야

등록 2020.03.29 19:58수정 2020.03.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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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주중에는 작은 신생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로 가맹사업을 운영하며 주말에는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의 배달 기사로 투잡을 하고 있습니다.[기자말]

점주들과의 대화 점주들과 장영업대상 대출 지원에 관련 대화를 나누었다. ⓒ 권성훈


위 사진은 얼마 전 우리 가맹점주들과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 정책 일환인 '대출 지원정책'과 관련하여 대화를 나눈 내용이다.

대화가 끝나자 문뜩 작년에 필자가 체험했던 서민 대상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경험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통상 2주 내 처리된다던 절차였다. 그런데 당시 '안심전환 대출'로 신청자가 폭주한 상황이라 상담 전화는 거의 불통이었고 필자는 생업 때문에 담당 기관 방문도 쉽지 않은 상태였다.

그나마 대출이 '비대면'인 온라인 신청으로 가능했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필자는 인터넷으로 관련 절차와 정보를 사전 검색 공부해 진행했다. 그러나 대출 신청자 폭주로 사이트는 버벅거리고 전화는 여전히 불통. '참을 인'자를 계속 되뇌며 몇 차례 시도 끝에 온라인 신청 양식을 채웠다.

몇 번의 보안 설치 파일 오류와 전송 오류로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난이도(?)의 전자 서류 작업을 완료했다. 그러나 신청 며칠 후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서류를 보완하라'는 요지였다.

그 뒤 대출을 직접 실행하는 은행에서 또 다른 우여곡절 거쳤다. 2주를 훌쩍 넘겨 거의 한 달 반 만에 '대출 실행 완료'란 문자를 받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은행도, 자영업자도 '패닉'에 빠졌다


필자의 이 경험은 현재 상황이 어떠할지 추측할 수 있게 했다. '노도처럼 밀려드는 신청자, 쏟아지는 서류에 시쳇말로 '멘붕'에 빠진 접수 담당자들, 정책 대출에 시달린 은행 실무자들의 조건 반사적인 '은근한 냉대', 그리고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백척간두의 자영업자들….

분명 전례에서 (비록 그 원인은 다르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혼란'들이었다. 대출 지원을 좀 더 세밀하게 시행했으면 좋았겠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공포에 떠는 글로벌 재난 상황에서 어쩌면 이런 혼란은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소상공인 직접대출' 같은 보완시책이 예전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달라진 모습이고,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소외되거나, 정보를 알아도 담당자를 대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령자들이 그렇다.

또한 원래 시사에 무관심한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하루 12시간 생업에 종사하느라 의도치 않게 세상사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자영업계에서, 이들은 쉽게 소외되고 방치된다.

위 사진 속의 대화 내용이 바로 그 증거다. '자영업 대출 지원' 주제로 점주들에게 질문을 던지니, 반응을 보인 점주들은 수십 명 중 딱 2명이었다. 그들은 시사에 민감한 '30대'들이었다. 물론 필자의 프랜차이즈가 이번 '코로나19'에 별반 영향을 받지 않은 '배달 전문' 업종이란 특수성도 있겠지만, 우리 점주들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편이다. 즉 '생계형'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이번 대출 정책에 상당한 관심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밖이었다.

결국 인터넷에 친숙하며, 체력과 순발력 좋고, 세상 물정도 적당히 아는 30대 젊은 사장들은 이런 시책이 발표되자마자 이미 온라인 검색과 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발 빠르게 신청까지 마쳤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서두에 명기했지만, 현재 필자는 작은 가맹 사업을 운영하며 투잡으로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시급제 근로자로도 일하고 있기에 관련 현장의 현실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사 이래 몇 번 없었다는 '팬데믹'이란 재난 상황에서 도대체 어떤 '대책'이 현재 가장 큰 위기에 빠졌다는 자영업자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지 알 수 없다. 아니 모르겠다.

이미 정부가 내놓은 '부가세 감면과 임차료 지원'부터 초저리의 '경영안정자금 대출', '소상공인 직접대출'과 서울시의 저신용 영세 소상공인 대상의 '대환대출' 정책, 그리고 최근 쏟아지는 지자체별 '재난 기본소득' 지원정책 등등. 필자가 관련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지금 국가가 할 수 있는 지원정책은 다 동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사실은, 이 재난이 장기화한다면 이 모든 대책은 '연명 치료'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미 이전부터 저매출로 경영이 어려웠던 자영업자들에게 지금 상황은 어떠한 처방으로도 치료 불가한 '치명적 타격'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직전에 기고한 기사에 소개한 내용이 그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필자의 딸이 알바로 일했던 대형 뷔페는 이번 사태가 터지자 폐업을 결정했다(관련 기사 : 코로나19 확진자 나오자, 인근 배달업소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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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 piaxbay


재난의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

필자는 십수 년간의 회사 생활을 접고 인생 이모작으로 자영업을 선택해 고매출과 저매출을 오갔다. 업종을 변경한 적도 있고, 4년 전엔 결국 저매출 가게를 헐값에 넘겼다. 이후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시급제 근로자로 일하며 재취업에 몇 차례 도전하기도 했다. -중년으로서 재취업은 정말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남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정부가 단기적 대책과 장기적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장에서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을 염두에 둔 정책 또한 필요하다. 물론 수년 전부터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 시장이 위축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양상이 다르다고 본다. 이번 사태로 그나마 연명하던 저매출의 자영업자들이 대거 사업을 포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상상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성장 중인 '택배, 배달' 업종과 같이 저숙련자도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또, '간병·장애인 활동 보조'와 같이 그간 일자리가 부족했던 복지 서비스 분야로 노동자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내일배움카드'와 같은 제도를 보완하는 등,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이 쉽게 경제활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재취업과 관련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공적 마스크 분배와 관련한 약사의 고충을 들었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약사는 "지금 약사는 무엇을 해도 욕만 먹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직면한 재난 상황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제시되는 그 어떤 정책도 이미 공황 상태에 빠진 당사자들에게 100% 만족을 주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독려하는 것도 국가의 몫이다. 국가는 정책을 입안하고 보완하여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또 정책의 수혜자들도 각자의 이기심을 조금은 내려놓고 인내와 끈기로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만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이지 않을까. 필자의 미숙하고 미약한 조언을 보태 본다.

"관용이라는 이름의 미덕이 있다. 선의라는 이름의 자질도 있다. 이것들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알려준다면,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조차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 - '몬드라곤'의 창업자 호세마리아 신부의 어록 중에서
#코로나 #자영업자 #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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