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이후 첫 선거, 4.15총선에서 다시 교육을 논하자

[총선 주자들이여, ‘교육과 계층’에 답하라 ①]

등록 2020.03.10 11:20수정 2020.04.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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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고교 입학 수험장에서 벌어진 부정행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건물 외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수많은 사람들. 대체 무슨 일일까?

2015년, 인도에서 '벽 타는 부모들'이 고사장 바깥 외벽을 타고 오르는 장면이 외신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커닝페이퍼를 자신의 아이에게 건네주기 위해서다.

중국의 고3 학생들은 시험 전날 운동장에 모여 '승리하자'는 구호를 외친 뒤 까오카오(중국 수능)에 임한다. 전사들이 따로 없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이 자기 몸무게보다 무거운 책들을 넣은 캐리어에 끌며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다 늦은 밤 학원 앞에 늘어선 버스에 오르는 우리나라 학원가의 풍경도 있다.

이 모습들엔 합법성·도덕성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통분모가 있다. 교육이 '사다리',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 위쪽으로 오르거나 자리지킴을 할 수 있는 사다리라는 것이 그것이다. 즉 교육의 목적은, 교육학 교과서에서 '교육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거나 '발달단계에 따라 배워야 할 것을 배우며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쓰든 말든, 층층이 서열화된 계층 피라미드 속 '신분상승', '지위다툼'에 있다.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겠으나 우리나라에도 카스트 못지않은 계층 피라미드가 존재한다. 김낙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1~2013년 소득 상위 1%가 보유하는 자산 비중은 전체의 25.9%이고 하위50%의 자산 비중은 2%에 불과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연평균소득이 상위 20%는 1억3521만원, 하위 20%는 1057만원으로 소득격차가 무려 12.8배다. 그 계층 피라미드 속에서 교육은 낮은 곳의 이들이 좀 더 높고 안전한 곳에 오르는 공정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우리 아이들은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고 좀 더 급이 높은 상급학교 진학, 좀 더 높은 지위에의 도달을 위해 '교육'에 매달린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자가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 그것은 우리사회에서 '공인된' 게임의 법칙이니 그래도 되는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바로 이것이 지난해 우리가 조국 자녀 의혹과 관련해 그렇게도 뜨거웠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꿈꾸는 신분상승이거늘 그의 자녀가 반칙적으로 그 꿈을 이뤘다는 의심에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있었고 반칙은 없었다며 그건 음모라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우리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게임의 법칙을 어겼는지 등도 중요한 문제겠으나 관점 전환도 필요했다. 혹시 게임의 법칙 자체가 문제는 아닌지. 피라미드의 존속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지. 교육의 목적이 신분상승에 있어도 진정 괜찮은 것인지. 우리사회에 보다 필요한 것은 그에 대한 논쟁이었다. 어떤 나라의 사람들에겐 인도의 벽 타는 부모들이나 우리나라의 밤 12시에 캐리어 끌고 학원버스에 오르는 초등학생들이나 똑같이 이해불가다. 당시 우리는 특정인의 입시 진위여부나 대입전형 선택 문제를 넘어 보다 본질적인 얘기, '교육의 목적이 신분상승'인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얘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조국 사태의 한계, '정시냐 학종이냐'에만 매몰됐던 교육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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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5일 오전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고교 3학년 수험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험은 대입 수능을 한달여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학력평가다. ⓒ 연합뉴스



조국 사태 당시 나는 뜬금없이 '고백'을 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입학사정관제 초기에 고등학교 교사로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를 밝혔다. 그 고백은 포털의 인기기사로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고백을 오해하는 듯 했다. '그러니까 조국 아웃', '그러니까 정시가 답'이란 댓글들이 넘쳐났다.

다시 기사들을 추가했다. 특정인 물어뜯기를 하자고 글을 쓴 게 아니다, 정시냐 학종이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은 우리 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적 제도일 수도 있다. 다만 괴물을 없애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한들 왜곡될 수 있지 않겠나. 그렇다면 진짜 괴물은 대학서열화, 노동서열화, 심각하게 서열화된 계층 피라미드 그 자체일지 모른다, 그러니 제발 학종이냐 정시냐, 조국 수호냐 타도냐 등을 넘어 보다 본질적인 논쟁을 시작하자.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렇게 호소했다.

하지만 고백 기사와 달리 반응은 차가웠다. 더러 공감하며 지지한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관심 자체가 적었다. 사람들은 그저 누군가를 물어뜯거나 지지하기에 적합한 기사, '그러니까 정시'라거나 '그러니까 학종'과 같은 이분법적으로 활용할 기사만을 원하나 싶기까지 했다. 급기야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 서열 없는 사회를 꿈꾼다면 당신이나 당신 아이들을 데리고 그런 나라로 떠나라'는 댓글을 만났을 땐, 그래 내가 대한민국사회의 부적응자구나, 그냥 나만 이민가면 되겠구나 힘이 빠져왔다.

왜 우리는 당장의 정시와 학종 논란에만 갇혔던 걸까? 왜 당시 교육의 직접 당사자들인 학생들이(또는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이라도) 우리의 교육 그 자체를 문제 삼으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지는 않은 걸까? 1968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거리로 나왔었다. 그들은 교실 밖으로 책걸상을 내던지고 수업을 거부하며 '교육을 국유화하라'고, '입시 중심 서열화 교육, 지식암기 위주 교육 거부한다'고 외쳤다. 그 결과 유럽의 대학들은 평등화되었고 대입시험은 절대평가인 고교졸업자격고사로 대체되어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졌으며 대학 등록금도 없어졌거나 매우 저렴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68혁명 비슷한 그 무엇도 없었다.

그 이유가 의외로 주변 친구들에게서 찾아졌다.

"그러니까 학원 끊어 말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한 친구가 다급히 전화를 걸어 그렇게 물어왔다. 그의 공약에 수능 절대평가, 국공립대학 통합 등이 있어서였다. 친구 부부는 우리사회에서 '공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만큼 자녀들에게도 한국형 교육을 최선을 다해 제공해왔다. 그런데 '좌파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좌파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으나 친구는 그렇게 평가했다)이 당선됐으니 이제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지 불안해져 그래도 학교에 있었던 내가 무얼 알지 않을까 물어온 거였다. 그리고는 며칠 뒤의 통화에서 친구는 학원을 끊지 않기로 했다고 전해왔다. 이유는 '정권이 바뀔 수도 있으므로' 였다.

조국 사태 당시 그 친구는 '정시 100%'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서열과 계층서열 그 자체를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나의 얘기엔 그런 논의는 필요 없다고 했다. 이유는 "서열화가 나쁜 거고 없애야하는 것이라 해도, 그게 우리 애들 때 되겠어?" 였다.

핵심은 '우리 애들 때 되겠어'에 있다. 친구는, 믿지 않았다. 대통령이 수능 절대평가나 대학서열화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어도, 앞서 집권여당이 또 그와 유사한 공약들을 내걸었어도, 그는 그 공약들이 정말 실현될 거라 믿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영향 미칠 수는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친구는 정부가, 집권여당이, '앞으로' 교육평등을 계층평등을 이루겠다고 하든 말든 별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당장 몇 년 뒤 자신의 아이가 치를 입시제도가 어떤 모습일지, 자신이 지출해온 사교육비가 효과를 거둘 입시전형이 무엇인지 하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그 친구는 자녀가 학령기라 교육문제에 관심 갖기는 했다. 내 아이의 입시가 이미 끝났거나 아이가 너무 어려 대체 왜 이유식을 거부하는지가 최대 고민인 상황의 지인들에게는 조국 사태 이면에 자리 잡은 교육과 서열화의 문제는 아예 관심의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결혼하지 않은 이들 중엔 그래 그런가보다 하며 그저 남의 얘기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교육문제란, 계층 피라미드의 존속 vs 파괴의 문제

이것이 내가, 능력의 한계를 스스로 잘 알면서도 또 한 번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다. 나는, 조국 사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 번 교육에 관해 시민적 관심이 불타올랐으면 좋겠다. 또 그래서 나는, 이번엔 관심의 방향이 달랐으면 좋겠다. 이번엔 제대로 해야 한다. 정시냐 학종이냐 그것에만 매몰되지 말고, 조국 장관이 옳다 그르다로 편 가르지 말고, 진짜 논할 것을 논하고 싸울 것을 싸워야 한다.

앞서 밝혔듯 우리사회에서 교육문제는 너무도 제한적으로 인식된다. 교육에 대해 토론하자고 하면 성적 향상 비법 탐구나 입시제도 변경 문제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조국 사태 당시에도 그랬듯 이번 총선에서도 학령기 자녀들의 학부모들만이 입시에 집중해 관심을 기울이고 그 외 시민들은 아예 교육공약은 살펴보지도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교육이 신분상승의 도구로써 존재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그 자체를 고민해 보자고. 교육문제란 우리사회의 계층 피라미드를 존속시킬지 파괴할지를 결정하는 문제이고, 그것은 곧 우리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며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인식해달라고. 우리가 이번 총선에서 '교육과 계층 피라미드의 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에 서고 선거에서 그와 관련해 어떤 입장의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뭐가 그리 거창하냐, 교육에서 무슨 계층 얘기가 나오느냐 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나라들을 살펴보면,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사회의 계층구조의 가파름·평평함은 강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선거에서 우리가 어느 정당의 어떤 교육공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우리사회가 미국·일본처럼 될 수도 (북)유럽처럼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십년 뒤, 이십년 뒤, 아니 백년 뒤에는.

그래서 '교육공약에 대한 투표'는 '계층 피라미드 존속 vs 파괴에 대한 투표'다. 과장하면 우리는 4.15의 투표권 행사로 이 사회를 그대로 존속시킬 수도 있고, 완전히 뒤바꾸는 선거에 의한 혁명을 이룰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식의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아는 범위 내에서 교육과 계층의 관계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소개하고 4.15 총선 주자들의 교육공약들과 운동가·학자들의 대안들을 살펴보며 함께 답을 찾자는 글을 쓰려 한다.

1)먼저 교육과 계층의 관계에 대한 관점들을 가볍게 정리한다. 일종의 기초작업이다. 모든 나라가 교육을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보는 것은 아니다. 각 계층관에 따라 교육을 어떻게 달리 볼 수 있는지 살펴본다. 2)그 배경지식을 토대로, 오는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제시한 교육공약들을 분석한다. 그러면 각 정당이 겉으로 계층 피라미드의 존속을 지향 내지 지양한다고 하더라도 진짜 품고 있는 교육에 관한 입장을 좀더 잘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3)다음으로 최근 시민단체들이나 학자들이 제시한 우리사회 교육에 관한 대안들을 소개하려 한다. 모든 대안은 아니고 '교육과 계층'이라는 이 주제와 관련해 의미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골랐다. 4) 교육·계층 문제와 직접 관련된 전문직 교육에 관하여도 같은 틀에서 살펴보려 한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문제, 계층의 문제에 있어 무엇이 정의라고 생각하는지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수학이나 과학의 영역과 달리 답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오로지 답은 시민들의 선택에 달렸다. 그래서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 한다. 학자도 운동가도 아닌 평범한 시민의 글이지만, 모쪼록 이 글이 조국 사태 당시 교육에 관해 뜨겁게 타올랐던 우리들 마음속 분노의 정체를 다시 들여다보며 명확하게 하고, 그로 인해 오는 4.15 총선을 통한 그 해결 모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저는 오마이뉴스의 상근기자가 아닌 시민기자입니다. 십여 년간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지난해에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오는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쌍둥이 남매의 학부모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정체성을 지닌 평범한 시민으로서 저의 주된 관심사인 '교육'에 관해 총 9편의 글을 연재하려 합니다. 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조국 사태' 이후 첫 선거, 4.15총선에서 다시 교육을 논하자
2. 4.15총선 교육공약 분석을 위한 기초지식 - 교육과 계층 피라미드에 관한 제 관점들
3. 4.15총선 교육공약 분석 - 4.15 총선, 정당별 교육공약 비교
4. 총선 주자들이 알아야 할 교육문제 해법 (1) 이혜정 소장 ‧ 김원태 소장 인터뷰
5. 총선 주자들이 알아야 할 교육문제 해법 (2)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교육불평등해소를위한72개교육단체연대회의‧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인터뷰
6. 총선 주자들이 알아야 할 교육문제 해법 (3) 김누리 교수 인터뷰
7. 전문직의 진입장벽, 지켜야 하나 부숴야 하나 - 의사‧회계사‧변호사 자격취득에 관하여
9. 연재를 마치며- 선량한 '교육' 차별주의자의 고백


4.15 총선이 우리의 교육을, 사회를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드는 기회가 되는 데에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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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이제 막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odette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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