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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전 시장 공천에, 블랙리스트 피해자들 '분노'

영화계·문화예술계, 불쾌함 나타내... "후유증 여전한데, 악몽 재연될까 우려"

20.03.09 17:07최종업데이트20.03.0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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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블랙리스트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성하훈

 
미래통합당이 전 정권에서 빚어진 부산영화제 파행 사태에 책임이 있는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전략 공천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서신을 공개한 것에 대해 영화계 및 문화예술계 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영화계와 문화예술계 모두 이번 공천을 블랙리스트 범죄를 저질렀던 정치 세력이 반성과 사과는 외면한 채 총선을 통해 다시 부상하겠다는 의미로 평가하면서 불쾌함을 나타내고 있다. 보수정권 9년 동안 문화예술계를 옥죄고 한국영화를 탄압했던 블랙리스트 문제가 여전히 마무리 되지 않고 진행형인 상태에서 해당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으로 복귀하려는 시도가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공개된 지난 3일 이안 영화평론가는 "지긋지긋하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박근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 평론가는 당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세월호 유가족들 옆에서 폭식을 하던 보수단체를 비판했다가 고소당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 확정을 받았다.

그는 가해자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용하려는 태도에 분노하며 "전 국민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위험한 전염병 극복을 위해 모두 힘과 뜻을 모아야 할 때,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또 "이런 추한 정치놀음은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그 아픔을 함께한 국민들이 사건의 진실을 요구할 때 보였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구태이자 적폐"라며 "국민들을 혼란과 위기에 빠뜨린 죄로 탄핵 당한 당시 집권당과 권력 집단이 반성과 자숙은커녕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을 정치적 부활의 발판으로 삼는 모습은 좀비와도 같아 섬뜩하다"라고 일갈했다.

"부산영화제 탄압에 책임 있는 자들이 공천을 받다니..."
 

서병수 전 부산시장 ⓒ 정민규


서병수 전 시장의 공천에 대해 영화계는 결국 미래통합당이 자신들이 자행했던 문화예술계 탄압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부산영화제 탄압에 책임 있는 자들이 공천을 받았다니 울분이 느껴진다"라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수는 없을 테니 지역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해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각 정당들은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예술인권리보장법 입법과 국회 내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부산영화제에 압력을 가하는 등 '부산영화제 사태'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국내외 영화인들로부터 부산영화제를 추락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7년 부산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했다가 무대에 오른 다큐멘터리상 수상 감독에게 공개적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결국 지난 2018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백서에서 서병수 전 부산시장에 대해 "단지 '세월호 사건'을 다루고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이빙벨 > 상영금지를 직접 지시한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로 하여금 이 영화 상영을 철회하도록 압박한 것과 우파단체와 언론을 동원한 상영금지 압박과 공세를 광범위하게 펼친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부산시의 지도점검과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당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 집행위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와 고발 등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광범위한 외압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낭희섭 독립영화협의회 대표는 "아직까지도 블랙리스트 후유증으로 해결할 일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도로 새누리당 총선 후보로 나온다고 하니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김기춘으로 내려온 하명에 따라 부산영화제를 망쳐 놓으려 했던 게 서병수 전 시장인데... 블랙리스트와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한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는 박근혜와 미래통합당의 모습이 공천을 통해 드러났다"라고 비판했다.

"정치 적폐 세력의 건재... 청산에 미온적이기 때문"
 

2017년 1월 11일 정부세종청사를 찾은 문화예술인들이 박근혜 블랙리스트에 항의해 거리행진을 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성하훈

 
한편 과거 블랙리스트 문제로 논란이 됐던 인물의 배우자가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이 된 것에 관해서도 문화예술계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리스트위원회 위원장은 "국정농단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이 반성과 자숙 없이 사회 권력자로 복귀하는 것은 블랙리스트 피해예술인들에게는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으로 관련자의 부인이 특정 정치권 세력과 함께한다는 것도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부역자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서 부산국제영화제에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것은 영화인 예술가, 부산시민,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래통합당 일부 인사들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 등을 활용해 대구에서 마케팅을 벌이려 하면서도 지난 정권에서 봉 감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등 이중적인 행동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블랙리스트 피해 인사들은 현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안 평론가는 "블랙리스트의 진상과 책임자 처벌, 사태의 재발방지를 지금까지 미뤄온 현 정권과 여당 또한 저들이 좀비로 귀환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윤희 위원장도 "정치적 적폐세력이 여전히 건재해 권력자로 복귀하려는 것은, 현 정부가 적폐청산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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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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