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대표 음악채널'이란 말 무색... 25주년 엠넷, 왜 이렇게 됐나

기존 오디션, 서바이벌 중단 후 혼란기... 종편 등 타 채널에 주도권 넘겨줘

20.03.12 11:58최종업데이트20.03.12 11:58
원고료로 응원

Mnet(엠넷) 개국 25주년 기념 로고 ⓒ CJ ENM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 Mnet(엠넷)의 신규 예능 프로들이 좀처럼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내 안의 발라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등 제목 그대로 발라드, 힙합을 소재로 삼은 새 프로그램을 연이어 선보였지만 아직까진 시청률, 화제성 양측 모두 미미한 반응 속에 고전을 겪고 있다.

지난해 방송가를 발칵 뒤집어놓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 투표 조작 사건 이후 서바이벌 오디션 대신 기성 연예인 중심 프로그램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퀸덤>(지난해 10월 종영)을 제외하면 가시적인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일자로 개국 25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대표 음악 채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으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발라드, 힙합 신규 예능의 부진
 

Mnet '내 안의 발라드'의 한 장면 ⓒ CJ ENM

 
당초 올해 상반기 방영될 예정이던 청소년 대상 보컬 오디션 <십대가수>는 "또 오디션이냐?"라는 질타 속에 결국 편성이 전면 보류되었다. 이는 <프로듀스> 시리즈로 인해 악화된 여론에 결국 Mnet이 백기를 든 꼴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2020년 Mnet의 새 출발을 알리는 신규 예능 프로그램으로 <내 안의 발라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가 선택되어 방영을 개시했다. 전자는 발라드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유명 연예인들의 음반 녹음 도전기를 다룬 예능이고 후자는 1990년대말~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힙합계를 빛낸 1세대 래퍼들의 재도약을 그린 경연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나름 눈길 가는 출연진에 기대를 모으긴 했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자들을 사로 잡기엔 힘이 부친 상태다. <내 안의 발라드>는 경연도 아니고 리얼리티 예능도 아닌 애매한 콘셉트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출연진들의 성장기를 그리려는 의도 외엔 딱히 확실한 구심점이나 관전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보니 평범한 음악 예능처럼 흘러가고 있다.

지금은 대세에서 한발 물러난 1세대 힙합 음악인들을 다시 방송 무대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는 첫 회 출연진들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곧바로 힘을 잃고 말았다.

'힙합 버전 슈가맨'의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해소된 직후부턴 향후 진행될 경연을 지켜볼 당위성을 더이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용의 구성 뿐만 아니라 큰 재미를 마련해주는 자막, 편집 등에서도 Mnet의 중심 시청자들인 1020세대의 입장에선 올드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이돌부터 힙합, 정통 포크 등 다양한 음악인들의 스튜디오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는 <음악당>이 그나마 소수 마니아들로 부터 호평을 받고 있지만 SM 산하 업체인 미스틱과 SKT의 음원 플랫폼 FLO가 공동제작하던 기존 유튜브 웹예능이 Mnet을 TV 방영 채널로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

서바이벌 프로 중단... 타 채널과 변별력 없는 예능으로 시청자 유입에 한계
 

Mnet은 지난해말 청소년 대상 보컬 오디션 '십대가수' 출연자 모집을 진행했지만 결국 편성을 보류했다. ⓒ CJ ENM

 
1995년 개국이래 지난 25년 동안 Mnet은 음악 채널의 대표 주자로 오랜 기간 사랑 받아왔다. 경쟁 채널이던 KMTV의 인수, 폐국 이후론 아예 적수가 없을 만큼 이 분야에선 막강한 위세를 장시간 발휘해왔다. 특히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101> <고등래퍼> 등을 속속 등장시킨 2010년대 들어선 각종 시청률 신기록과 높은 화제성을 낳으면서 서바이벌 오디션 명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들 인기 예능들이 각기 다른 이유 속에 폐지되거나 예전 같지 않은 인기를 얻으면서 뭔가 방향성을 잃은 듯한 모습을 하나 둘씩 노출하기 시작한다. 지난 2018년 이후론 <방문교사> <러브캐쳐> <꼰대 라이브> 등 비음악 예능을 등장시키면서 변화를 모색하지만 결과적으론 단발성 편성에 머물고 말았다. 기존 장수 예능이던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시즌이 거듭되고 있지만 변화없는 내용이 계속 되면서 예전 같은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반면 같은 CJ ENM의 예능 채널 tvN에서조차 < 300 > <음악동창회-좋은 가요> <수요일은 음악프로> 등 기존 Mnet의 고유 영역이던 음악 예능 프로를 속속 등장시키다 보니 채널 성격의 구분은 점차 희석되고 있다.

1020세대가 선호하는 아이돌, 힙합 중심으로 운영되던 Mnet으로선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주춤하는 사이 자신들의 영역이던 젊은 세대 시청자들을 사로 잡을 신규 아이템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결과 음악 예능의 주도권을 타 방송사, 유튜브 등으로 빼앗기고 말았다.

<킹덤> 시리즈, <퀴즈와 음악 사이> 등으로 반등 모색
 

Mnet은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퀀덤'의 보이그룹 버전 '킹덤'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전작에 이어 이다희, 장성규가 MC로 출연할 예정이다. ⓒ CJ ENM

 
일단 올해 Mnet은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컴백전쟁 퀸덤>의 보이그룹 버전 <킹덤>을 2가지 형태로 내놓을 계획이다. 유망주 그룹들의 경연으로 치러지는 <로드 투 킹덤>을 먼저 3월말부터 촬영하고 이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1팀이 향후 제작되는 <킹덤>에 합류해 또 다시 경합을 펼치게 된다. 이밖에 노홍철, 이국주 등 전문 예능인 등을 앞세운 <퀴즈와 음악 사이>(31일 방영 예정) 등을 내밀 예정이다.

가장 화제를 모을 만한 <킹덤>은 마치 프로축구 상위 리그 승격제를 연상시키는 연작 제작이다. 하지만 기존 인기 아이템의 변형에 불과한 데다 "또 경연 프로인가?", "팬덤들 싸움 붙이는 거 아니겠지" 등 부정적인 견해도 관련 그룹 팬들을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퀸덤>의 전례에 비춰볼 때 저평가된 그룹의 재발견 등 긍정적인 효과를 노려볼만 하다. 그러나 인기몰이에 대한 기대감 못잖게 "돌고 돌아 또 아이돌 서바이벌"이라는 부정적인 시선 타파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온갖 잡음을 양산했던 Mnet은 2020년 개국 25주년을 맞았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이라도 한 듯 변변한 기념행사나 대형 특집 프로그램 없이 조용히 올해를 시작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선두주자, 페이크 다큐 등 이색 예능 등으로 유행을 선도했던 방송국임을 감안하면 요즘의 Mnet은 분명 제자리 혹은 뒷걸음질치는 형국에 놓였다.

오히려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비롯해서 JTBC의 <슈가맨> <비긴어게인> <슈퍼밴드> <팬텀싱어> 등 비음악 종편 채널의 음악 예능들은 시청률 혹은 화제몰이에 성공하면서 시청자들을 진공청소기 마냥 흡수하며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혼란기 속에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채널 Mnet으로선 분명 위기 중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과거의 영광을 거울 삼아 시대를 앞서가는 획기적인 기획물 등장이 이젠 절실히 필요한 때다.
엠넷 MNE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