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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1018화

새터도 미터도 취소... '인강'을 또 들어야 하다니

[코로나19가 대학 신입생에게 미친 영향] 대학 일정 줄줄이 취소... 수업까지 온라인, 슬프다

등록 2020.03.08 19:55수정 2020.03.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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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입시 탈출이다. 매일 수험생, 수능이라는 단어들만 떠올리며 이른 아침에 등교해 깜깜해진 밤하늘 아래 귀가하던 고3 생활이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오직 공부 계획으로만 플래너를 가득 채우던 그 시절은 지난해 11월 14일 수능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나는 원하던 대학교에 합격했다. 각 대학의 합격 발표 시기는 입학 전형에 따라 다른데, 수시 전형에 지원했던 나는 수능 바로 다음 날 최초의 대학 합격 소식을 받았다.

수능도 끝났겠다, 대학도 붙었겠다, 앞으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몇 달을 즐기면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대학생활이 시작될 거라 믿었다. 수험생활 중 힘들 때면 대학생이 된 미래를 그려보곤 했다. 학과 학생들과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대학축제,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동아리에서 마음껏 활동하는 학교생활 등...


3월 학사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각 학과나 단과대에서는 신입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한다. 새터(새로배움터), 미터(미리배움터), 입학식 등이 개강일 전부터 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위해 열리는 것이다. 내가 다닐 학교에서도 2월 중순에는 새터와 미터가, 2월 말에는 입학식이 예정돼 있었다. 2020년 플래너를 설레는 대학 일정들로 채워나갔다.

기대하고 있었는데... 대학 일정 줄줄이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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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안내 현수막이 걸린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16일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각 대학은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강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1월 말부터 뉴스에서 코로나19를 다루는 보도가 연일 나오더니, 대학교의 개강 연기 소식이 쏟아졌다. 곧이어 대학의 새터, 미터, 입학식도 취소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가 입학한 학교에서도 2월 초 단과대에서 주관할 예정이던 새터가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뒤이어 과에서 진행될 새터뿐만 아니라 입학식도 취소됐다. 그나마 기대하던 미터 일정 역시 일주일 전 갑작스레 취소됐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므로 대학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애 첫 대학 수강신청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수강신청 방법을 비롯해 신입생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안내해주는 행사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수강신청 일정은 예정대로 2월 말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개강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새내기 대학생에게 설상가상으로 찾아온 또 다른 소식은 개강일이 3월 2일에서 3월 16일로 2주 연기된다는 것, 개강 후 2주간은 사이버 강의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오프라인(면대면) 수업을 100% 중단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감염병 진행 상황에 따라 온라인 수업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도 예고했다.


다시, 대학생활을 꿈꾸며

같은 과 동기와 선배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강은 결국 3월 말에서 4월 초로 늦춰졌다. 컴퓨터 앞에 앉아 안내된 링크로 접속해 사이버 강의를 듣는 건 고등학교 때 매일같이 들었던 인터넷 강의의 방식과 다를 게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은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빴다. 공부 외에 무엇을 하는 것은 금기시되던 때였다. 그러한 시기가 지나면 다채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줄 알았다. 넓은 캠퍼스를 걷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지식을 얻으며 미래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내가 상상하던 대학생활은 잠시 유예됐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대학 입시가 끝난 스무 살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매우 한정적이다. 수험생활에 지칠 때마다 어른들에게 들었던 조언이 "대학생 돼서 놀아!"였는데, 나를 버티게 했던 그 말이 요원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또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강의를 듣는 일이 너무도 지겨운 대학 신입생은, 이 시간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보낼까 고민하며 오늘도 집 안을 서성인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져 캠퍼스에서 실감 나는 대학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이 오면, 학교에서 신입생들을 위한 새터나 미터 같은 행사를 늦게나마 다시 진행해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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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 목련 꽃봉오리가 맺어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6일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각 대학은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강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폐쇄된 고3 #새내기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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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것을 사랑하는 대학생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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